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치관여 했지만 대선개입은 아니다" 원세훈, 선거법 무죄·국정원법 유죄

나성원 기자 2014. 9. 1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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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위법 집행유예 4년 선고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불법 정치개입·선거운동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3·사진) 전 국정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정치개입을 지시해 국정원법을 위반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국정원은 국내 정치에 조직적으로 불법 관여했다는 오명을 씻기 어려워졌다. 법원 판결을 통해 박근혜정부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지 1년9개월 만에 대선 정당성 논란에서 한 발 비켜 설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11일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9일 구치소에서 출소한 원 전 원장은 선고 직후 귀가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 혐의 중 트위터글 11만여건을 작성한 혐의 등을 국정원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사이버 활동에 대해 "국정원법상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해 국내 정치에 불법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대선 선거운동을 한 것은 아니다"고 판결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려면 원 전 원장이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해 행동한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그런 구체적 지시는 없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문제가 된 사이버 활동은 선거 국면에서 국민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법리적으로 사이버 활동을 선거운동으로 볼 수는 없지만 특정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국정원의 책임이 크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정치개입을 방지해야 할 원 전 원장이 국책사업 홍보를 지시하고 정부에 반대하는 정당을 비방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할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은 결국 야당의 정치공세였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권의 눈치를 본 정치적 판결"이라고 맞섰다. 새정치연합 김영근 대변인은 국정원법 위반 유죄 판결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대통령 당선에 직간접적인 혜택을 입은 당사자로서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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