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한타바이러스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 가을이다. 이맘쯤 들리는 단골 소식이 단풍 행락인파와 유행성출혈열 이야기다. 전하는 소식은 유행성출혈열이 쓰쓰가무시병, 렙토스피라증과 함께 가을 3대 발열질환 중 하나이며,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하나 방치 시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는 경고 내용이다. 이 메시지와 함께 우리에게 들려오는 또 다른 뉴스가 노벨상과 관련된 기사다. 올해도 한국 수상자가 없어 그 원인을 놓고 이러저러한 진단과 반성을 듣게 된다.
해마다 이러한 두 소식을 겹쳐들으면 필자는 한타바이러스와 이를 발견, 연구에 매진한 원로 학자 이호왕(1928∼) 박사를 떠올린다. 유행성출혈열은 고열과 함께 침투한 체내 장기에 출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되는데, 30∼40년대 만주와 러시아에서 유행되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후 한국전쟁 시 유엔군 3200여명이 이 질병을 겪었고, 중공군도 이로 인해 고통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형출혈열’이란 병명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원인 규명을 위해 미국은 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 230여명의 연구자를 투입해 우리나라에서 15년간(52∼67) 연구에 몰입했지만 결국 병원체를 못 찾고 연구를 포기함으로써 미지의 학문 영역을 남겼다.
그러나 이 질병의 병원체는 76년 이호왕 박사의 연구를 통해 비로소 그 정체가 규명된다. 그는 한탄강 유역의 등줄쥐로부터 병원체를 추출, 이것이 세균이 아닌 새로운 바이러스임을 밝히고 그 바이러스에 ‘한타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이후 이 명칭은 속명으로 적용되었고 이 속에는 기준종인 한탄바이러스 외에 아무르바이러스, 서울바이러스 등 50여종이 기록되어 있다.
연구진 중 8명이 감염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백신까지 개발했으니 병원체 규명, 진단법 수립 및 예방백신 개발의 세 가지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셈이다. 세계 유일의 업적을 이룬 이 박사는 7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가이듀섹에 의해 노벨상 후보로 추천된 바 있다. 우리 과학사에 있어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던 한탄 이호왕 박사. 경기 북부 소요산 자락에 인류 보건에 기여한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 소요산 가을단풍 감흥의 하산길에 잠시 들러보면 어떨까.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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