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떠올린 훈훈한 시상, 청룡상의 거침없는 반전 눈길
[일간스포츠 정지원] 올해 청룡영화상 시상식의 거듭되는 '반전'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린 최우수작품상과 남녀주연상 부문에서 특히 눈에 띌만한 '반전'이 터져나왔다.
사실상 이번 시상식에는 각 부문별로 워낙 쟁쟁한 후보들이 몰려있어 사실상 어느 쪽으로 상이 돌아가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상황. 그럼에도 흔히 영화계 관계자들이 예상해볼수 있는 방향과는 조금씩 노선을 달리하는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수상작(자) 발표후 '말도 안 된다'는 비난을 듣기보다 '충분히 상 받을만한 이들에게 잘 분배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냈다.
▶수상 기대 받지 못했던 '소원' 최우수작품상 영예
22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최고의 반전은 최우수작품상 발표의 순간이었다. 이날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된 영화는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소원'. 아동성폭행 피해자와 그 가족이 고통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동화같은 감성으로 그려내 호평받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설국열차' '베를린' '관상' '신세계' 등 스케일이 크고 흥행성적이나 화제성이 더 좋았던 경쟁작이 진을 치고 있어 '소원'의 수상을 점쳤던 이가 없었던 상황이다. 이준익 감독과 주연배우 설경구도 무대에 올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수상"이라며 놀라워했다.
사실 '소원'은 제작진과 배우 전원이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작업한 영화. 혹시나 자극적인 소재로 돈벌이를 한다는 비난을 들을까봐 최대한 경건한 자세를 취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결국 이번 수상을 통해 영화계에 '사업적 수완도 좋지만 아직도 진심은 통한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소원'에 출연한 배우 엄지원도 내내 눈물을 흘리며 "소원이의 진심을 사랑해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날 '소원'은 각본상, 여우조연상, 최우수작품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여우주연상 한효주, 남우주연상 황정민 수상도 훈훈한 결과
이날 여우주연상은 '감시자들'의 한효주가 가져갔다. '숨바꼭질'의 문정희, '몽타주'의 엄정화, '연애의 온도'에 출연한 김민희, '소원'의 엄지원과 경합한 결과다. 후보 중 엄정화와 문정희가 임펙트있는 캐릭터를 연기해 유력한 수상후보로 꼽혔던게 사실. '감시자들'의 여러 출연자 중에서도 메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사실상 영화 전체를 이끈 한효주가 이들에게 밀릴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엄정화와 문정희의 캐릭터 자체가 남기는 여운이 강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휘어잡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런 의미에서 한효주의 수상은 '훈훈한 반전'으로 불렸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요즘 여배우가 부각되는 영화가 잘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간혹 나오는 좋은 작품을 가져간다면, 그 여배우가 그만큼의 능력을 갖췄다는 말로 해석가능하다. 한효주는 매년 당당한 주연으로 영화에 출연하고 있고 매번 적당한 변신을 시도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수상으로 입지가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우주연상 수상자는 '신세계'의 황정민. '관상'의 송강호, '7번방의 선물'의 류승룡, '소원'의 설경구, '더 테러 라이브'를 이끈 하정우와 경쟁을 펼쳤다. 이름만 들어도 놀랄만한 후보들이 진을 치고 있어 시상식 전부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부문이다. 그중 황정민의 경우 2000년대 초반 수많은 상을 휩쓸다가 최근 몇년에 걸쳐 상복이 없었던 배우. 하지만, '신세계'에서 오랜만에 '연기 잘하는 사람만 소화 가능하다'는 캐릭터를 맡아 특히 관계자들로부터 '최고'라는 극찬을 받았다. 평론가들도 "'달콤한 인생'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젊은 시절 황정민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며 호평했다. 앞서 수차례 영화시상식의 남우주연상 부문 후보가 됐다가 재차 수상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청룡영화상에서 상을 받아 설움을 털어낼수 있게 됐다.
※제34회 청룡상 수상자(작) 명단
▶최우수작품상='소원'
▶남우주연상=황정민('신세계')
▶여우주연상=한효주('감시자들')
▶감독상=봉준호('설국열차')
▶신인감독상=김병욱('더 테러 라이브')
▶남우조연상=이정재('관상')
▶여우조연상=라미란('소원')
▶신인남우상=여진구('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신인여우상=박지수('마이 라띠마')
▶2013년 최다관객상='7번방의 선물'
▶기술상='미스터고' 정성진
▶조명상='베를린' 김성관
▶촬영상='베를린' 최영환
▶미술상='설국열차' 앙드레 넥바실
▶각본상='소원' 조중훈 김지혜
▶음악상='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모그
▶청정원 단편영화상='미자'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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