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도 이긴 아시시 성당 .. 30만개 조각난 벽화 되살려

정재숙 2014. 11. 25.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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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두 차례 강진에 크게 파손 전문가 300여 명 2년간 달라붙어 수백 년 축적한 원형 기록에 따라 '있었던 곳에 있었던 것처럼' 복원

11월 초부터 로마 문화계에서 논쟁거리로 떠오른 주제는 콜로세움 복개(覆蓋) 여부다. 한때 물을 채워 해군이 훈련까지 할 만큼 흙을 파내고 공개했던 지하 영역을 다시 덮자는 내용이 요지다. 로셀라 리아 콜로세움 관장 등이 주장하는 복개론의 뼈대는 18세기 발굴 당시 지하는 원래 덮여있던 곳이니 그 상태로 돌려놓자는 것이다. 다른 기능 없이 한낱 관람객의 구경거리를 위해 열어놓느니 복개하자는 주장은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었다. 다리오 프란체스 치니 문화유산활동관광부 장관은 트위터에 "일리 있는 의견"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처럼 '있었던 곳에 있었던 것처럼'은 이탈리아 복원 철학의 기본이다.

 지난 5일 찾은 콜로세움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로 붐볐다. 한때 이교도가 처형당했던 성소(聖所)이자 로마 시민들을 위한 각종 격투 경기가 치러진 콜로세움은 석양의 빛 속에서 거대한 고목(枯木)처럼 보였다. 시민을 즐겁게 해주는 대형 극장 구실을 했던 옛 영광은 영화 속 스펙터클로만 남았다. 세가지 기둥 양식을 쓴 거대한 벽체는 시대 따라 다른 건축 자재를 쓴 흔적이 확실했다. 오리지널은 석재이고 후에 복원한 부분은 벽돌이다. 진짜 부재(部材)와 가짜 부재를 육안으로 가려낼 수 있게 해 어디까지가 원형이고, 어디서부터가 복원인지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확연히 구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뭐 그리 집착할 것인가, '늙은 문명'의 지혜와 자신감이 도저하다.

 이탈리아 복원 역사에 남을 사건이 일어난 건 1997년 9월 26일 새벽이었다. 프란체스코 성인(1182~1226)의 고향인 옴브리아주 아시시에 있는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 두 차례 강진으로 크게 파손된 것이다. 1차 지진 때 대책반으로 투입됐던 세르조 푸세티(62)는 2차 지진 때 들어갔던 5명 중 유일한 생존자가 돼 '미라클 보이(기적의 사나이)'라 불리는 복원 전문가다.

지난 6일 현장에서 만난 푸세티는 "지금도 당시 산산 조각난 대형 벽화의 조각을 맞추고 있다"며 각 벽화 영역별로 수백 개 서랍에 간수 하고 있는 손톱 크기 색 조각을 보여주었다. 대략 추산해 30만 개로 깨진 벽화는 부분별로 미완성 조각이 8만 개쯤 남은 상태다. 색면(色面)이 비슷해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든 것들만 남아 복원에 난항을 겪자 현재 피사대학에서 전 조각을 스캔한 뒤 짜 맞추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조토, 치마부에, 마르티니 등 13~14세기 거장들이 펼치는 벽화의 향연은 놀라웠다. 오늘날 3D 시스템을 능가하는 공간감 넘치는 총천연색 다큐멘터리가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 펼쳐진다. 문화유산 복원 전문가 300여 명이 몰려들고 자원봉사자 수백 명이 달라붙어 2년 간 2800만 유로(약 388억원)를 들여 복원했다는 대기록은 성당이 지닌 영험의 힘이 원동력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 또 하나, 수백 년 다양한 원형 기록을 끊임없이 축적해온 역사 보존 의식이 성 프란체스코 성당을 부활시킨 저력이었음을 확인했다.

 유적(遺跡)의 나라 이탈리아를 떠나며 생뚱맞게도 '문화유산에게도 자연사할 권리를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느낌표가 떠올랐다. 곰삭아 먼지가 되어 바람 속에 흩어지는 흙처럼. 복원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완벽은 없을 것이다.

로마·아시시=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사진설명

① 1997년 9월 대지진으로 산산조각난 벽화를 기록사진과 일일이 대조해가며 붙여가는 복원 전문가. ② 아치형 천장 한 쪽 부분이 완전히 떨어져 비어버린 복원 전 상태. ③ 손톱 크기 색 조각을 일일이 맞춰 복원한 후 상태. ④ 30만 개로 떨어져내린 벽화 조각을 드로잉·그림·사진·문헌자료 등을 참고해 하나씩 이어나가는 모습. 현재 비슷한 색면 8만 개가 아직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수장고 선반에 낙하 지점별로 보관 중이다. 벽체에 붙일 때 쓰는 접착제는 이 성당을 위해 특별히 개발돼 '21 아시시'라 불린다. [사진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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