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올해의 중고차 | '회전율(판매 속도)' 카니발, '잔존가치(중고/새차 가격)' 베라크루즈·K3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2000만대(2014년 말 기준)를 넘어섰다. 인구 2.5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셈이다. 여기에는 중고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도 한몫했다. 신차 판매량은 매년 150만대 안팎을 유지하는 반면 중고차 판매량은 2010년 200만대를 넘어선 뒤 지난해엔 330만대를 돌파했다. 중고차 시장 규모도 30조원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특히 신차 같은 중고차는 매물로 뜨기 무섭게 동이 난다. 나온 지 1~2년 지났지만 주행거리가 짧고 외관이 깨끗한 중고차는 사실상 신차나 다름없다. 이미 알뜰족은 이런 방법으로 내 차를 마련하고 있다. 올 한 해 중고차 시장에서 뜨고 진 차량은 어떤 것일까.
국산은 그랜저·쏘나타
수입차는 독일産이 점령
신차 시장에서의 선호도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국내 중고차의 40%가량이 거래되는 SK엔카가 올 1월부터 11월 말까지 홈페이지에 등록된 중고차 등록대수를 집계한 결과, 국산차는 현대차 그랜저HG(2만5617대), 수입차는 BMW 뉴 5시리즈(1만1188대)가 가장 많았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등록된 차량이 3개월 내 대부분 판매되기 때문에 등록대수가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다.
국산차에서는 그랜저에 이어 YF쏘나타(1만8449대)가 2위다. SK엔카 관계자는 “그랜저와 쏘나타는 전통의 베스트셀링카로 중고차 시장에도 워낙 공급이 많다. 특히 쏘나타는 LF 모델 출시 이후 YF 모델의 감가상각이 많아 실속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위는 경차 시장의 절대 강자인 기아차의 올 뉴 모닝(1만7203대)이다. 모닝은 지난 7월까지 7년 7개월(91개월) 연속 경차 시장 1위를 질주했던 기아차의 대표 경차다.

수입차에서는 독일 브랜드의 점령 현상이 뚜렷하다. 수입 중고차 등록대수 10위권을 모조리 독일 브랜드가 점령했다. 20위까지 확대해봐도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 IS250과 혼다 올 뉴 어코드, 미국의 크라이슬러 딱 3개 차량만 20위권에 들었다.
수입차 1~2위는 모두 BMW로 각 5시리즈(1만1188대)와 3시리즈(7325대)였다. 수입차 3위는 벤츠의 뉴 E클래스(6649대). 아우디 뉴 A6(6084대)와 뉴 A4(5004대)가 각각 4·5위다.
디젤게이트로 곤욕을 치르는 중인 폭스바겐도 중고차 시장에서 선방했다. 폭스바겐은 골프 6세대(3192대)가 7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뉴 티구안(1853대), 뉴 CC(1557대) 등이 각각 10~11위를 기록했다. 임민경 SK엔카 팀장은 “올 상반기 국산 중고차는 캠핑과 레저 활동 인기로 적재성이 뛰어난 차량이 강세를 보였고, 수입 중고차는 낮은 가격대 매물의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RV·SUV 중고차도 후한 대접
기아 K3 등 준중형도 선방

SK엔카에 따르면 올 한 해 3년이 지난 중고차(2012년식) 중 가장 잔존가치가 높은 모델은 현대 SUV 베라크루즈(디젤 2WD 300VXL)다. 2012년 당시 신차 가격은 약 3950여만원이었다. 3년이 지난 최근 시세는 2810만원으로 잔존가치는 71.1%다.
준중형에서는 기아 K3(럭셔리 모델)가 1위다. 3년 전 1651만원에 팔린 이 모델은 1100만원에 거래된다. 잔존가치가 60%가 넘는다. 이 모델은 가솔린 엔진이지만 연비가 14~16㎞/ℓ 안팎에 달할 정도로 효율성이 높아 실속파로부터 인기가 꾸준하다.
SUV나 RV 선호도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여전하다. 기아 모하비(4WD KV300), 스포티지R(디젤 2WD TLX 최고급형), 뉴 쏘렌토R(디젤 2.0 2WD TLX 스페셜), 카니발R 11인승(GLX 최고급형) 등은 65~70% 안팎의 잔존가치를 자랑한다.
경기 불황 탓에 대형차 인기는 시들하다. 등록대수가 가장 많은 현대차 그랜저HG(240럭셔리)나 기아차 K7(2.4 GDI 프레스티지 스페셜)의 잔존가치는 60% 초중반 수준. 2012년식 중 가장 잔존가치가 낮은 모델은 쌍용차 체어맨H 뉴클래식(500S 최고급형)이다. 이 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1740만원에 팔린다. 신차 가격이 4000만원이 넘는 걸 감안하면 3~4년 만에 60% 가까이 빠진 셈이다.
중형차 중에선 쏘나타 하이브리드(2.0 로열)가 가장 인기가 없다. 2012년식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중고차 시장에서 신차 가격 대비 반값에 불과한 1700만원에 팔린다. 이 차는 최근 몇 년간 감가율(신차값-중고차값/신차값×100) 50%를 꾸준히 넘어 ‘제값 못 받는 중고차’라는 오명을 썼다.
수입차는 대체로 국산차보다 대접이 시원찮다. 대체로 잔존가치가 50% 안팎이다. 일부 차종 가격은 3년 새 60% 넘게 폭락한다. AS 보증기간이 지나면 수리비용이 급격히 오르는 탓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 있는 수입차는 신차와 비슷하다. SUV와 RV 차량이 대체로 감가율이 낮다. 가장 잔존가치가 뛰어난 차는 폭스바겐 뉴 티구안(2.0 TDI 프리미엄)이다. 디젤 엔진 티구안은 힘과 연비가 좋아 수입 신차 베스트셀러 1~2위를 다툰다. 티구안의 감가율은 36.6%로 2012년식 모델이 2820만원에 팔린다.
이 밖에 아우디 Q3(2.0 TDI 콰트로 다이내믹)와 아우디 Q5(2.0 TDI 콰트로 다이내믹)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신차값 1억6000만원이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S500L(2012년식)은 3년 후 시세가 7000만원으로 떨어져 잔존가치가 37.9%에 불과했다. BMW 뉴 7시리즈(740i)도 60% 가까이 깎인 가격에 거래된다. 수입차도 대형차가 외면당하는 현상은 똑같다는 뜻이다 .

르노삼성은 최소 21일 지나야
중고차의 인기는 얼마나 빨리 팔리느냐로도 따져볼 수 있다. 역시 경·소형차, SUV와 RV가 돋보인다. 특히 SUV와 RV 모델을 많이 갖춘 기아차 인기가 높았다.
올해 주인을 가장 빨리 찾은 중고차 모델은 기아 올 뉴 카니발(2014년식)로 판매완료일은 14일이다. 이외 K3(2012, 2013년식), 더 뉴 스포티지R(2013, 2014년식) 등도 18일에서 21일 사이 판매가 이뤄졌다.
현대차 중에선 뉴 투싼ix(2014년식)가 평균 18일 정도 지나면 판매된다. 한국GM의 마티즈(2009, 2010년식)와 스파크(2011년식)는 20일가량 지나야 대부분 팔린다.
반면 르노삼성차는 모든 차량이 20일이 훌쩍 지나서야 비로소 거래된다. 현대차처럼 판매대수가 많지 않아 범용성이 떨어지고, 가격은 한국GM보다 비싼 ‘어중간한’ 위치 탓이다. SM5시리즈는 중고차 시장에 나온 지 21~23일은 돼야 판매된다.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잔존가치도 떨어지고 판매도 느리다. 가장 빨리 판매된 폭스바겐의 준중형 차량 뉴 제타(2014년식)조차 적어도 21일은 지나야 팔린다. 최고의 베스트셀링카로 꼽히는 BMW 뉴 5시리즈는 25일은 넘겨야 거래된다. 그나마 가격대가 저렴한 폭스바겐 골프시리즈가 21~23일 사이 새 주인을 만난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38·송년호 (2015.12.23~12.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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