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비질'과 '빗질'
"운길산 수종사(水鐘寺). 약간 더운 듯한 날씨에 연녹색으로 물든 늦봄, 산자락을 허위허위 올라갔다. 절집 입구 일주문에는 날아갈 듯한 황금빛 글씨로 '雲吉山 水鐘寺'라 적힌 편액이 걸려 있었다. 좁다랗고 조금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자 아담한 절집이 자태를 드러냈다. 절 마당은 사람들이 많이 들락거렸을 텐데도 깨끗하게 빗질이 돼 있었다. 마당에서 바라보면 두물머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
'수종사'란 절 이름이 궁금했는데 아래와 같은 유래가 전해진다. 1458년 세조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금강산 구경을 다녀오다가 이수두(二水頭: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어 깊은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난데없는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깬 왕이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뜻밖에도 바위굴이 있고 그 굴속에는 18나한이 있었는데, 굴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 나왔으므로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고 했다(두산백과).
들머리 글은 운길산에 갔을 때 수첩에 끄적여 놓은 것이다. 여기엔 잘못된 단어가 하나 들어 있다. 무엇일까. '빗질'이다. '빗질'은 머리카락이나 털 따위를 빗으로 빗는 일을 말한다. "그날 아침 준은 동생들의 머리카락이 희끄무레하던 것을 기억하고서 머리에 달라붙어 있는 이를 훑어 내리기 위해 부지런히 빗질을 했다" "어머니께서는 헝클어진 내 머리를 단정하게 빗질해 주셨다"처럼 쓰인다.
마당이 깨끗해져 있었다면 누군가 비로 그곳을 말끔하게 쓸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 '빗질'은 '비질'로 고쳐야 바른 표현이 된다. '비질'은 비로 바닥 따위를 쓰는 일을 가리킨다. "동생은 마루를 비질했고, 나는 뒤에서 따라가며 걸레질을 했다" "내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집사람은 벌써 안팎 마당을 말끔하게 비질해 놓고 양치질을 하고 있었다"처럼 사용된다.
'비'와 '빗'은 혼동하지 않는데 '비질'을 '빗질'로 흔히 적는 까닭은 아마도 '빗'의 ㅅ을 사이시옷으로 착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질'과 '빗질'은 혼동하기 쉬운 말이다. 빗질은 '코밍(combing)'이고 비질은 '브루밍(brooming)'이다. 문맥을 잘 살펴서 정확하게 표기해야 한다.
최성우 기자
최성우 기자 swoo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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