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악성글 올린 20대 경찰이 잡고보니..
[오마이뉴스 정민규 기자]
▲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린 추모대회에서 참가자가 국화꽃을 들고 있다. |
ⓒ 이희훈 |
'일본해'는 25세 강씨의 다른 이름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는 이름보다는 일본해라는 인터넷 닉네임으로 불렸다. 별다른 직업이 없이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강씨에게 컴퓨터 속 커뮤니티는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 창구였다.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 일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게 주요 일과였다. 생활비는 나이든 할머니와 직장생활을 하는 이모가 벌어다 준 돈으로 해결했다. 차디찬 물속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돌아오지 못했을 때도 그는 세상과 키보드로 대화했다.
"세월호 침몰로 인간 OOO들이 뒈져서 다 후련하다. 자업자득이다."
그가 이런 식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은 차마 글로 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그는 주저함이 없었다. 4월 16일부터 5월 8일까지 강씨는 32번이나 인터넷에 비슷한 내용을 올렸다. 자신이 주로 활동해온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부분의 글을 올렸고, 일부는 트위터 계정이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그의 집을 찾았을 때도 그는 집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했다. 오히려 매달린 건 경찰 쪽이었다. 두차례 집을 찾고 외할머니까지 나서 경찰 수사에 협조하기를 원했지만 그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출석요구서도 무시한 그를 불러세울 수 있었던 건 압수수색 영장이 나온 뒤의 일이었다. 강씨를 수사했던 경찰관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였다고 말했다. 상당수 피의자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 글을 내리거나 사과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도 피의자는 '배에 빠진 사람이 한심하다'거나 '빠져나오면 되지 왜 죽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은 "피의자가 일본에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고, 한국을 비하하는 내용을 주로 게재해왔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 외에 그가 했던 것도 일본어를 공부하는 일이었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강씨를 형법상 모욕죄로 불구속 입건했다.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강씨가) 사회적 유대관계가 부족한 은둔형 외톨이로서 현실분위기와 동떨어진 글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유족을 비방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악성 게시글에 대해서는 강력히 단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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