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와르르' 붕괴.. 낙동강 역행침식 심각
[오마이뉴스 정수근 기자]
▲ 무너진 미곡천의 교량 |
ⓒ 정수근 |
▲ 콘크리트 강판이 붕괴되어 버렸다. 대단히 위험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
ⓒ 정수근 |
낙동강에서 교량이 무너졌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교량이 무너진 것은 지난 2월 18일의 일이다. 이를 두고 역행침식으로 인한 붕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합천창녕보 하류 1.5km 지점에는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 황강이 있다. 그 합수부에서부터 황강의 800m 상류에는 황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지천인 미곡천이 있다. 이 미곡천 위를 잇는 교량의 일부가 무너진 것이다.
이 다리는 합천창녕보를 넘어온 차량이 통행하는, 길이 20여 m 폭 10여 m의 작은 교량이다. 이 교량의 일부(폭 3m)는 자전거도로였는데, 그 부분이 완전히 붕괴했다. 곧 교량의 전체로 붕괴가 진행될 우려가 있어, 차량 이용 자체를 통제하고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준공 4년 차... 아직도 발생하는 역행침식
▲ 황강의 지류 미곡천을 잇는 교량의 일부가 역행침식에 의해 붕괴되었다. |
ⓒ 정수근 |
▲ 곳곳에서 붕괴가 진행 중에 있다. 교량 자체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
ⓒ 정수근 |
기자는 지난 11일 문제의 교량을 목격했다. 역행침식 현상은 4대강 사업의 부작용으로 지천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침식 현상이다. 이러한 역행침식은 6m 깊이로 준설한 낙동강과 준설을 하지 않은 지천의 강바닥 높이 차로 인해 발생한다. 지천의 바닥과 양측면의 침식이, 낙동강과 지천의 합수부에서부터 상류로 거슬러 진행되기에 역행침식이라고 한다.
4대강 사업 공사 기간 중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천의 제방과 교량이 수십여 차례 붕괴된 바 있다. 4대강 사업 준공 4년 차인 2015년 봄, 이제 서서히 안정화에 접어들 것으로 판단되는 시점에도 여전히 역행침식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붕괴는 낙동강 지천의 지천에서 일어났다. 지천의 지천까지 연쇄적으로 역행침식이 일어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그동안 하천전문가들과 환경단체에서 지적한 문제들이 하나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낙동강 본류의 준설이 그 지천들에 얼마나 심각한 생태환경적인 변화를 야기하는지를 똑똑히 보여준다.
▲ 교량의 곳곳에서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의 교량은 언제든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
ⓒ 정수근 |
반복되는 지천의 역행침식 현상은 6m 깊이로 모래를 준설한 낙동강 본류에 다시 거대한 모래톱을 만들어 놓았다. 합천창녕보 아래에 모래톱이 형성된 것이다. 이같이 많은 양의 모래가 낙동강으로 흘러들었다는 것은 지천에서 그만큼의 많은 모래를 빼앗겼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안정성을 빼앗긴 지천의 제방과 교량이 약간의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고 있다.
교량의 유지보수 업무는 지자체의 담당이다. 지난 16일, 합천군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사고의 원인은 (역행침식이 아니라) 도로 배수불량 때문에 발생한 사고다, 현재 보수공사에 대한 설계 중에 있고 이달 말경에 공사 발주가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해명에 대해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도로 배수가 불량할 이유가 없다"며 "교량의 콘크리트 타설 부분이 주저앉은 것인데 이는 명백한 역행침식"이라고 반박했다. 박 교수는 이어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이것은 배수가 안 된 게 아니라 배수가 너무 잘 되어서 주저앉은 것이라 해야 옳다"며 "예산도 부족하고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는 합천군에 이런 일을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국토부의 책임을 요구했다.
병성천 둔치의 심각한 침식... 또?
▲ 병성천의 하천부지 농지에 일어난 역행침식. 침식 사면이 3m가 넘어간다. |
ⓒ 정수근 |
낙동강 상류 상주보 아래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인 병성천에서도 심각한 역행침식 현상이 목격됐다. 병성천 둔치의 상당 부분이 심각하게 뜯겨나간 것이 지난 3월 초 목격됐다. 이곳은 농민들이 하천부지를 이용해 파종을 해둔 청보리마저 뜯겨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
한 농민은 "이전에는 이와 같은 일들이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4대강 사업 이후에 병성천의 모래가 많이 유실되면서 이와 같은 침식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성천의 역행침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대강 사업 중에도 병성천과 낙동강 합류부에서 역행침식이 발생해 2011년과 2013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병성천의 제방이 붕괴돼 다시 재시공(2011년)된 바 있고, 낙동강과 만나는 합수부에는 거대한 바닥보호공 공사(2013년)가 행해져 합수부 쪽 침식을 일부 막고 있다. 시설이 물 안에 잠겨 있어 지금의 상태가 어떤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 낙동강의 지천 병성천의 하천부지 농지에 심각한 침식현상이 발생했다. 작은 비에도 이렇게 침식이 심하게 발생하면 큰비가 오면 더 심각한 침식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
ⓒ 정수근 |
2013년에도 역행침식 현상으로 병성교 아래 강바닥의 모래가 대거 유실, 상수관로가 드러나 재시공을 한 적이 있다. 모래층이 과도하게 쓸려 내려갔다. 강의 교량이나 바닥에 깔려 있는 각종 상하수도 관로, 가스관로 등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역행침식 현상의 위험성을 잘 말해준 사고다.
이러한 역행침식 현상은 낙동강이 안정화될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되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향후 역행침식으로 인한 지천과 교량의 붕괴현상은 계속해서 목격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합천창녕보에 다시 거대한 모래톱이 돌아왔다. 다시는 준설해서는 안 된다. 정말 귀한 모래톱이다. |
ⓒ 정수근 |
그러므로 최근 골재 부족 사태로 역행침식 현상에 의해서 낙동강과 지천의 합수부에 다시 쌓인 모래를 재준설하게 해달라는 대구경북 지자체들의 주장은 너무 위험하고 무책임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박창근 교수는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낙동강을 재준설을 하게 되면 강 스스로가 안정화되어 가는 길을 막는다. 이후 계속된 역행침식으로 지천을 '붕괴의 악순환'에 빠트릴 수 있다. 낙동강 재준설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붕괴의 악순환 막는 길, 4대강 사업 철저 수사
▲ 상주보 바로 아래서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인 병성천의 끝 부분부터 침식이 진행되어 그 상류로 계속해서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
ⓒ 정수근 |
역행침식의 반복, 붕괴의 악순환, 여름마다 반복되는 '녹조 라떼' 현상, 미증유의 모래 준설로 인한 골재 대란 사태, 보의 누수와 균열 그리고 파이핑 현상까지... 4대강 사업은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이었다. 땜질식 복구 작업은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응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뒤따라야 한다. 박창근 교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낙동강과 지천의 붕괴 악순환을 막는 근본적 처방이라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국민을 속인 대국민 사기행위인 4대강 사업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자원외교와 방산비리 못지않은 범죄행위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터럭만큼의 의혹도 남지 않을 정도의 고강도 수사를 해야 한다. 이 혈세탕진 사업을 도대체 왜 했는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철저한 심판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혈세를 탕진하고 국토까지 망치는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6년간 4대강사업 현장을 누비며 이 사업의 부당성을 밝혀왔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의 그날까지 계속해서 낙동강과 함께할 것입니다.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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