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K] ② K리그에 군경팀이 필요한 이유

정다워 2013. 12. 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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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상주] 정다워 기자= 앞선 기사에서, 풋볼리스트는 K리그에서 군경팀이 갖는 의미와 한계에 대해 짚어봤다. 기본적으로 군경팀은 한국 남자라면 마땅히 수행해야 할 병역의 의무가 엘리트 선수의 미래를 가로막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아시아 최고 선수상을 받은 슈퍼스타이자, 현재 상주 상무 소속으로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준비 중인 이근호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군·경팀들은 선수들에게 고마운 존재예요. 특히 지금처럼 프로리그에 참가하는 건 소속 선수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군경팀이 K리그에 참가해야 하는 이유

한창 전성기를 보내야 할 나이에 현역 군인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매우 가혹한 처사다. 그 나이의 활약이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직업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그래서다. 따라서, 비록 엘리트 선수들에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군·경팀 소속으로 뛰면서 병역 의무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이들에게 큰 행운이다.

군경팀이 프로 리그에서 뛰는 것은, K리그 구단들에게도 결국 도움이 된다. 상무에 입대한 선수들은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며 기량을 유지한다. 이후 팀에 돌아와 즉시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경찰의 염기훈은 지난 9월 수원 블루윙즈에 복귀한 후 시즌 막판까지 주전으로 활약했다. 지난 11월 전역한 김형일과 김재성도 포항 스틸러스의 K리그 클래식 우승을 도왔다. 특히 김재성은 울산 현대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결승골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리그 전체의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K리그 챌린지 고양HiFC의 이영무 감독은 "군경팀들이 상위권에 있다고 해서 우리가 그걸 탓할 수는 없다.어린 선수들이 상주, 경찰축구단처럼 좋은 팀들과 경기를 하면서 실력이 나아진다. 1년 동안 선수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점"이라고 설명했다. 적지 않은 선수들이 군·경팀들을 경험한 후, 기량 차이가 커 상대하기는 어렵지만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고백한다.

상주는 K리그 클래식과 비교해 관중수가 적은 K리그 챌린지의 흥행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상주의 인구는 11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실제 거주인구는 7만여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다. 그럼에도 평균관중은 2,000명에 달한다. K리그 챌린지 수도권 팀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수치다. 강원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도 7,000명이 넘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생산활동을 하는 인구의 10% 이상이 경기를 보기 위해 평일 저녁 경기장으로 향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군경팀이 K리그에 없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 이근호, 염기훈 같은 대형 스타들은 관중을 경기장으로 끌어 모은다.

언급된 이근호와 염기훈은 각각 군인, 의경 신분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경험들이 있다. 이근호는 지금까지 홍명보호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염기훈도 동아시안컵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군·경팀이 K리그에 속해있지 않었다면 이들이 대표팀에 차출될 확률은 아마 극히 낮았을 것이다. 꾸준히 K리그 챌린지에서 기량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이들이 프로리그에 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이근호는 "아마 내가 상주에 없었다면 대표팀에 승선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나라를 대표할 정도의 기량을 갖춘 선수가 기량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군경팀의 프로리그 참여는 분명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상무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경찰축구단은 현재 연고지를 찾아 새롭게 출발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수도권의 한 도시가 유력한 행선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발표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진척이 된 것은 맞다. 12월 중 확정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연고지가 확정되면 경찰도 법인화를 마치고, 프로구단의 자격을 갖출 조건을 확보한다. 상주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팀 운영이 가능해진다. 물론 현재 국방부와 존폐를 논의하고 있지만, 이 일만 잘 해결되면 내년에는 올해와 달리 구색을 맞출 수 있을 전망이다. 상주와 군·경 라이벌 구도를 이루며 K리그에 새로운 흥행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결국엔 선수들하기 나름

결국 앞서 나열한 문제점들을 풀 열쇠를 쥔 건 선수들이다. 선수들 스스로 자신이 소속된 팀에 애정을 쏟는 게 방법이다. 입대할 때만 해도 원 소속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방황하던 이상협은 상무에 입대해 제 자리를 찾았다. 올시즌에는 리그에서 15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근접했다. 상주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그는 "상주가 시민구단으로 창단하면 꼭 여기로 오고 싶다. 지금까지 있었던 팀들 중 상주에 내 팬이 가장 많은 것 같다"며 농담을 할 정로 상주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과거 상주의 상징적인 스타였던 김정우도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다. 그는 2011년 팀을 떠날 때 상주를 위해 거액의 장학금을 쾌척했다. 상주 지역의 유소년들을 위한 일이었다. 지금도 적지 않은 꿈나무들이 김정우의 도움으로 공을 차고 있다. 이후 성남 일화와 전북 현대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에는 상주를 적지 않게 그리워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상협과 김정우의 사례는 상주 선수들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선수 하기에 따라 내 팀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군대에 다녀온 이들을 잘 알겠지만, 입대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다치지 말라"는 조언이다. 상주, 혹은 경찰에 가는 선수들의 생각도 다를 수는 없다. 박항서 감독은 "이 선수들도 원 소속팀이 있다. 결국에는 돌아가야 한다. 여기에 올인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직업 군인이 아니지 않은가. 무작정 여기에 모든 것을 쏟으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소속팀에 애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건 구단과 리그 전체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선수 자신을 위한 일이다. 상주의 한 관계자는 "상주에서 열심히 한 선수들은 전역한 후에도 소속팀에서도 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상주에서 좀 더 열심히 할 걸 후회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2년 여의 군 생활을 통해 선수 개인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원 소속팀과 얽히는 문제는 풀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선수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프로선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친정팀 강원을 상대한 백종환은 "내가 이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강원의 팬들과 감독, 구단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선수는 경기에 투입되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충 하는 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제도만으로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즌 막판 힘이 빠지는 것도 이제는 보완이 가능하다. 승강제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잔류라는 확실한 동기부여로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실력 있는 선수들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면 능력은 극대화된다.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증명된 사실이다. 과거와 달리 군·경팀의 선수들이 시즌 도중 리그를 포기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단 국가의 특수성 인정해야

적지 않은 이들이 외국의 사례를 들어 군·경팀들의 존재에 문제를 제기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의미 없는 행위로 규정한다. 여기는 한국이다. 모든 시스템은 한국의 실정에 맞게 구축돼야 한다. 선진축구 모델이라 불리는 독일 분데스리가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맹목적으로 따라갈 이유가 없다.

한국은 분단국가다.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다. 신체가 건강한 남성이라면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축구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면,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맞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옳다. 상주와 경찰이 프로에서 뛰는 것을 삐딱하게 볼 이유가 없다는 생각도 여기에서 나온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적지 않은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기능은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순기능은 극대화해야 한다.

지난 9월 병무청은 운동선수들의 병역특례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11월 아시안게임 금메달 금메달리스트에게 혜택을 주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문턱은 여전히 높다. 특히 국가대표팀이나 올림픽팀에 선발되지 않는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란 잡을 수 없는 꿈이기도 하다. 대표팀과 유럽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의 군대 문제도 중요하지만, K리그 선수들의 그것도 다르지 않다. 군·경팀의 존재는 단순히 해당 선수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의미있게 여겨져야 한다.

사진= 상주, 한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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