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 따뜻한 시선에 '혼혈 편견' 걱정 떨쳤어요

2014. 8. 1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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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게일 가족 이야기

"언니!" 해질녘 놀이터에서 종종 만나는 귀여운 꼬마 아가씨는 기자를 언니라고 부른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민에 빠진다. '이모라고 다시 일러줄까? 아니면 기분 좋게 언니라는 소리를 계속 들을까?' 하고 말이다. 이처럼 기자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는 아이의 이름은 이 아비게일(2·여). 동네에서는 '귀요미'로 통하는 아비게일은 곱슬머리에 까만 피부, 동그란 눈이 무척이나 예쁜 흑인 혼혈이다.

아산시 배방읍에 살고 있는 아비게일은 아빠 이성교(38)씨와 엄마 크리스틴 카서리마(38)에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다. 수많은 장벽을 넘어 이뤄낸 사랑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이씨가 크리스틴을 만난 것은 2002년 미국에서다. 척추지압요법(카이로프랙틱)을 공부하기 위해 홀로 유학길에 오른 이씨는 그야말로 '세상 끝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모든 것이 낯선 타국에서 언어까지 익숙하지 않다 보니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그런데 그때 이씨에게 손을 내밀어 준 이가 크리스틴이다.

 교양수업을 들으며 첫 인사를 나눈 크리스틴은 무척 밝은 친구였다. 음악적 취향도 비슷해 같이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크리스틴은 이씨의 따뜻함에, 이씨는 크리스틴의 긍정적 성격에 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레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결혼 반대한 이씨 부모 2년간 설득

그러나 두 사람은 위기를 맞았다. 결혼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고 싶었지만 이씨의 부모가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이씨는 자신에게 닥칠 상황을 미리 짐작했었다. 한국의 보수적인 문화와 정서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 때문에 크리스틴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씨 부모의 허락을 받기 위해 2년을 기다린 끝에 2008년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이씨는 비싼 학비 때문에 공부를 다 끝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공부를 중도 포기한 아쉬움보다 부인의 한국 생활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낯선 땅에서 크리스틴이 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리스틴은 남편처럼 걱정하지 않았다. 자기를 사랑해 주는 한 남자, 이씨가 그의 곁에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으로 온 이씨는 한서대 수안재활복지학과에 입학해 미국에서 끝내지 못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크리스틴은 방송국 리포터, 원어민 교사 같은 일을 찾아 했다.

"한국인으로 바라봐 주세요"

결혼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두 사람은 여느 부부같이 아이가 갖고 싶어졌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갖자니 두려움이 생겼다. 이씨는 그때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다문화가정을 이뤘고 그러면 당연히 혼혈아가 태어나기 마련인데 그게 두렵더라고요. 사람들이 내 아이를 어떻게 볼까 하는 두려움이죠." 그러나 크리스틴의 생각은 달랐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다르거나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 '특별한 아이'"라는 것이다. 그 말에 이씨는 힘이 났고 아비게일을 낳았다.

 그런데 아비게일을 낳고 보니 그간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비게일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매우 따뜻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스치듯 만나는 이들도 아비게일을 특별한 아이로 봐줬다. 그러나 이씨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더라도 여전히 대한민국엔 보수적인 문화가 있기 때문이란다.

얼마 전 국내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100명 중 5명이 혼혈이라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었다. 이는 한국이 단일민족에서 다민족 국가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구나 천안·아산엔 다른 지역에 비해 다문화가정이 많다. 선문대 글로컬다문화교육센터 김태우 계장은 "아비게일 같은 혼혈아를 '다른 아이'로 보는 것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문화가정에서 출생한 아이를 혼혈아로 구분지어 선을 긋는 게 아니다.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길을 열어줘야 할 때"라며 "그래야 아비게일 같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인으로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문화가정 지원 문의

아산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 041-548-9779

천안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 041-622-8904

윤현주 객원기자 200401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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