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정화 이후 처음' 자력으로 국대된 김지호 이야기

17일 단양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KB국민은행 제69회 전국남녀 종합탁구선수권대회. 이곳에서 만난 현정화(46) 렛츠런파크 감독은 김지호(16·이일여고) 얘기를 꺼내자 방긋 웃었다. "저도 몰랐는데 지호가 저 다음으로 처음이라면서요? 고등학생이 실력으로 국가대표된 거. 정말 대단한 거에요."
그 말대로다.
김지호는 지난달 21일 끝난 2016 탁구 국가대표 상비군 최종선발전에서 3위에 올라 태극마크를 달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탁구 금메달리스트 현 감독 이후 여자부 고등학생이 추천제가 아닌 실력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된 것은 30여년 만에 처음이다.
◇16세의 국가대표
"국가대표 됐으니까 더 잘해야지."
요새 김지호가 자주 듣는 얘기 중 하나다. 정작 김지호는 태극마크의 무게가 실감나지 않는다. 대표팀에 선발된 소감을 묻자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언니들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김지호가 탁구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어린 시절 탁구 좀 치던 김지호의 삼촌이 어린 그에게 "탁구장 한 번 가볼래?"하고 물어봤던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어린 김지호는 처음 쥔 라켓을 들고 탁구를 곧잘 쳤고, 조카의 재능을 알아본 삼촌의 적극적인 응원 속에서 탁구부가 있는 광주 태봉초등학교, 그리고 군산 대야초등학교로 연달아 전학하며 본격적인 탁구 인생을 시작했다.

◇지면 눈물나는 '얼음공주'
김지호의 별명은 '얼음공주'다. 라켓을 쥐고 탁구대에 서면 표정이 얼어붙는다. 경기 내내 표정 변화 하나 없다고 주변에서 붙여준 별명이다. "경기할 때 집중하다보니 표정도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잘 안 웃는다고요? 교정기 때문에 못 웃어서 그래요, 하하." 쑥스러운 표정으로 씩 웃자 이에 다닥다닥 붙은 교정기가 얼핏 보였다.
별명은 '얼음공주'지만 어쩔땐 '눈물의 여왕'이다. 승부욕이 남달리 강한 김지호는 경기에서 질 때가 가장 괴롭다고 했다. "경기에 져서 탁구대 앞에서 엉엉 운 적도 있어요." 김지호는 불과 두 달전 강릉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도 눈물을 쏟았다. 당시 여고부 결승전에서 김하은(상서고)에게 3-2 풀게임 승부 끝에 패해 금메달을 놓치자 터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사실 중학교 3학년 때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갔는데 그 땐 2차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그 때도 많이 울었다"고 귀띔한 김지호는 "아무래도 질 때마다 힘들다"고 털어놨다.

단양=김희선 기자 kim.heeseo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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