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여주는 크리스마스 선인장
[오마이뉴스 최오균 기자]
▲ 섬진강에서 시집을 온 크리스마스선인장 |
ⓒ 최오균 |
어떤 사람은 이 꽃을 '크리스마스 선인장'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이 꽃을 '부활절 선인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천사의 꽃'이라고 이름을 지어 부르기도 한다.
이름이야 어떻든 내가 보기에는 이 꽃은 꼭 바다에서 자라는 게의 발처럼 생긴 잎 끝에서 피어난다. 그러니 총체적으로는 게발 선인장이라 말이 맞을 것 같다. 특별히 크리스마스 선인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 꽃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피어나기 때문이란다.
▲ 크리스마스선인장 |
ⓒ 최오균 |
"성탄절에 꽃이 피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캑터스(Christmas cactus)라는 이름이 붙었다. 게발선인장(Schlumbergera truncata)과 비슷하지만, 크리스마스캑터스는 줄기와 연결되는 부위의 가장자리가 둥글거나 무딘 톱니 모양인 반면, 게발선인장은 날카로운 톱니 모양이다.
꽃은 12∼1월에 연분홍색으로 피고 어린줄기 마디에 1∼2개씩 옆을 향하여 달린다. 꽃의 지름은 8cm이고, 화피는 뒤로 말린다. 열매는 서양 배 같이 생기고 지름이 8cm이며 붉은 색으로 익는다(네이버 지식백과: 크리스마스캑터스 Christmas cactus 참조)."
▲ 12월 1일 게발처럼 생긴 잎 끝에 붉은 꽃이 피어나기시작하고 있다. |
ⓒ 최오균 |
이 설명대로 우리 집 거실에 피어나고 있는 이 선인장은 크리스마스 선인장이다. 줄기마디의 돌기부분이 둥글면 크리스마스 선인장이고, 날카로운 톱니처럼 생겼으면 게발 선인장이라는 것. 나는 요즈음 이 크리스마스 선인장에 빠져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 만나는 꽃이다.
"야아, 어제 밤에 밤새 이렇게 예쁘게 피어났구나!
▲ 12월 6일. 그 중에 하나가 꽃을 피우고 있다. |
ⓒ 최오균 |
꽃들의 세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그냥 보면 가만히 정지되어 있는 것 같은데 자고 일어나면 이렇게 맹렬하게 피어나고 있다. 더욱이 이 추운 겨울에…. 붉은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아름답게 피어난 이 꽃을 보면 저절로 입맞춤을 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살을 에는 엄동설한에, 그것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우리 집 거실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는 이 크리스마스선인장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지리산 섬진강변 수평리 마을에 살고 있을 때이다.
▲ 12월 4일 꽃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
ⓒ 최오균 |
그해 봄 이웃집에 살고 있던 혜경이 엄마가 뭔가 심어진 작은 화분을 하나 들고 왔다. 그 화분을 자세히 살펴보니 꼭 게의 발처럼 생긴 작은 화초가 하나 심어져 있었다.
"잎이 꼭 게발처럼 생겼네요?"
"네, 그래서 이 선인장을 보통 게발 선인장라고 불러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핀다고 하여 크리스마스 선인장이라고도 하고요."
"크리스마스 선인장?"
"네, 크리스마스 무렵에 저 게발처럼 생긴 잎 끝에서 붉은 꽃이 피어나지요."
▲ 꽃술을 내밀기 전의 모습 |
ⓒ 최오균 |
그랬다. 혜경이 엄마의 말처럼 작은 화분에 자라나던 게발 선인장은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선혈처럼 붉은 꽃이 게발처럼 생긴 잎의 끝에서 아름답게 피어났다.
그리고 게발 하나가 매년 번식해서 지금은 저렇게 큰 화분 두 개를 덮고 있다. 금년에도 12월 1일부터 발톱 끝에 붉은 색을 슬쩍 내밀더니 매일 조금씩 밀고 나오다가 어느 순간에 활짝 피어났다.
▲ 엄동설한에 붉게 피어난 크리스마스선인장 |
ⓒ 최오균 |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크리스마스 선인장은 섬진강변 혜경이 엄마처럼 맑고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마치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른 듯 붉은 색 꽃잎을 슬쩍 내밀다가 어느 순간에 꽃잎이 옆으로 쭉 뻗어 나오더니, 고개를 수그리듯 툭하고 밑으로 떨어지며 피어난다.
살을 에는 엄동설한에 눈부신 햇살 삼키며 거실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는 크리스마스 선인장! 꽃잎을 층층이 뒤로 말아 올리면서 수십 개의 흰 수술이 붉은 봉처럼 생긴 암술 하나를 감싸며 쑥 뻗혀 나온다.
"붉은 립스틱 짙게 바른 입술처럼, 선홍 빛깔 토해내는 이 환희!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입맞춤 하고 싶네!"
▲ 꽃잎을 층층이 뒤로 말아올리고, 여러개의 수술이 붉은 암술 하나를 감싸고 밑으로 내민다. |
ⓒ 최오균 |
나는 매일 크리스마스 선인장을 카메라에 담고 또 담아본다.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듯 게발 끝에 꽃이 피어나려고 몽글몽글 뭉쳐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내 발톱이 다 근지러워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립스틱처럼 쑥 내미는 꽃잎 그리고 그 꽃잎을 층층이 뒤로 말아 올리며 피어난 꽃잎 가운데 연지처럼 쑥 내미는 꽃술! 아, 꽃들의 세계는 아무리 보아도 미묘하고 아름답다.
이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다른데 또 있다. 게발 선인장류는 밤에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잡아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강한 냄새를 풍기며 점막을 자극하는 포름알데히드란 기체를 제거하고, TV, 컴퓨터 등 가전제품에서 내뿜는 전자파를 흡수하는 데 특효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NASA가 지정한 <공기정화식물 50>선에 들어가 있다는 것,
▲ 12월 11일. 무수히 피어나는 크리스마스선인장 |
ⓒ 최오균 |
눈이 펑펑 내리는 창가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크리스마스선인장을 보고 있으면 이 꽃을 선물해준 섬진강변 혜경이 엄마가 생각난다. 어쩌다가 섬진강변에서 이곳 최전방 연천 임진강변까지 시집을 오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 났을까? 임진강에 땡땡 얼어붙은 얼음을 녹이고, 창가에 언 마음까지 녹여주려고 왔을까?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 '언론 고발사주 의혹' 대통령실 전 행정관, 공기업 자회사 임원 낙하산?
- 재벌에 장군까지...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대반전'
- 무념무상의 세계... 한번 걸어보면 느끼겠지
- 혼자서 숙제 안 하는 아이? 걱정하지 마세요
-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 윤 대통령 "북, 핵사용 기도시 정권 종말... 한미일 협력 더 강화"
- [영광군수 여론조사] 민주 32.5%, 혁신 30.9%, 진보 30.1%
- 이스라엘군, 레바논 국경 넘었다... "지상작전" 돌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