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현중 "잡음 있었지만.. 연기 맛 알았다"
▲ 김현중 |
종착역에 무사히 도착한 안도감 때문일까.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이하 감격시대)을 통해 기존의 꽃미남 이미지를 벗고 마초적인 남자로의 변신에 성공한 배우 겸 가수 김현중은 한결 여유 있는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김현중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다. 무엇보다 자신이 한 연기에 대해서는 후회보다는 보완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인터뷰 내내 본인의 연기에 대해 조곤조곤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제는 가수 출신 꼬리표를 떼고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난 모습이다.
김현중은 '감격시대'를 통해 4년여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 전작들에서는 보여 지지 않았던 이면의 모습이 매력적인 캐릭터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시청자들과 방송 관계자들로부터 '김현중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이번 작품이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전작에서 꽃미남 이미지가 많이 부각이 됐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마초적인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었죠. 진정한 연기자가 되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서도 인정 못 받는다면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겠죠. 전에는 작품을 끝내면 시원섭섭했는데, 이번 작품은 시원해요."
2009년 KBS2 '꽃보다 남자'에서 윤지후 역할을 맡아 처음 연기를 시작한 김현중. '꽃보다 남자'는 상류층 꽃미남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윤지후는 김현중의 SS501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작품에서 성공한 김현중은 이후 2010년 KBS2 '장난스런 키스'에서 주연 백승조 역할을 맡았다. 백승조 역시 꽃미남 캐릭터. 국내에서 시청률이 저조했지만, 해외에선 한류열풍을 타고 큰 인기를 누렸다. 김현중은 세 번째 작품인 '감격시대'를 통해 연기파로 거듭나기 위해 도전장을 던졌다. 주연으로서 한 작품을 이끌어 가는데 있어 부담감은 없었을까.
"원래 부담을 느끼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부담을 갖고 작품에 임하면 잘 될 것도 오히려 잘 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부담감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편안하게 연기했죠."
지난 1월 첫 방송된 '감격시대'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중일 대표 주먹들이 펼쳐내는 우정과 사랑을 다룬 액션 누아르 드라마. 김현중은 사랑과 의리를 지킬 줄 아는 낭만 시라소니 신정태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여성 시청자는 물론이고 남성 시청자들까지 단숨에 사로잡으며 주목을 받았다.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고 신정태라는 멋진 캐릭터를 만나 더 열심히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많이 부족한데도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 '감격시대'를 사랑해주신 모든 시청자 여러분들께 감사 드려요."
▲ 김현중 |
두 눈을 뗄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물론 보는 이들까지도 애틋해지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극중 인물의 감정선에 따라 눈물을 쏟고, 폭발하는 감정선을 내보이기도 했다.
"감정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생각하고 고민하면 더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마음 가는대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아직 배워야 할 감정도, 신도 많지만 순수하게 대본을 받아들이는 방법밖엔 없는 것 같아요. 오열 연기로 모든 연기를 봐 주시는 게 조금은 아쉬워요. 처음에는 스트레스 받았으나 촬영을 하면서 몰입했죠. 꿈도 '감격시대'밖에 안 꿨어요."
이처럼 계산하기보다는 대본에 집중해 자신이 해나갈 것들을 하나 둘 정렬해나가는 그는 배우들 간의 호흡이 이루어지고 앙상블이 이루어지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하기만 하다고. 비로소 '제 옷을 입은 것 같다'는 평을 듣고 있는 요즘의 김현중은 그만큼 행복하다.
"이번 캐릭터는 저랑 잘 맞아서 자유스러워진 것 같아요. 찍으면서 마음이 즐겁고 편안했어요. 그 전에는 슛 들어가면 경직되는 것들이 있었거든요.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도 아직 멀었죠. 아직 갈 길이 먼 건 언제나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요. 액션 연기는 여기까지, 이제는 아름다운 멜로 연기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그의 말처럼, 가수 출신 연기자 김현중을 바라보는 세간의 날카로운 시선들은 그에게 수많은 생채기를 내기도 했다. 그래서 언제나 털털한 성격을 자랑하는 그 역시 모든 일에 있어 아직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거에 대해 반감을 느끼시는 분이 분명히 있기에 조용히 연기로 인정받고 싶었죠. 그래서 내가 이걸 이겨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전 연기를 하는 사람이고 엔터테이너잖아요. 이제는 이겨내야죠."
'감격시대'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며 종영했다. 지난 4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감격시대' 마지막 회는 전국 기준 12.3%, 수도권 기준 13.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 중국 현지 촬영에 제작비 150억 원을 쏟아 부은 것에 비하면 만족할만한 성적은 아니다. 또한 내부 갈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집필을 맡았던 신인급 작가가 방송 시작 후 교체되고 주요 배우가 중도 하차하거나 겹치기 출연으로 논란을 빚은 데다 막판까지 배우와 스태프의 임금 미지급 논란이 불거지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잡음이 있었지만, 배우들 유대가 돈독해 끝까지 올 수 있었어요.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잘 끝나서 좋아요. 당시 상황에 불만은 없었어요. 오히려 극한이 되니까 밤을 셀 때 집중이 잘 됐어요."
▲ 김현중 |
그는 시작점이 달랐다. 오롯이 그 길만을 걸어온 이들보다 늦게 출발점에 섰고, 커다란 결심을 통해 시작한 연기자로서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시청자들은 가수 출신 연기자 김현중을 더욱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있어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게 김현중 만의 스타일이다.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아프고 힘들었지만 강해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혹독한 과정을 겪었기에 더욱더 멀리 내다보고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연기가 너무 재밌어요. 새 작품을 들어갈 때마다 누군가가 되고 그것을 전달한다는 것. 많이 부족하지만 동료들끼리 서로 교류하고 한 신 한 신 만들어 나가는 게 굉장한 성취감을 주거든요."
배우로서 만나고픈 선배는 이병헌이다. 할리우드에 진출해 영어로 대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단다.
"내가 외국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외국어를 하면서 일하고 싶지는 않아요. 모든 감정표현과 단어를 이해해야죠. 그건 성격상 내가 아닌 것 같아 싫어요. 언어를 많이 배워야죠. 이병헌 선배님이 영어로 연기하는 걸 보면 진짜 외국사람 같아요.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야 진정한 배우라는 얘기를 듣지 않을까요."
긴 시간동안 잘 닦아놓은 길을 포기하고 완전히 울퉁불퉁한 길로 들어섰다. '가수'가 아닌 '연기자'의 삶을 살고 있는 김현중은 연기와 함께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새롭고 소중하기만 하다. 이제는 스크린에도 욕심을 내볼 생각이다.
"그동안 영화는 일부러 안 했어요. 영화를 한다면 배우의 자세는 드라마와 같겠죠. 드라마는 채널을 돌리면 볼 수 있지만, 영화는 관객들이 돈을 내고 보는 거잖아요. 신중해야죠. 작은 배역이라도 조금 천천히 하고 싶어요."
'연기자'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은 김현중은 지금 이 순간도 그 이름에 걸맞은 연기자로 성장하기 위한 고군분투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14년 훨훨 날아오를 그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활동을 준비할 계획이에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얻은 배움을 바탕으로 연기, 노래 모두 더 발전한 모습 보여드릴게요. 내년에 한국 나이로 30대에 접어들어요. 군대에 가야하는데, 다녀와서는 내 음악을 하고 싶어요. 서른이 넘으면 춤추면서 힘든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어요. 그 때는 음악공부를 좀 해서 다른 음악을 해야겠죠.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밴드 음악을 하고 싶어요. 주는 연기가 될 것이고, 그 다음은 밴드 활동이 되겠죠."
(사진 = 스튜디오 아리 이한석)
유병철기자 yb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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