6·25 때 軍노무자 아버지 잃은 딸..65년 만에 恨 푼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아버지 없이 태어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았다. 평생이 서러움의 연속이었다."
6·25 전쟁으로 인해 태어나기 직전에 군(軍) 노무자 아버지를 잃은 딸이 환갑이 넘어서야 조금이나마 한(恨)을 풀게 될 전망이다.
2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51년 2월 A씨(당시 34세)는 전남 장성군에서 공비토벌 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국군 부대에 노무자로 동원됐다가 무장공비의 총에 맞고 즉사했다.
그러나 민간인 노무자의 전사 여부를 심사하는 기관인 육군본부는 당시 A씨가 노무자로 일하다가 사망했다는 지인의 진술만 있을 뿐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전사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A씨의 딸은 지난해 8월 고인을 전사자로 인정해 달라며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A씨의 딸은 민원을 넣으면서 "아버지 없이 태어나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했다"며 "어머니, 언니와 함께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았다. 남의 집 식모살이를 전전하는 서럽고 한 맺힌 삶이었다"고 토로했다.
민원을 접수한 권익위는 "당시 고인과 함께 군 노무자로 동원된 동료나 고향마을 사람들의 증언이 군부대의 전투기록 등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면서 "법원도 제적등본 상 고인의 사망 일시·장소를 '1951년 2월 전남 장성군 삼계면 생초리 생막골'로 결정한 만큼 고인을 6·25 전쟁 전사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국방부에 시정 권고했다.
특히 국방부는 지난 2009년 8월 목격자와 마을 주민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A씨가 무장공비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조사 결과를 A씨의 딸에게 통보했으면서도 이 사실을 육군본부에는 알리지 않았다고 권익위는 지적했다.
권익위의 시정 권고에 대해 국방부는 "군인 신분이 아닌 민간인 노무자에 대한 전사자 여부를 재심사할 규정이 현재는 없지만 빠른 시일 내로 현행 제도를 개정해 고인에 대한 전사자 여부를 재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상 국방부는 전사, 순직 등 문제와 관련해 권익위 조사 결과와 권고를 존중해왔기 때문에 A씨의 전사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고인이 전사자로 인정되면 A씨 유족은 6·25 전몰군경 유자녀로 등록돼 국가로부터 월 115만원의 유족자녀수당 등 보훈 혜택을 받게 된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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