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씨가 마른다..청춘, 피가 마른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국내 상장기업들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4년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한 상장사들이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와 고용을 꺼린 탓이다.
당장 내년부터 2~3년간 정년연장제도에 따른 '고용절벽'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2%로 4월 수치로만 볼 때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에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미래세대의 밥과 꿈은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9일 통계청과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상장사 1749곳(유가증권시장 727곳·코스닥시장 1022곳)의 국내부문 전체 종업원 수는 151만4029명(유가증권시장 126만2943명·코스닥시장 25만1086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은 2.0%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장사들이 창출한 일자리는 2010년 11만4958명에서 2011년 8만5968명, 2012년 5만1487명으로 감소 추세다. 2013년에는 5만3712명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지난해 3만250명으로 또다시 꺼졌다.
한 해 동안 늘어난 전체 취업자 중 상장사가 차지하는 고용기여도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53만3000명으로 12년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장사의 비중은 2010년 35.6%에서 지난해에는 5.7%로 4년 만에 6분의 1로 떨어졌다. 2010년 창출된 일자리 100개 중 36개가 상장사 몫이었는데 지난해에는 6개로 줄었다는 의미다.
특히 고용 규모가 큰 대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낮아졌다. 종업원 수 상위 20위 상장사의 직원 증가율은 전년 5.5%에서 지난해 1.5%로 감소했다. 재무구조 등이 상대적으로 견실한 상장사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시장에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같은 경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고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꺼리는 모습이다. 이에 반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경제활성화 법안 등은 국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향후 2~3년간 청년고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의식을 갖고 임금피크제 도입, 근무시간 단축 등 사회적 합의를 이뤄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조개혁 등이 시급하다"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통과되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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