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면 참여 불가? 구단이 팬을 외면해?".. FC 서울의 황당한 이벤트

김철오 기자 입력 2015. 3. 16. 11:42 수정 2015. 3. 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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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스보다 그라운드가 더 중요합니까?"

프로축구 FC 서울이 논란에 휩싸였다. 홈 개막전 기수단 이벤트에 당첨된 팬을 휠체어 사용자라는 이유로 배제하면서다. 서울은 박주영(30)을 영입해 올 시즌 관중몰이를 기대했지만 미숙한 이벤트 진행으로 스스로에게 찬물을 뿌렸다.

회원수 132만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축구전문 커뮤니티사이트 아이러브사커는 16일 '서울과 50인의 깃발' 이벤트에 당첨됐지만 구단의 제지로 다른 기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주장한 회원 A군(15)의 고발로 요동쳤다. 서울은 지난 14일 오후 2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리그 2라운드이자 홈 개막전을 치렀다. A군은 킥오프를 3시간여 앞둔 오전 10시40분쯤 글을 올렸다. 글은 SNS를 타고 주말 내내 퍼지면서 공분을 일으켰다.

A군이 밝힌 상황과 커뮤니티사이트에 올라온 정황은 이렇다. A군은 서울의 서포터스인 '수호신'으로 3년째 활동 중이며 척수염을 앓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서울과 50인의 깃발' 이벤트 당첨 통보를 받은 시점은 홈 개막전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이었다. 당일 밤 10시30분쯤 커뮤니티사이트에 당첨 사실을 알렸다. 들뜬 마음으로 기쁨을 드러낸 A군에게 다른 회원들은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 날 오전 경기장에서 발생했다. 아버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A군은 "휠체어를 타고 잔디구장에 들어갈 수는 없다"는 구단 측의 제지를 받았다. 다른 기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로 입장하지 못하면서 깃발을 흔들 수도 없었다. 관중석에서 경기만 관람하고 돌아갔다. 구단 측은 기수단 티셔츠는 물론 선수들과의 만남으로 회유하려 했지만 이미 구단으로부터 외면을 당한 A군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는 없었다.

A군은 "(이벤트 당첨자들의) 집결장소에서 참여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으면 마음상하지 않고 (관중석에서 서포터스와 어울리며) 놀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습장소까지 함께 이동했는데 돌연 '참여할 수 없어 미안하다'고만 말하고 돌려보냈다. 휠체어를 밀어준 아버지는 어떡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A군은 한때 인터넷 청원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으나 구단 측의 사과와 후속 조치로 인터넷 게시물들을 대부분 삭제했다. 그러나 SNS에서는 서울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A군이 가입한 커뮤니티사이트는 물론 SNS에서도 서울에 사과를 요구하는 축구팬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K리그를 발전하게 할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가" "서포터스 한 명의 권리보다 그라운드가 중요한 것인가"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황금세대'의 핵심 전력이었던 박주영을 다시 영입해 팬들을 결집하려 했던 서울이 정작 한 명의 팬을 외면한 점도 축구팬들의 지적을 받았다. 한 네티즌은 "한 명의 관중을 수용할 준비도 하지 않은 구단이 축구팬들의 외면을 받는다고 호소하는 꼴"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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