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안철수, '좋은생각'만으론 권력장악 못해"

2013. 2. 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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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주연 기자]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 오마이뉴스 장재완

정계은퇴를 선언한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향해 "대통령을 목표로 삼는다면 권력투쟁을 놀이처럼 즐거운 일로 여기면서 그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며 "한마디로 인생을 통째로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전 대표는 20일 발간한 자전적 에세이 < 어떻게 살 것인가 > 에서 "안 전 교수가 과연 권력투쟁으로서 정치가 내포한 비루함과 야수성을 인내하고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서 "안 전 교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를 결집하는 능력을 보여줬지만 80%에 육박하는 두 거대 정당의 시장 점유율을 무너뜨릴 의지나 계획은 보여주지 않았다"며 "그가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아니면 기본 공급자와 손잡고 부분적 혁신을 하는 방향으로 나갈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인기란 아침 안개와 같아, '좋은 생각'과 '착한 이미지'로 인기를 잠시 붙잡아 둘 수는 있지만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운영할 세력을 구축할 수는 없다"며 "안 전 교수가 정치를 본격적으로 할 경우 정당 혁신과 정치 개혁, 공정한 국가 운영이라는 대의를 대중과 함께 실현하는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안 전 교수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대선후보에 대해 "욕망이 아니라 도덕적 대의에 발을 딛고 정치를 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라며 "이러한 도덕적 기초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상을 못 바꾼다"고 짚었다. 그는 "도덕과 권력, 탈정치와 정치 사이의 딜레마를 잘 견뎌내며 도덕적 이상과 현실의 욕망 모두를 이끄는 리더들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유시민 "민주당 감탄고토 정치문화, 최악의 단점" 쓴소리

어떻게 살 것인가

ⓒ 아포리아

그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유 전 대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의 정치문화가 (민주당의) 최악의 단점"이라고 꼬집었다. 유 전 대표는 "민주당은 기득권과 개별적 욕망이 정치적 대의를 압도하는 정당이 됐다"며 "이를 인정해야 비로소 혁신이 시작될 수 있지만 당내 많은 정치인들에게는 문제의식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다만, 그는 "온건한 자유주의 성향의 진보적 정책 노선과 튼튼한 지역 기반의 강점 덕분에 아주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대선 패배에 대해서는 "5060세대가 독재자의 딸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지난 시대와 자기 개인의 삶을 동일시하는 정서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진보의 거듭되는 패배 중 하나일 뿐으로, 선의 패배나 악의 승리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이 비판을 가한 그는 정작 "정치를 하며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보면 행복한 날들이 거의 없었다"며 "정치를 바꾸고 싶었지만 바꾸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유 전 대표가 정계은퇴를 선언하기 전 교보문고 북뉴스가 실시한 인터뷰에서 그는 정치인으로서 삶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5분 축사를 위해 첫 비행기로 출발해 다시 돌아오면 밤이 돼있다, 좋은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을 시간"이라며 "정치의 일상이 귀한 삶을 소비해버리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소소한 기쁨이 있어도 상실감을 메울 만큼이 안 됐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사전에 이에 대해 충분히 알았고, 이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의 가치에 대해 심사숙고 했더라면 정치를 안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 그는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일을 하며 살기로 마음 먹었다"며 "십여 년 전에는 분노를 참지 못해 정치의 바리케이드 안으로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을 버릴 수 없어 그 바리케이드를 떠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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