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DJ 맡은 최다니엘 "소곤소곤.. 한밤의 대화 정겨워요"
깊은 밤, 라디오 방송은 묘한 매력이 있다. 모두가 자고 있을 시간, 깨어 있는 우리끼리 음악을 들으며 은밀하게 감정을 나누는 기분. 그래서 심야 라디오 DJ는 더 매력적이다.
얼마 전 KBS 2TV 드라마 '학교 2013'을 마친 뒤 숨 고르고 있는 배우 최다니엘(27)이 라디오 DJ로 돌아왔다. 지난 1일부터 KBS 쿨FM(89.1 Mhz) '더 가까이… 최다니엘입니다'를 통해 매일 새벽 3∼5시, DMB U KBS Music에서는 밤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청취자들과 만난다.
K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28일 만난 최다니엘은 통상의 20대 답지 않게(?) 라디오와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배우는 작품의 캐릭터를 통해 대중을 만나기 때문에 직접 대면할 기회가 적다"며 "아직 좀 어색하고 낯설어서 말도 잘 못하지만 라디오는 인간 최다니엘이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된다는 점에서 좋다"고 했다. 그는 "라디오도 직접 대면하는 건 아니지만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사연을 받고, 리액션을 하는 게 마치 펜팔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를 발탁한 건 KBS 라디오 신원섭 프로듀서(PD)다. 신 PD는 KBS 라디오 간판 프로그램인 '볼륨을 높여요' 등을 통해 배우 최강희 유인나 등을 스타 DJ로 발굴한 인물. 2011년 2월 '최강희의 볼륨을 높여요'에 최다니엘이 게스트로 출연한 게 계기가 됐다.
신 PD는 "라디오 방송이 처음이라곤 하나 정말 '저렇게 못할 수 있나' 싶게 못했다(웃음)"며 "하지만 청취자들의 반응에 화답하는 걸 보고 탐이 났다"고 했다.
사실 배우 최다니엘은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통신회사 CF로 주목받은 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일일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자리 잡았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공모자들', 1월에 막 내린 드라마 '학교 2013'까지 최다니엘은 맡은 배역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호평 받았다. 어린 나이에 성공하면 전작의 이미지에 얽매일 법도 한데 최다니엘은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발전하는 배우'란 평을 듣는다.
배우 말고 인간 최다니엘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독특한 이름 '최다니엘'은 신앙이 독실한 부모가 지어줬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동명이인 멤버 하나가 대마초 흡연으로 불구속 입건되면서, 이미지 타격이 크지 않느냐고 했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제 팬 중에 어머님들이 많으세요. '최다니엘 대마초' 이렇게 뜨니까 '아니 그 좋은 이름에 웬 먹칠이냐'고 하신대요. 사실 이름이 특이하고 네 글자라 어렸을 땐 콤플렉스였는데 이젠 별로 신경 안 써요. 내가 직접 관련된 일 아니면 신경을 잘 안 쓰는 편이에요."
최근 배우 윤여정이 SBS '힐링캠프'에 나와 "대사를 제대로 안 외워온 후배를 혼낸 적 있다"며 그의 실명을 거론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방송 보고 주변에서 '너 대체 어떻게 한 거냐'면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그 작품이 첫 데뷔작이라, 툭 치면 툭 나올 정도로 외워갔죠. 그러다 드라마 중반 넘어갔을 쯤, 너무 외운 티가 나서 라이브 느낌을 살려보면 어떨까 하곤 문맥만 외워서 갔죠. 그런데 신인이라 긴장하다보니 어미 부분이 계속 걸렸어요. 그걸 보고 윤여정 선생님이 '너 안 외워왔지' 하신 거죠. 요새 제 이름 치면 안 좋은 연관 검색어가 뜨니까 선생님이 그거 덮어주시려고 말씀해주셨나보다, 고맙게 생각했어요(웃음)."
최다니엘은 지난해 촬영한 SF 영화 'AM 11:00'을 통해 곧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차기작으론 '러브 액츄얼리' 같은 완성도 높은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단다. "겉으로 보기에 가벼운 것들일수록 낮게 취급당하는 것 같아요. 코미디도 어려운데 거기에 로맨틱을 더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거라고요. 가벼운 장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물론 당분간은 라디오 DJ로 대중을 만나는 데 더 주력할 생각이다. 아쉽게도 새벽 시간대라 사전 녹음 형식으로 제작된다. "저는 프리랜서라서 괜찮지만 엔지니어나 작가 등 다른 분만 가능하다면 생방송도 해 보고 싶어요."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goodnews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