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 연극이야기 27. 극단 성북동 비둘기 '장쥬네 하녀들'과 연극작업

김재산 2015. 12. 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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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탁 연출의 연극생산기지 “연극실험실 일상지하”

극단 성북동 비둘기를 이끌어 오고 있는 김현탁 연출이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선택한 것이 장쥬네의 ‘하녀들 apply to a play’ 이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성북동에 위치한 ‘연극실험실 일상 지하’ 위치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학로와 성북동 자라의 경계에 있다. 다양한 연극문화가 공존하는 대학로 중심에서 벗어난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치열한 연극작업 공간은 대학로와 성북동 자락의 경계에 있다. 대학로 연극문화의 주류를 형성하는 거리에서 완전하게 그 연극적 경계를 벗어나지 않은 성북동이 이 극단의 생산적 연극의 점화 장소다.

연극의 주류성을 품으면서도 연극동네 밖을 벗어난 비주류의 강렬함으로 돌진한다. 돌진하는 김현탁 극단의 속도는 성북동의 경계와 대학로 연극문화의 주류와 비주류를 혼합해 강렬한 김현탁 연극의 주류를 형성시키고 있다. 극단 소개를 “근대 도시화로 살아남은 성북동 비둘기처럼 동시대 연극의 상업화와 표준화 물결에 맞서 연극성을 고취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현탁 연출은 극단의 연극성과 정체성에 확고한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그동안 꾸준하게 선보여온 작품으로 한국연극 틈새시장에 확고한 연출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 극단에서 던져 올리는 작품에 눈길이 가고 있는 것이 극단 ‘성북동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상상력을 강렬한 실험성으로 발사시켜온 연극작업공간이자 공연장소인 ‘연극실험실 일상 지하’이다. 이 지하의 공간에서 독특한 해석과 관점으로 고전극의 텍스트를 무장해체 시켜 동시대로 비틀고, 꼬집으면서 실험이라는 강렬한 쟁반위에 문제작들을 연이어 올려놓고 있다.

연출은 이 공간에서 치열하고 도발적인 자세로 연극을 통해 동시대의 문제들을 점화 시켜 왔다. 파격과 실험의 강렬함으로 형성된 온도로 발사 시켜온 <김현탁의 산불>, <메데아 온 미디어>, <세일즈맨의 죽음>, <헤다 가블러>, <하녀들>, <열녀춘향>, <자전거 Bye Cycle>,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 등으로 신선한 문제작들을 선보여 오고 있다. 김현탁 군단의 연극작업실은 극단의 표현대로 거친 콘크리트 천장과 기둥, 시멘트 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그냥 지하실’이다. 조명시설도 변변찮은 이들의 연극작업 공간에서 치열하게 연극을 생산하고 그들이 점화 시켜놓은 연극을 본 다는 것은 편안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현실사회에서 불편하게 다가 올수 있다. 성북동 비둘기의 연극 작업 공간은 ‘날 것’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공간의 날것, 배우들의 날것, 연출의 날것과 싱싱함으로 성북동 자락에서 그들만의 연극을 출생시킨다. 동시대에 울려지는 울음소리는 강렬하다.

성북비둘기는 ‘살아있음’으로 돌진하고 강렬한 ‘연극온도’로 유지시키다.

성북동 비둘기 단원들은 텍스트를 통해 감싸고 있는 삶의 풍경과 인물의 내면성에 비쳐지는 복제된 그림자들을 거부한다. 독특한 시선과 관점으로 고전명작을 재조립하고 새로운 건축물로 리모델링해 동시대에 어울리는 강렬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골동품들을 현대적인 색감으로 채색하는 연출 상상력 상자에서 쏟아지는 재해석의 구조물들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상을 투영시킨다. 강한 빛으로 거추장스러운 양식들을 녹여 내리고, 연극의 실제성을 부여한다. 연극의 재현성의 경계와 그 경계에서 조립된 연극의 실제성은 관객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배우들도 극적행동의 뜨거운 발화를 통해 ‘살아있음’으로써 유기적 표현성을 회복한다.

연극실험실 일상지하 공간 바닥에서 형성된 성북동 비둘기의 연극 구조물들은 인간과 현실의 야수 같은 숨소리들을 걸러내고 사회에 비친 그림자들을 반사시키고 투영한다. 연극으로 동시대 현실의 모습과 인간들의 감정을 거침없이 수용하고 들어올린다. 특히 <열녀춘향>은 고정화되어 있는 고전인물 춘향의 외형성을 쪼개고, 외모지상주의 환영에 뒤틀린 내면의 욕망을 겹겹이 탑재한다. 동시대에 고전극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신선하다. 연출의 연극 수용은 파격과 실험성으로 무장 해제시킨다. 해체된 텍스트는 김현탁 언어가 된다.

언어는 절제되고, 그의 언어는 채움에서 덜어냄으로 확장시켜 배우들의 날것과 증폭되는 놀이 성으로 강한 엔진을 탑재시킨다. 김현탁 연출과 배우들에 신뢰가 가는 이유다. 무대 공간을 향해 돌진하는 배우들의 폭발력에 지하실은 일상을 공간을 넘어 현실사회를 향해 돌진해 가며 발랄하고 발칙한, 도발적 연극에 유쾌함까지 형성시킨다. 재창조는 해체와 파격성 그리고 실험적 연극 수용에서 형성된다. 연극은 표현자와 수용자가 명확한 관계 형성을 이루고 틈새로 강렬한 감정의 교감을 이루고 형성 시키는 예술이다. 달리는 차선을 확보 했다고 생각해 실험성으로만 무장한 채 돌진하면 관객과 정서적 괴리감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한다.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연극성의 차선은 명확하다.

동시대 연극들은 다양한 연극예술의 공존에도 더욱 진보된 연극의 수용성을 추구하고 갈망한다. 2005년도에 창단된 극단 ‘성북동 비둘기’와 김현탁 연출은 파격적인 실험성으로 강렬한 연극성을 들어내고 있다. 고전극에 탑재된 서사의 기억들을 말끔하게 지운다. 연극수용과 진행방식은 텍스트가 품고 있는 전경을 재현의 풍경화로 수평적 배치를 한다거나, 양식화된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인물 내면의 감정에 의존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철저하게 내·외면의 놀이성으로 무장해 기존의 지배적 연극질서들을 거부하고 텍스트를 넘어선 언어의 재창조, 이미지, 빛, 소리, 극적 행위와 배우들의 행동의 리듬들은 ‘살아있음’으로써 발화된 연극을 보여주고 있다.

시·공간은 오브제로 대체되고, 언어는 파괴된 소리로 공간성을 들어낸다. 빛은 극적 장면과 상징하는 도구로써 유기적 결합을 시도한다. 배우들의 생명성은 지속적인 ‘살아있음’의 공감의 내면과 극적행동으로 응집된다. 강렬한 퍼포먼스적 행위는 실제성을 형성하며, 살아 숨 쉬는 인물로 연극 안에 존재하는 그 이상의 존재성을 드러낸다. 배우의 신체와 언어는 주기적인 활동성으로 ‘살아있음’으로써 전달된다. 극단 ‘성북동 비둘기’는 재현적 환영성에서 비쳐지는 인물의 재창조, 텍스트의 복원과 재현성, 무대 공간 활용의 단면성에서 탈피해 ‘살아있음’으로써 전달되는 연극을 형성하면서 강렬한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연극실험실 일상 지하’에 온기를 넣자. 장쥬네 하녀들 ‘27일까지’

치열하게 연극을 재해석하고 강렬함으로 재생산 시켜온 성북동 비둘기의 ‘연극 실험실 일상지하’ 공간이 단체의 누적된 적자와 지역의 개발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는 공간 임대료 등의 이유로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처럼 지난 시공으로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성북동 자락의 경계에 연극지하실을 만들어 놓고 그동안 강렬한 연극의 온기를 형성해온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절박함에 놀라고, 지하공간에서도 마음 것 연극을 만들 수 없는 현실구조에 표정이 일그러진다.

대기업이나 각 기업 단체들은 문화를 들고 대중 앞으로 나서고 있다. 문화는 기업의 이미지를 대중과 친근하게 형성시킨다. 기업에서 문화를 들면 다양한 세금혜택도 주어진다. 국민들의 소비로 살아난 기업은 문화를 통해 정서적 환원을 시도하고 소비자와 좁히기를 한다. 문화는 하나인데 그 간판을 들고 있는 가면이 두 개라면 예술인들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연극예술지원은 예술의 특수성을 감안해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소비로 형성된 기업의 이윤을 순수하게 문화혜택으로 환원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다. 바람직하고 박수 받을 일이다. 연극만을 믿고 달려온 순수 예술인들에게 자본의 투닥거림은 절망적이며, 고통스럽다. 그동안 강렬한 점화력으로 연극을 발사시켜온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연극작업실(연극실험실 일상지하)은 관객들에게 연극을 강렬하게 형성시켜온 장소다. 강렬한 극단 성북동 비둘기의 온도를 품어줄 수 있는 기업이나 공유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는 것에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온기를 잃어 간다. 성북동 비둘기가 발사하는 연극 수용의 점화에 화력을 잃지 않도록 관객들이 연극실험실 일상 지하 공간에 온기를 모으는 일이다.

성북동 비둘기는 이번 장쥬네 <하녀들 apply to a play>를 소개하는 자료에서 “장쥬네 하녀들을 실험적인 감각으로 재창작 했다. 단순한 각색이 아니라 연극이라는 모티브를 하나의 주제로 끌어 들여 파격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으로 재탄생 시켰다고 밝히면서 수많은 극중극의 겹침으로 이루어져 있는 <하녀들-apply to a play>은 그 세계 속에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하녀라는 인물들은 누구이며, 그들의 실제 감정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하는 연극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마담(김미옥), 끌레르(이송희), 쏠랑주(조서희) 등 세 배우가 안정된 연기를 펼친다.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이나 연극학도들은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추천평가 ★★★★ (27일까지·연극실험실 일상지하·02-766-1774)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공연예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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