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지천 놔두고.. 4대강 사업, 번지수 잘못 짚었다"

2013. 8. 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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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소희 기자]

경기도 여주군 흥천면 복대3리 복하천 다리를 둘러보고 있는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민주당 이미경·임내현 의원(위에서부터 차례대로).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과 민주당 4대강조사위는 9일 여주군 일대를 둘러보며 "4대강 사업에 밀려 지천 정비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바람에 수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 박소희

콘크리트 다리는 찰흙판처럼 구부러져 있었고, 둑이 터져 물이 다 빠져버린 저수지와 절반 이상 급류에 떠내려간 징검다리는 제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9일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아래 4대강 검증단)과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원회'(아래 민주당 4대강 조사위, 위원장 이미경)가 경기도 여주군에서 목격한 상황이다.

4대강 검증단은 이날 여주군 흥천면 복대3리와 대신면 옥촌리, 양촌리, 금사면 일대를 다니며 7월 22일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를 살펴봤다. 당시 여주군에는 평균 241.85mm의 비가 내렸고, 특히 흥천면은 361.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금사면과 대신면, 산북면의 강우량도 300mm 안팎을 기록했다. 여주군 곳곳에서는 넘쳐난 물로 농경지와 집이 잠기고, 산사태가 일어났다.

복대3리 앞 복하천에 난 다리 하나는 아예 브이(V)자 모양으로 주저 앉았다. 금사면 전북리 용담천에 세워져 있던 전북교도 세번째 다리 기둥이 사라져버렸다. 2010년 여주읍 연양천 신진교, 2011년 대신면 한천 용머리교와 북내면 금당천 세월교에 이어 또 다시 4대강 사업 이후 여주군 지역하천에 있던 다리가 무너진 것이다.

검증단은 그 원인을 '역행침식(일반적으로 상류에서 하류로 서서히 침식이 일어나는 것과 반대로 하류에서 상류로 급속히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본류인 남한강을 준설하고, 이포보를 세우면서 유속이 빨라져 역행침식이 나타났다는 말이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하천 등에 보를 설치하면 유속이 빨라지면서 보 좌우에서 측방침식 현상이 일어난다"며 "보는 홍수 위험을 높이는 구조물이지, 낮추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역행침식이 오늘 내일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역행침식 피해 앞으로 계속... 공학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

7월 22일 무너진 경기도 여주군 홍천면 복대3리 복하천 다리. 4대강사업 검증단은 4대강 사업 이후 유속이 빨라지면서 역행침식이 일어난 상태에서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다리가 무너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반면 여주군청과 복대3리 이장은 "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 박소희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옥촌리에 있던 저수지는 지난달 폭우로 둑이 무너졌다. 4대강 사업 검증단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추진했던 저수지둑 높이기 사업이 경제성이나 안전성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 96개 저수지에 2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옥촌리 저수지 같은 곳은 그대로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 박소희

"역행침식은 대개 5~10년 동안 진행됩니다. 공학적으로 막을 수가 없어요. 여주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역행침식 피해가 계속 발생할 개연성이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안전한 본류는 더 안전하게 만들고 위험한 지천은 더 방치한, 번지수를 잘못 짚은 사업이에요."

이미경 민주당 4대강 조사위원장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본류 정비사업은 지난 30년 동안 계속해서 범람 우려 등이 줄었으니 홍수가 나는 곳은 지천이라 그쪽에 예산을 써야한다고 했다"며 "4대강 사업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지천정비가) 늦춰져 다리가 이렇게 무너졌다"고 말했다.

금사면 금사천에 있던 징검다리도 4분의 1가량을 빼고는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수백미터 떨어진 본류를 내려다보며 박창근 교수는 "눈으로 볼 때 금사천보다 수위가 3m 정도 낮은 것 같은데, 그러면 본류와 지류가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고 (더 높은) 지류 쪽이 계속 파여나간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하천이 안정화하기 전까지 계속 이런 현상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 단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평했다.

그에 따르면 대한하천학회는 4대강 사업 초기 단계부터 현재까지 전국 하천 300여곳이 역행침식 피해 등을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복구 비용 추정치만 약 3000억 원이다. 박 교수는 "금사천 같은 사례는 통계상 수해피해로 잡히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의 부작용으로 따로 분류해서 그 규모를 밝혀내야 한다"고도 했다. 4대강 사업에 쏟아부은 돈이 22조 원을 넘기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검증단은 260억여 원 규모로 알려진 여주군 수해피해액 가운데 50% 이상이 4대강 사업으로 강 바닥을 파내고, 하천을 직강화한 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검증단과 민주당 4대강 조사위는 대신면 옥촌리 저수지가 무너진 것 역시 4대강 사업을 졸속으로 강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폭우로 콘크리트 여수로가 허물어지면서 물이 다 빠져버린 저수지는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맨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민주당 4대강 조사위 소속 임내현 의원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전국 1만 8000여개 저수지 가운데 96개를 선정, 2조원을 들여 저수지둑 높이기 사업을 했는데 위험한 D급보다는 B·C급 위주로 사업을 했고, 심지어 A급 저수지도 그 대상에 포함했다"며 "쓸모 없는 곳에 예산을 쓰고, 이런 곳에는 사업을 하지 않아 경상북도 경주시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리 보강작업을 했다면, 옥촌리 저수지에 이런 일은 안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설토 문제도 있다. 여주군은 4대강 사업 때 남한강 바닥에서 퍼낸 흙과 모래 300만㎥를 18개 적치장에 쌓아두고 있다. 여주군은 '준설토를 팔아 1000억 원을 벌 수 있다'고 홍보했지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5월 관련 자료를 냈을 당시 매각율은 8.4%에 불과했다. 여주군에 따르면, 2011년말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도 그 수입은 243억원에 그쳤다. 반면 사유지인 준설토 적치장 15곳에 낸 연간 임대료만 45억 원에 달하는 등 지금껏 준설토 관리에 들어간 돈이 223억 원이었다.

박창근 교수는 "이 모래는 팔지도 못한 채 계속 임대료만 나가고 있는 황당한 사업"이라며 "재정이 열악한 여주군에 맡길 일이 아니라 국토부가 해결해야 한다, 방치해뒀다가 비가 오면 쓸려내려가는 피해가 계속 된다"고 했다. 옆에 있던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번에 비가 많이 오자 쌓아둔 준설토가 무너지면서 농경지로 유입돼 배수구를 막는 피해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여주군 "4대강이 아닌 폭우 피해... 언제까지 역행침식이라고 할 건가"

경기도 여주군 양촌리에 있는 4대강 준설토 적치장 앞에 서 있는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와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원회 임내현 의원. 여주군은 현재 18개 적치장에 준설토 300만㎥가량을 쌓아두고 있다. 당초 준설토를 팔아 1000억원을 벌어들이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판매한 금액은 목표액의 4분의 1수준인데다 이번 폭우로 준설토 일부가 농경지로 유입, 배수구를 막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 박소희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금사천에 있던 징검다리도 7월 22일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유실됐다. 박창근 교수는 "본류 수위가 낮아지면서 유속이 빨라지는 등 역행침식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대한하천학회가 파악한 바로는 4대강 사업 초기부터 이런 피해가 발생한 하천이 전국에 300여개인데 그 피해복구 비용만 3000억 원이상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 박소희

그러나 여주군은 다리와 준설토 모두 4대강이 아닌 폭우 피해라고 얘기했다. 검증단 등과 함께 현장을 둘러본 한강살리기사업지원단 정진태 주무관은 "토사가 물에 쓸려 내려가는 건 자연현상인데, 언제까지 역행침식이라고 할 거냐"며 "(복하천과 금사천, 용담천 다리가 유실된 건) 폭우로 유속이 빨라졌기 때문이지 역행침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주무관은 바로 앞이 남한강 합수부인 신진교는 수위 조절로 갑자기 수문을 열면서 세굴이 일어나 물에 떠내려간 것이고, 용머리교는 노후된 상태였던 데다 세월교는 원래 낮게 설치되어 있어 물에 잠기기만 하면 언제든지 수해가 날 수 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준설토 판매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묻자 "판매 비용이 순차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아직 수입이 적지만, 적자가 난 것은 아니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전규(58) 흥천면 복대3리 이장 역시 다리 붕괴 등의 원인인 4대강 사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다리가 지은 지 25년쯤 됐고,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밑이 파여서 무너졌다"이라며 "평생 동안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여주 지역은 4대강 때문에 이득을 봤다"며 "예전에는 비가 많이 오면 남한강 물이 역류해서 침수피해를 봤다"며 "4대강 사업으로 바닥을 파내서 강물이 차오르지 않으니까 사업 후에는 그런 피해가 없고, 물도 예전보다 빨리 빠진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홍수 피해가 줄어든 게 아니라 이전처럼 댐으로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는 정부 등에서 4대강 사업의 효과로 홍수를 막았다고 보여주기 위해 "올해에는 팔당댐을 평소보다 일찍 열어놨고, 충주댐에선 물을 흘려보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3박 4일간 낙동강 녹조부터 영주댐, 여주군 지류 수해현장 등을 둘러본 검증단 등은 이날 마지막 조사를 끝냈을 무렵, "4대강 보 건설과 녹조 확산은 개연성이 있다"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발언을 접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현장팀장은 "당연한 얘기를 이제 인정한다는 건 뒷북 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보 문제 등을 해결 못한 만큼, 미봉책을 내놓을 때가 아니다"라며 "환경부가 환경단체 등과 이번 기회에 진짜 해결책이 뭔지 다퉜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낙동강의 경우 박근혜 정부 지역 기반인 경상도의 식수원인만큼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모든 정부 부처가 4대강 문제를 두고 털 건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용담천에 세워져 있는 전북교는 지닌달 폭우 때 다리기둥 하나가 물에 떠내려갔다.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 등은 이 일대에 4대강 사업 때 준설이 이뤄져 역행침식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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