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 만들 수 있을까


만화나 영화 속에서는 우주선을 타고 다른 별을 여행하는 주인공이 종종 등장합니다. 우주여행이 꿈인 친구들도 있을 거고요. 인간이 처음으로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한 것은 1961년입니다. 그런데 50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인간이 여행을 한 천체는 달이 유일합니다. 과학의 발달로 우주선의 성능이 좋아지긴 했지만 별과 별 사이의 거리에 비해 우주선의 속도가 아직 너무 느립니다.
우주탐사선은 한 시간에 약 4만~8만㎞를 날아갑니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 센타우루스자리의 알파별은 태양에서 약 40조㎞ 떨어져 있습니다. 지금의 우주선으로는 약 10만 년 정도가 걸립니다. 따라서 태양계를 벗어나 다른 별까지 여행하려면 지금의 우주선보다 훨씬 빠른, 광속에 가까운 우주선이 필요하겠죠. 이런 여행이 정말 가능할까요?
광속 여행이 가능한지를 알려면 먼저 아인슈타인 박사가 발견한 상대성이론을 알아야 합니다.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1905년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죠. 기본적으로 모든 물질은 빛보다 빠를 수 없고, 빛의 속도로 알려진 초속 30만㎞가 우주에서의 한계 속도라는 것이 특수상대성이론의 기본입니다. 따라서 빛보다 빠른 우주선은 만들 수 없습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어떤 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날면 그 물체의 시간은 느려집니다. 또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공간은 수축합니다. '시간의 지연'과 '공간의 수축'은 특수상대성이론이 설명하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한 우주선이 빛의 속도에 가깝게 난다(어떤 방법을 사용했느냐는 문제는 생각하지 말기로 하죠)고 해보죠. 우주선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론에 의하면 빛의 속도에 가깝게 나는 우주선 안의 시간은 매우 느려집니다. '시간의 지연'에 의해 우주선 안에 있는 모든 물질은 매우 천천히 움직이죠. 팔을 한번 앞으로 뻗었다 오므리는데 보통 1초 정도 걸린다면 우주선 안에서는 며칠 혹은 몇 달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선에 있는 사람은 시간이 느려진 것을 알지 못합니다. 우주인의 몸속에 있는 모든 원자나 세포도 느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빛의 속도에서는 모든 물질의 시간이 정지하므로 결국 광속 비행을 하는 동안 우주선 안의 시간은 정지합니다. SF 영화에서 광속 비행을 하는 우주선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되면 공간은 매우 빠르게 수축합니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날아가는 물체는 거의 하나의 점으로 보이게 되죠. 어떤 우주선이 광속 비행을 한다면 창밖으로 보이는 건 별들이 옆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아니라 우주선이 날아가는 방향의 한 점으로 모든 별들이 모인 것 같은 장면이 될 것입니다.
'시간의 지연'과 '공간의 수축'은 특수상대성이론의 중요한 내용으로 여러분이 바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빛의 속도는 넘을 수 없는 한계라는 것과 빛의 속도에 가깝게 되면 시간이 느려지고 공간이 수축한다는 사실만 기억하기 바랍니다.
예를 더 들어 볼게요. 지구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서 시간을 재면 땅에서보다 느립니다. 인공위성은 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빠르게 지구 둘레를 돕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이 느려진다는 '시간의 지연' 효과에 의해 인공위성의 시간이 느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빛의 속도에 비해서는 아주 느리기 때문에 실제로 인공위성의 시간 지연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또 다른 예를 보죠. 두 명의 쌍둥이가 있습니다. 동생은 지구에 있고, 형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날 수 있는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1년 후 지구로 돌아온 형을 마중 나온 것은 머리가 하얀 노인이었습니다. 이미 눈치챈 친구들도 있겠지요. 그 노인이 바로 쌍둥이 동생입니다. 형에게는 1년의 여행이었지만 그가 탄 우주선이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였기 때문에 실제로는 상대성이론에 의한 시간 지연이 일어난 상태에서의 1년이 지난 것입니다. 지구에 있던 동생에게는 시간의 지연이 없었기 때문에 백발의 노인이 되었던 거죠. 이런 내용을 담은 영화로 '혹성탈출'이 있습니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여행을 한 우주인들이 몇 년 후 지구로 돌아옵니다. 그때는 이미 수천 년이 지나 인간들은 원숭이의 노예가 돼 있다는 내용이죠.
이 이론은 빛의 속도에 가까울 때만 적용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빛의 속도보다 빠른 우주선을 만들 수 없다'는 정도로만 이해해도 좋습니다.
그럼 빛보다 빠른 초광속 우주선은 만들 수 없겠지만 광속에 가까운 속도의 우주선은 만들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일단 속도가 빨라지면 줄지 않습니다. 속도를 계속 높여줄 수만 있다면 우주선은 결국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갈 겁니다. 핵에너지 혹은 그보다 더 효율이 좋은 에너지를 찾는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하는 날이 꼭 올 것입니다.
이태형 충남대 천문우주과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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