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아내', 한국 불륜극도 진일보했다

2013. 12. 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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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 네 이웃의 아내 > 의 네 주인공.

ⓒ JTBC

불륜은 짧고, 결혼은 길다. 그래서 이 부부 관계를 유지하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흔히 성격차이이라 일컬어지는 '성적'차이도, 간도 쓸개도 내줘야 하는 일터에서의 고충도, 불현듯 찾아온 중년의 사랑도 길게 보고 버텨 내야하는 과정인 것이다.

한국판 < 위기의 주부들 > 을 연상하게 했던 JTBC 드라마 < 네 이웃의 아내 > 는 이렇게 중년의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한국식의 유연하고 현실적인 보고서였다. 그리고 그 끝엔 지지고 볶아도 결국은 돌아가야 할 곳인 가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랑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그 고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명대사를 뒤로 한 채.

일종의 '엘리베이터 불륜극'이라 명명할 수 있을 만큼, 같은 동 같은 층 마주한 아파트에 살게 된 두 부부의 부부생활과 사랑, 그리고 일을 그린 < 네 이웃의 아내 > 은 깨알 같은 에피소드와 밀도 높은 상황 묘사를 통해 30대 이상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었다.

< 네 이웃의 아내 > 는 < 아내의 자격 > <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 등 JTBC 미니시리즈가 주력해 온 결혼과 사랑에 현실감을 불어 넣는 장르들의 연장 선상이었다. 동시에 < 위기의 주부들 > 이래 한국드라마가 모사해온 (서스펜스의 아우라를 휘감은) 가정 불륜극의 모범사례라 부를 만했다.

스와핑은 잊어라! 한국판 < 위기의 주부들 > 의 생생한 현실감

< 네 이웃의 아내 > 의 한 장면

ⓒ JTBC

자, 스와핑이란 단어가 한국에 상륙한지 어언 10여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묘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부부관계를 원동력으로 삼아 < 네 이웃의 아내 > 는 40대들이 한번쯤 상상했거나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곳곳에 지뢰처럼 배치해 놓았다. 내 얘기거나 내 친구의 얘기거나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에서 간접 경험을 했거나, 그도 아니라면 한번쯤은 상상하거나 남몰래 바라왔던 그것들.

그러니까, 오피스 와이프를 꿈꿨을지 모를 상식(정준호 분)과 내 아내가 아닌 다른 이와의 잠자리가 (어쩔 수 없이)필요했던 '아내발기부전증' 환자 선규(김유석 분), 가부장적인 남편으로부터의 복수를 염원하며 첫사랑을 떠올린 경주(신은경 분)와 일에 지쳐 한순간의 위로가 필요했던 송하(염정아 분)는 모두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필부필부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인물들이었다.

기센 와이프에 눌려 살던 선규가 경주의 갈비찜과 헌신에 감탄할 때, 대기업 부장인 상식이 순종적인 아내보단 당당하게 일하는 여성인 경주에게 끌릴 때, 아주 가끔 부부관계가 필요했던 송하가 자신을 더 이상 여자로 보지 않는 것 같은 선규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낄 때, 20여 년간 억눌려 살아온 경주가 첫사랑 선규에게 의뭉스런 연정을 품을 때 등. 이런 장면들은 분명 < 네 이웃의 아내 > 를 통해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 네 이웃의 아내 > 는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드라마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조율하는 동시에 현실감 넘치는 에피소드 위에 자연스런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부여했다. '불륜'과 '가정'이란 테마를 이야기의 중심자리에 위치시킨 채로.

장르와 현실감, 재미를 겸비한 2013년의 불륜극 그리고 성취

< 네 이웃의 아내 > 의 한 장면

ⓒ JTBC

드라마가 네 인물에 집중된 만큼, 중년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는 '믿고 가는' 수준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세련되고 솔직한 동년배 여성을 대표하게 된 염정아, 'X세대'와 '조폭마누라'를 거쳐 이제는 '배우'란 수식이 어울리는 신은경, 이태곤 감독과 <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 을 공유해서인지 전형성에서 벗어나 '재발견'이란 수사를 떠올리게 한 정준호, 그리고 지질해 보이지만 정의감 넘치는 의사남편을 선보인 김유석까지.

비록, 두 부부의 자녀들 에피소드가 왜 필요했는지 살짝 의아함을 자아낼 만큼 소비된 측면을 제외하고, < 네 이웃의 아내 > 는 깔끔하고 세련되게 마무리됐다. 마지막회의 해피엔딩이 다소 보수적인 결말로 흐른 것 처럼 보여도, 5억원 보험금의 존재가 알려지며 경주의 마음이 눈 녹듯 풀렸다고 해도, 전편을 통해 유지해온 주제와 완성도까지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집과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뤄진 이들의 로맨스가 수미쌍관과 같은 재치 넘치는 마지막 장면과 함께 마무리 됐을 때,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씁쓸한 뒷맛이리라. < 네 이웃의 아내 > 가 그려낸 세상살이의 쓴맛이, 부부관계의 복잡함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삶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주는 달콤 쌉싸름한 뒷맛이었다.

장르적 재미와 현실감, 그리고 시청률까지 모두 잡은 < 네 이웃의 아내 > 는 분명 막장이 판치는 한국드라마 지형도 속에서 손꼽을 만한 2013년의 '불륜극'이자 성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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