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과자집 할머니, 당신은 정말 마녀인가요


헨젤과 그레텔 남매는 가난한 나무꾼 아빠, 계모와 산다. 먹을 것이 떨어지자 숲 속에 버려진 아이들은 빵·과자·사탕으로 만들어진 집을 발견한다. 집주인은 아이들을 유인해 빵 굽는 화덕에 구워 먹는 마녀였다. 그레텔은 마녀를 화덕에 밀어 넣어 죽인 후, 헛간에 갇힌 오빠 헨젤을 구한다. 남매는 마녀의 집에서 발견한 보석을 갖고 집에 돌아와 행복하게 살았다. 『헨젤과 그레텔』은 당시 전해지던 버려지는 아이들과 마녀 이야기를 여럿 모아 그림 형제가 현재의 모습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혼자 사는 할머니 집에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화덕이 있다는 것이? 중세 서양에선 집에 개인용 화덕을 두는 것이 금지됐다. 당시 농촌 사람들은 세금을 내고 영주가 가진 마을 공용 화덕을 이용해야 했다. 도시 사람들은 집에서 빵을 굽지 않고 가게에서 사 먹었다. 화덕 설치비용은 너무 비쌌고, 화재 위험도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제빵사들은 일종의 동업 조합인 길드를 만들어 자신들의 권리를 지켰다.
이런 역사적 사실로 볼 때, 숲 속에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화덕이 있었던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아마 그녀는 배타적인 제빵사 길드에서 쫓겨나 숲 속에 자신의 빵집을 차린 것은 아니었을까? 당시 제빵사들은 밀가루의 함량을 속이고 빵 값을 비싸게 받았기에 반감을 샀다. 하지만 제빵사들은 시의 공직을 차지하며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지켰다. 이를 잘 보여주는 덴마크 속담이 있다. "시장이 제빵사인 곳에서는 빵이 언제나 작다." 혹시 숲 속 과자집 할머니는 정직한 가격에 빵을 팔았기에 도시 제빵사들에게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것은 아닐까.
빵 굽는 화덕이 왜 마녀라는 증거가 될까? 왜 사람들은 마녀가 어린아이를 화덕에 구워 먹는다고 생각했을까? 중세 유럽에는 아이를 화덕에 넣어 굽는 시늉을 함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주술이 있었다. 밀가루 반죽이 화덕에 들어가 빵으로 새로 태어나듯이, 아픈 아이도 그런 과정으로 병이 나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숲 속에 혼자 살면서 큰 화덕을 가진 할머니는 어쩌면 민간요법 치료사가 아니었을까? 유럽에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켈트족이나 게르만족의 민간요법은 미신·마법으로 몰렸다. 약초와 병 치료에 대한 지식을 전수받은 여성들은 마을에서 쫓겨나 혼자 살면서 몰래 찾아오는 환자들을 치료해 주다 마녀로 몰리곤 했다.
1963년,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한스 트랙슬러는 『헨젤과 그레텔의 진실』이라는 책에 숲 속 마녀의 집을 발굴하는 과정을 서술했다. 저자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혼자 사는 제빵사 여인을 마녀로 고발하고, 그녀가 무죄로 풀려나자 화덕에 넣어 살해하는 제빵사 남매의 실화가 『헨젤과 그레텔』의 원래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저자의 패러디물이지만, 마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해준다. 숲 속 외딴집에서 빵을 굽던 마녀들은 진짜 마녀가 아니라 길드에서 보호받지 못한 제빵사이거나 외톨이 민간요법 치료사 등, 사회적 약자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마녀는 없다. 마녀로 몰린 약한 사람이 있었을 뿐. 이렇게 같은 화덕이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빵을 구울 수도, 아픈 아이들을 살릴 수도,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늘 마녀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화덕을 독점하고 약한 자들을 마녀로 공격하는 사람들이 더 문제였다.
박신영 『백마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저자, 역사에세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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