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잘 되니 본사가 대리점 빼앗더군요"

2013. 7. 2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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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동환 기자]

24일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을의 눈물, 화장품 업계 피해사례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 김동환

"회사에서 제품 공급을 끊어서 공정위에 제소했는데 사장이 그게 기분이 나빴나봐요. '너희 부모님이 장애인인 거 맞냐?', '그동안 토니모리 하면서 먹고 살지 않았느냐' 하면서 모욕을 주더군요. 저는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계속 빌면서 제품 출고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알고보니 회사는 그때 이미 제 대리점 옆에 다른 대리점을 내기로 계약했더라고요. 그런 줄 알았으면 비는 게 아니라 멱살을 잡는 건데..."

베이지색 군모를 쓴 김선미씨는 울음 섞인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전남 여천에서 화장품 프랜차이즈 업체인 토니모리 대리점을 운영하던 김씨는 지난해 본사로부터 에서 일방적으로 가맹계약 해지를 당했다.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이미 점포 인근에서 장사를 시작한 경쟁 영업점을 어떻게 할 방법은 없었다.

24일 오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을의 눈물, 화장품 업계 피해사례 발표회'에서는 토니모리, 아모레퍼시픽, 더페이스샵 등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의 부당행위 방법들이 공개됐다. 대리점주들 중 일부는 "이 일로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물량 밀어내기','부당계약'... 화장품 업계에도 만연

행사를 주최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화장품 가맹점주들의 피해사례가 접수되어 분석한 결과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앞서 편의점, 남양유업 사건을 통해 알려졌던 '물량 밀어내기', '판매목표 강제', 경제적 이익제공 강요', '부당한 계약갱신 거절 및 계약해지' 등의 불공정거래행위들이 화장품 업계에도 만연해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공개된 김선미씨 사례는 이같은 불공정거래행위들의 '종합 세트' 격이었다. 시작은 부당 계약서 작성이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재계약서를 쓰면서 계약서 내용을 마음대로 바꾸고 그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본사 측이 김씨 몰래 수정한 계약서 내용은 영업권 보장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당초 김씨가 가맹계약을 맺을 때는 '협약에 의해 지역 영업권을 보장한다'고 써있던 부분이 재계약서에는 '갑에서 결정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본사 측은 6월에 고객 항의를 이유로 김씨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했다. 이에 김씨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공정위에 제소하자 사측은 10월에 김씨의 점포에서 직선 100미터 거리에 그보다 2.5배 큰 신규 가맹점을 열었다. 김씨의 매출은 곧 1/3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본사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씨는 "본사는 계약해지를 주장하는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고소까지 했다"면서 "주문을 했는데 제품 출고를 본사쪽에서 중지시켜서 공정위 조사관이 다시 공급을 재개시켜준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시 연동에서 토니모리 대리점을 운영하는 민유재씨는 "매출이 늘어나면 회사에서 인근에 점포를 밀어넣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운영하던 점포에서 직선거리로 5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토니모리 점포가 들어와 근접 침해로 매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 잘 되면 본사가 대리점 영업 방해... 계약해지나 폐업 유도해

영업사원이 가정에 직접 방문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문판매' 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 대리점주들은 본사가 목표 영업실적을 제시하고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는 상품을 강매한다고 털어놨다. 또한 "장사가 잘 될 경우에는 대리점을 빼앗는다"고 강조했다.

이 브랜드 대리점들은 방문판매 특성상 유능한 영업사원 보유가 중요하다. 그런데 특정 대리점에 장사가 잘 된다 싶으면 본사가 영업사원 빼내기 등을 통해 대리점 영업을 방해하고 이를 빌미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폐업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제품 출고 제한으로 대리점주들을 길들이는 방법은 토니모리와 같았다. 오광석 아모레퍼시픽 피해대리점주협의회 회원은 "우리는 단독 브랜드니까 물건 안 주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면서 "본사와 마찰을 빚고 나서 정신병 치료를 받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해당 점주들의 사정으로 피해 대리점주들이 현장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더페이스샵과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비슷한 피해 사례들이 공개됐다. 더페이스샵은 매출목표 강제 이외에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상품권 구매를 강제한 점이, 네이처리퍼블릭은 '제품 밀어내기'와 수익 50%를 보장한다는 영업사원들의 허위 과장광고가 문제로 지목됐다.

참여연대 측은 더페이스샵과 네이처리퍼블릭 대리점주들의 사례를 대리낭독하며 지난 15일 이들 가맹본부들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발표회를 마치며 "조만간 이들 화장품 회사를 찾아가 양쪽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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