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여고생의 일침 "학교에 배움이 있습니까"

윤성효 입력 2015. 7. 11. 13:22 수정 2015. 7. 1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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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시위 김다운양 "학생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여러분의 학교엔 진정 배움이 있습니까."

김다운(17)양이 10일 오후 경남 진주 차없는거리에서 들고 서 있었던 손팻말이다. 지나가던 학생과 시민들이 쳐다보기도 하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다.

다운양은 지난 4월 다니던 진주여자고등학교 2학년을 자퇴했다. 그는 "경쟁만 남은 배움 없는 학교에 있을 수 없다"며 학교를 뛰쳐나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왜 자퇴하게 됐는제, 왜 1인시위를 하는지에 대해 써놓았다.

그의 외침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운양은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는 시험준비만 시키는데 어떻게 그곳에서 진정한 배움을 얻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경쟁도 있어야 하지만 경쟁만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교육제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드러내지 못했던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해 보고 스스로 삶과 학교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경쟁만 남은 배움 없는 학교에 있을 수 없다"며 지난 4월 다니던 진주여자고등학교 2학년을 자퇴했던 김다운(17) 양은 10일 저녁 진주시내 차없는거리에서 "여러분의 학교엔 진정 배움이 있습니까"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 윤성효
다운양은 '손팻말 자보'를 통해 "나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그렇기에 실을 끊겠다"며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성적에, 입시에 가려져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내가 지금까지 남의 삶을 살아왔고 이대로라면 내가 내 인생을 살 수 없겠다는 사실에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자식의 재능은 무시한 채 1등만을 강요하는 부모님께, 1등만을 강요하게 만들고 제대로 된 교육은 실시하지 않는 국가에게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책임을 묻는다"며 "주입식 교육으로 학생들의 사고를 굳히면서 창의적 인재 운운하는 학교와 국가의 모순을 고발한다"고 외쳤다.

다운양은 지난 5월부터 10여 개 중·고등학교 앞에서 20여회 정도 1인시위를 벌였다. 한 중학교 학생으로부터 '우리 학교 앞에서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그 학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경상대 앞에서도 했다.

다운양은 페이스북을 통해 10~12일 사이 함께 1인시위를 벌이자고 제안했다. 서너명에게 반응이 왔다. 그들도 학교 교육에 대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고, 각자의 방법으로 1인시위를 벌이겠다고 한 것.

다운양은 이번 주말까지 1인시위를 하고 그만 둘 생각이다. 다운양이 처음에 진주여고 앞에서 1인시위를 했을 때 한 교사가 '다른 학교 앞에서도 해야지' 하는 말을 듣고 진주시내 학교 앞을 다니며 손팻말을 들었다.

다운양의 자퇴와 1인시위 소식이 알려진 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지난 8일 교육청으로 그를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 교육감은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다운양의 이야기를 들은 뒤, 책 2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날 다운양이 1인시위를 벌이자 여러 언론사에서 취재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다운양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내가 누군지, 왜 사는지에 대한 공부도 하자는 것"

- 1인시위를 하면 방해하는 사람은 없었는지?
"자기 학교 앞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선생님이 계셨다. 자기 학교 학생들이 저한테 영향을 받아서 같은 행동을 하면 어쩌느냐고 했다. 학생들이 자퇴하고 공부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느냐는 식이었다. 그러면 왜 하면 안 되느냐고 되물었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더라. 어떤 선생님은 '왜 학교 앞에서 하느냐. 하려면 교육청 앞에서 해야지'라 하기도 했다."

- 학교를 그만 두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는지?
"작년 7월경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입학 후 3월부터 아침 8시에 등교해서 밤 10시까지 공부만 해야 했다. 잠자는 시간도 부족했다. 물론 하루 서너 시간 잔다는 친구도 있지만, 저는 7시간을 자도 모자랐다.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아서라기보다 자율적으로 하고 싶었다. 정규수업에다 야간자율학습까지 억지로 해야 했다. 주입식 교육이 싫었다. 학생들도 선생님만 쳐다보고 필기했다. 학생들은 생각 없이 듣고만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생은 공부하는 기계다. 그런 게 싫었다."

 "경쟁만 남은 배움 없는 학교에 있을 수 없다"며 지난 4월 다니던 진주여자고등학교 2학년을 자퇴했던 김다운(17) 양은 10일 저녁 진주시내 차없는거리에서 "여러분의 학교엔 진정 배움이 있습니까"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 윤성효
- 부모님은 자퇴에 쉽게 동의하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자퇴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학교에 못 나가겠다고 말씀 드렸다. 실제 학교에 가지 않은 날도 있었다. 쉽게 말해 결석을 한 것이다. 부모님께 학교 교육의 문제를 이야기 했다. 공부하기 싫다가 아니라 왜 학교에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부모님께 학교에 있으면 멍청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씀 드렸다. 나중에는 동의해 주시더라."

- 자신이 바라는 학교 수업 방식이 있다면.
"시험 준비하는 공부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진정 배우기 위해서, 지식이 궁금해서, 알기 위해서 하는 공부를 하자는 것이다. 입시 위주로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교과서 안뿐 아니라 밖도 중요하다. 내가 누군지, 왜 사는지에 대한 공부도 하자는 것이다."

- 자퇴하지 않고 학교 교육의 문제를 학교 안에서 풀 수는 없었는지.
"학교 안에서 풀어 보려고도 했다. 부모님께서도 제가 학교 안에서 해 볼 수 있는 방법까지 해보라고 하셨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친구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친구들이 없었다. 학교 안에 있으면 제 자신이 없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 제도권 밖으로 나가면, 불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는지.
"제가 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불안감은 있다. 불안은 학교 안에 있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다. 학교 안이나 밖이나 다 있다. 그러면 '내가 선택하자'고 정한 것이다. 불안함도 제가 선택한 것이니 책임을 질 것이다. 불안감은 내가 해야 하는 것을 하지 못했을 때 생긴다. 친구는 학교 밖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학교 안에서는 친구도 서로 시험에만 연연한다. 학교 밖에서는 그렇지 않다."

- 자퇴에다 1인시위를 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부담되지는 않는지?
"처음에는 부담이 됐다. 두 달 가량 진주에서 1인시위를 했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언론에 나오는 게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순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져서 많은 학생들이 같은 인식을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난 8일 박종훈 교육감을 만났다고 하던데.
"교육청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교육청에 갔다. 자퇴를 하게 된 이유를 말씀 드렸다. 주입식 교육, 입시경쟁 속에서 학교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씀 드렸다. 학생인권이 침해되는데 학교에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 등교시간을 9시로 하고, 야간자율 학습을 폐지하든가 아니면 자율로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학교에서는 보충수업에서 빠지려면 부모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왜 자기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두발 자유과 복장 자유도 말씀 드렸다. 초등학교는 두발과 복장이 자유인데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왜 안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교육감님께서는 10년 정도 지나야 할 거 같다고 하시던데, 오늘 안 되는 일이 내일 바뀐다고 볼 수 없다."

- 대안교육을 생각하는 것인지.
"한때 대안학교에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대안학교에 가는 것 보다는, 이렇게 하다 보면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 본다. 학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한테서 배울 게 많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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