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에 감금하고, 식사시간에 퍽 퍽
[오마이뉴스 최병렬 기자]
▲ 안양시 모 장애인복지시설 요양보호사가 지적장애 어린이의 뺨을 무차별적으로 때리는 장면 |
ⓒ 동영상 |
경기 안양시 한 장애인시설에서 지적장애인들을 수년간이나 상습 폭행하고 안양시가 지원한 시설비까지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10일 "안양시 모 장애인복지시설 요양보호사 A씨 등 2명을 지적장애인들을 상습 폭행하고 학대한 혐의로, 시설장 B씨를 시설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안양시장에게 이 시설을 폐쇄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말 안양시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던 공익요원이 요양보호사가 지적장애인을 폭행하는 장면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해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인권위는 지난 5월 사건을 접수하고 직권조사에 착수해 3개월여 만에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관련기사 : 안양 지적장애인시설에서 폭행 인권침해).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이 시설의 요양보호사 A씨는 2012년 1월부터 지난 5월 초까지 최소 20차례 이상 지적장애인을 지속적으로 폭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장애인들이 문제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손바닥, 주먹, 막대기 등을 이용해 얼굴을 마구 때리거나 벽으로 밀어 목을 조르는 등 수시로 폭행을 가했다. 이로 인해 몇몇 피해자들은 얼굴이 퉁퉁 붓거나 코피를 쏟았고 일부 장애인은 기절까지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또 장애 정도가 심한 일부 장애인들은 이른바 'OOO방'이라 불리는 3층 독방에 감금한 뒤 상시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시설장은 횡령하고, 요양보호사는 폭행하고
▲ 지적장애인에 대한 폭행사건이 상습적으로 발생한 장애인시설 |
ⓒ 최병렬 |
시설장 B씨는 4곳의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폭행 사건이 발생한 곳은 2000년도부터 2013년 6월까지 지적·자폐성장애 등 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상담 및 재활치료, 일정기간 숙식 등 거주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안양시에 신고되지 않은 미신고 시설이었다.
인권위 조사결과 B씨는 미신고시설과 신고시설인 '단기보호시설'을 별도 구분하지 않고 예산과 인력을 임의로 공유했다. 또 거주생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숙식하도록 하는 등 결과적으로 단기보호시설 생활인이 받아야 할 적정 서비스를 박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씨는 미신고시설에서 폭행이나 가혹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신고나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미신고시설 이용자로부터 취득한 이용료를 개인자산으로 관리하고 시설운영비로 시에서 지급받은 보조금까지 개인적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B씨가 이용료 19억여 원을 받아 세금도 내지 않고 13억 5000여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으며 시설 입소자와 근로자 통장으로 입금된 급여 5500만 원을 빼내 개인적으로 사용했고, 이용자가 없는 시설에서 3800만 원의 보조금을 부당 수령했다"고 밝혔다.
또 "B씨는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보자가 제출한 동영상, 녹음파일, 피조사자의 진술에 의하면 시설장을 포함해 다른 종사자와 사회복무요원들이 모두 목격하거나 들어서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안양시에 의해 파견돼 단기보호시설과 보호작업장에 배치돼 복무중인 사회복무요원들이 장애인에 대한 지속적인 구타와 폭행을 보고도 이를 답습하거나 관리자의 지시만을 그대로 따르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폭행 사실을 제보한 공익요원이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에는 요양보호사 A씨가 어린아이로 보이는 장애아동의 뺨을 수차례 때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화면을 보면, 공익요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옆에서 이를 보고도 '나몰라라' 방관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인권위, 안양시 지도·감독 의무 해태 지적
▲ 안양시 관내 한 장애인시설 요양보호사가 지적장애인들의 식사시간에 한 장애인을 구석에서 폭행하는 장면 |
ⓒ 동영상 |
인권위는 관리·감독 기관인 안양시의 지도·감독 의무 해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인권위는 "안양시 공무원들이 동 시설이 미신고 장애인 시설로 실질적으로 운영되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면서 "아울러 보건복지부가 전국적으로 추진한 불법 미신고 시설 양성화 정책을 통해 양성화 될 수 있었음에도 관리·감독 소홀 및 직무태만으로 종국에 시설 생활인 초과운영과 폭행 및 학대 등의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공무원들의 책임을 묻고 그에 상응한 처벌을 하여야 하나 충분히 반성하는 점, 위원회 조사에 적극 협조, 장애인복지시설 전수 실태조사 및 인권교육 계획수립 제출 등 개선 노력과 경기도 타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설 담당 인원이 적어 업무가 과중한 점 등을 고려해 금회에 한하여 엄중 경고하는 것이 적정할 것으로 판단했다.
안양시에 확인한 것에 따르면, 이번에 폭행사건이 발생한 미신고시설은 폐쇄 조치됐고 거주하던 지적장애인들은 지난달 모두 귀가 조치됐다.
한편 안양시는 B씨가 운영하고 있는 나머지 3개 인가시설에 대해 ▲ 7월분 보조금 전액을 지급중지 조치 ▲ 시설 장애인 귀가 및 타 시설로의 분산 ▲ 보조금 회수 ▲ 시설 공익근무요원의 재배치 등 시설 폐쇄에 따른 매뉴얼 등을 준비해 놓은 상황이라지만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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