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어떨 때 '정당하고', 어떨 때 '타당할까'
만 3~5세 무상보육 과정인 누리과정 예산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 측에서는 “예산 편성의 책임이 지방교육청에 있으므로 보육대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시·도 교육청 측에서는 “정부의 일방적 조치를 놓고 교육청의 의무 운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치에 맞고 바르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이와 같이 ‘정당하다’ 혹은 ‘타당하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네가 그에게 한 행동은 정당한/타당한 처사가 아니다” “정당한/타당한 이유를 들어 설명해 보아라” 등에서는 ‘정당하다’와 ‘타당하다’ 둘 다 쓸 수 있다. 두 단어 모두 이치에 맞는다는 뜻을 지녀 함께 쓰이곤 한다. 하지만 ‘정당하다’와 ‘타당하다’는 약간의 의미 차이를 지니고 있다. 그 차이를 정확히 알면 보다 명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정당(正當)하다’는 ‘바를 정(正)’과 ‘마땅할 당(當)’이 만나 이치에 맞아 올바르고 마땅하다는 뜻을 나타낸다. ‘정당하다’는 어떤 행위나 일이 이치에 맞고 올바를 뿐 아니라 바르고 정의롭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피의자의 행위는 과잉 방어가 아닌 정당한 방어였다” “정당한 법의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 등의 경우 ‘정당’을 ‘타당’으로 바꿔 쓰면 어색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타당(妥當)하다’는 ‘온당할 타(妥)’와 ‘마땅할 당(當)’으로 이루어진 단어다. ‘타당하다’는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경우 주로 사용된다. “이번 논문에서 그가 제기한 주장은 타당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타당한 계획으로 선정된 상위 10개의 사업에 대해서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등에서는 ‘정당하다’가 아닌 ‘타당하다’가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의로움과 떳떳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정당하다’, 논리적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타당하다’를 쓴다고 보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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