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 전형적인 후진국형 대응.. 우왕좌왕·허둥지둥에 늑장구조
[쿠키 사회]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와 해양경찰청, 선박회사 모두 사고 대응 매뉴얼의 부재로 초기대응에 미흡했기 때문이다. 선박 회사는 사고 직후 승객 대피·구조에 우왕좌왕했고, 해경도 늑장 구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정부는 사고 초기 현장 수습의 가장 기초가 되는 탑승자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한 때 승객 대부분을 구조한 것처럼 발표했다가 뒤늦게 집계 착오였다고 수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유족과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각종 장비가 총동원됐지만 정부의 대처는 미흡했다.
해군 3함대는 유도탄 고속함과 고속정 23척을 현장에 급파했다. 미 해군 7함대도 서해상에서 임무 수행 중인 상륙 강습함정과 헬기를 지원했다. 국방부는 재난대책본부를 구성해 육·해·공군 항공기 8대를 급파했다.
특전사 신속대응부대 150여명도 현장 도착했으나 가시거리가 20㎝밖에 안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경은 다수인명 구조 매뉴얼을 통해 해상종합훈련을 해왔으나 이번 사고에서는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해경은 다수인명구조매뉴얼에 따라 해군 등 유관기관에 즉각 상황을 전파하고, 수협을 통해 민간 선박에까지 협조를 구했지만 민간 선박들이 어느 정도 인명을 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상황보고서에 한 줄도 보이지 않았다.
16일 오전 8시58분 여객선 침몰사고를 접수한 목포해경은 오전 9시 경비함 비상소집이 하달됐다. 하지만 신고 즉시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는 설명을 했을 경우 실종자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위기관리능력이 미숙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전 9시30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B-511호 헬기를 급파해 승객 18명을 첫 구조했다. 선체기울기는 60도로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태가 심각한 상황을 감안해 해경은 오전 9시15분 진도군청에도 협조를 구했다. 이어 9시16분 인근에 항해 중인 선박 3척에도 구조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경비함 123정(100t급)은 오전 9시50분 승객 80명을 구조했다. 오전 10시10분 경비함 123정은 구조한 승객 79명을 완도군청 행정선에 인계했다. 오전 10시20분 선체는 90% 이상 침몰상태였다.
해경은 '구명조끼 입기운동' 캠페인을 벌여왔으나 이번 사고 과정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생존자들은 해경 도착 10분전에야 '구명조끼'를 입도록 했다고 증언했다.
늑장출동 지적에 대해 해경청은 "연안해역 사고 신고접수후 현장과의 거리가 12마일이나 되는 상황에서 30분만에 전속력(20노트)으로 신속히 현장에 도착했다"며 "오전 9시50분쯤 경비함 123정이 80명을 구조하는 등 11시까지 161명을 구조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경이 현장에 출동한 뒤 적극적인 구조작업에 나서지 않아 피해가 더 컸다는 주장도 있다.
사고 선박에서 탈출한 김홍경(60·서울 화곡동)씨는 "해경이 헬기와 배를 급파해 구조를 벌였지만 배 위에 올라와 구조에 나선 해경은 단 한명도 없었다"며 "좀 더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벌였다면 더 많은 승객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오후 6시38분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정조시간 전후 약 1시간동안 잠수부들을 동원해 야간수색을 강행했으나 거센 물살 때문에 실패했다. 17일 오전 1시 정조시간에도 해군과 해경 잠수부 300명을 투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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