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진심] 나의 영원한 스승 김응용 감독님께

2015. 7.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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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김응용 전 감독(가운데)이 해태 시절의 제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 끝에 이순철 위원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KIA 타이거즈 구단 제공

나의 마지막 스승 김응용 감독님께.

감독님. 2015년도 어느덧 절반이 지났습니다. 무더위가 지나면 가을이 오고 올 시즌도 그렇게 저물겠지요. 그렇게 2016년도 찾아옵니다. 어제 현역에서 은퇴하시며 '인생 2막'을 연 감독님의 2016년도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당신이 일군 9번의 해태 타이거즈 우승 중 8번을 저와 함께 하셨습니다. 그 긴 세월을 함께하며 서로 울고 웃던 추억이 왜 없겠습니까. 저는 감독님께서 치시던 1986년 어느날 공포의 외야 펑고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1985년 해태에 입단한 뒤 제가 그해 3루수로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받았잖아요. 그런데 이듬해 OB에서 한대화 선배가 이적해오면서, 제가 외야로 포지션을 바꾸게 됐습니다.

그때는 제가 어렸잖아요. 속상했나 봅니다. 외야 훈련 자세가 아무래도 예전만 못했겠죠. 더그아웃에서 그걸 보신 감독님이 나오셔서 펑고를 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런데 공을 저에게서 50m 떨어진 곳에 보내시는 거에요. 그걸 어떻게 잡습니까? 저도 '이분이 일부러 이러시는 구나' 싶어서 가다 말고 안 잡았죠. 하지만 감독님은 수 십 개를 연속해 같은 방식으로 펑고를 치셨어요. 곁에 있던 코치에게 '저놈의 자식. 꼬라지 부리는 것 봐라'하시며 노발대발하신 것 다 알아요. 지금이야 아름다운 추억으로 웃지만, 그 후 저희 한동안 '소 닭 보듯' 했던 것 아시죠? 무소불위,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던 우리 감독님. 그래도 저는 쥐어 터진 적은 없으니 다행입니다.

때로는 너무나 천진난만하셨어요. 감독님 기억하세요? 해태시절 경기가 위기 상황에 몰리면 벽에 붙어 있던 선수 출전 명단을 계속 찢곤 하셨잖아요. 그라운드에 굴러다니던 돌맹이를 들고는 손에 쥐었다 뺐다를 연신 반복하실 때도 있었어요. 차마 그라운드를 보지 못하셨던 거죠. 그러면 저희는 몰래 더그아웃서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코끼리 긴장했다, 긴장했어'라며 철없이 낄낄 웃었습니다.

남몰래 치셨던 '박수 세 번'은 또 어찌 잊겠습니까. 역전 만루 홈런이나, 극적인 결승타가 나오면 아무도 못 보게 박수 세 번을 치셨어요. 그리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짐짓 딴청을 피우셨습니다. 워낙 감정 표현을 잘 안하시잖아요. 당신을 모시며 박수를 치시던 모습을 두어 번 이상 본 적이 없던 것 같네요.

제가 감독이 돼 보니, 당신의 그 마음을 알게 됐습니다. 선수는 자기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리더는 그 모든 선수를 하나로 모아 아울러 가는 자리입니다. 제가 은퇴를 하고 지도자가 되고 나서야 그 고충과 어려움을 알게 됐어요.

지난 18일 올스타전 후 가진 식사 자리에서 당신이 하셨던 말씀이 귓가에 맴돕니다. "다른 건 다 괜찮다. 하지만 내가 한화 감독을 2년 하면서 혹시 '타이거즈'의 야구에 먹칠을 한 것은 아닌지 후회된다." 그 말씀을 듣고 가슴이 참 아팠습니다. 저희도 '당신께서 이글스를 맡지 않으셨다면 어땠을까. 해태에서 숱한 우승을 일구고 삼성 사장까지 지내시며 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던 분이 왜 한화를 이끄셔야 했을까'하는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하나, 모든 것은 결과론 아니겠습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늘 좋은 평가를 받고 승승장구하셨잖아요. '그래, 나도 이런 질타를 한 번 받아봐야지'라고 넘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감독님. 저희는 그저 감독님 건강만 걱정합니다. 앞으로 제자들이 마련한 모임에도 자주 오시고, 얼굴도 보여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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