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통기한 지난걸 먹으라고?" 푸드뱅크 기부 알고보니..

강민정 입력 2013. 1. 28. 10:51 수정 2013. 1. 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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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등 기부식품에 유통기한 지난 제품 多..재고처리에 세금공제 악용 의심

[부산CBS 강민정 기자]

◈부산 푸드뱅크 기탁 돼지고기 90% 이상이 못 먹는 비계

여유 식품을 기부 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식품 나눔 사업인 '푸드뱅크'가 일부 얌체 식품기업의 재고처리나 세금공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라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 광역푸드뱅크는 지난해 7월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찔하기만 하다.

강서구에 위치한 냉동육 수입전문업체인 주식회사 '바흐'에서 3억 원 상당 돼지고기 6t을 기부 받아 사회복지시설에 배부했는데, 이 중 90% 이상이 구이나 조리가 불가능한 돼지비계라는 민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광역 푸드뱅크로부터 해당 냉동육을 건네받아 배부한 기초 푸드뱅크도 복지시설로부터 수십 통의 항의전화를 받아 다급히 수거하거나 폐기처분해야 했고, 안 그래도 빠듯한 운영비를 쪼개 수송비와 처리비로 허비하고 말았다.

부산의 A기초 푸드뱅크도 대기업 식품회사인 청정원으로부터 기부받은 100여 상자의 케첩과 마요네즈를 저소득층 가정 등에 전달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이미 지난 것들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푸드뱅크 역시 식품을 전달하기 무섭게 각 시설과 개인들로부터 마요네즈와 케첩 수십 개를 어떻게 하루 만에 먹을 수 있냐는 민원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B구청 사회복지 담당자는 "케첩은 음식쓰레기로 버릴 수도 없어 화장실에서 일일이 짜서 처리했다는 항의전화가 쏟아졌다"며 "케첩뿐 아니라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초나 소스류는 단시간에 소화할 수 있는 식품이 아니라 시설에서 폐기처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기초 푸드뱅크 담당자는 "청정원을 비롯해 롯데칠성 등 대형 식품유통업계가 지난해 푸드뱅크나 마켓에 기부한 된장과 고추장, 과즙음료, 면류 중 유통기한이 2~3일도 남지 않았거나 아예 기한이 지난 식품이 무려 20% 이상 섞여 있었다"고 전했다.

부산지역 푸드뱅크들은 식품 전달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 보통은 2주일, 최소 일주일 이상 유통기한이 남은 식료품을 기탁 받는 것을 내부 방침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다 된 물품이라고 거절했다간 아예 기부가 끊길 수도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해당 식품을 받아야만 하는 처지다.

또 다른 기초 푸드뱅크 담당자는 "식품유통업체가 '갑'이라면 푸드뱅크는 '을'"이라면서 "기부 물품에 문제가 있어도 따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며 말 못할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 담당자는 "떠넘기듯 다급하게 인계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데다, 수백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 기부식품을 단 한 명의 검수 인원으로 일일이 유통기한 사전 검수를 하기도 힘들다"면서 "시설에서 먹기 직전에야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알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의 입장에서는 푸드뱅크 식품운반 차량이 직접 방문, 식품을 수거하기 때문에 별도의 처리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팔리지 않는 식품을 해결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들은 사실상 폐기해야 할 재고식품을 의도적으로 푸드뱅크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푸드뱅크 기부목적은 세금감면?

여기에 한 술 더 떠 기부 목적이 세금감면 때문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식료품 제조나 도소매업을 운영하는 법인 또는 개인은 기부물품 전액을 손해비용처리 받을 수 있다.

돼지비계를 기부했던 냉동육 수입업체 바흐는 기부영수증을 발급받으려 했으나 민원이 들끓어 푸드뱅크 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내 연락을 끊어버렸다.

청정원과 롯데칠성 등도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포함한 기부물품 전체에 대해 기부영수증을 발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유통기한이 다 된 식품이나 팔리지 않는 음식을 푸드뱅크에 떠넘기고 버젓이 세금 감면을 위한 영수증을 받아간 셈이다.

이에 대해 해당업체 관계자들은 "보통은 3개월, 최소 1개월 이내 유통기한이 남은 정상제품 기부를 원칙으로 한다"며 "사람이 하는 일이라 지역 물류센터에서 푸드뱅크로 전달하는 과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일부 대기업과 식료품 업체의 기부 행태는 자신들이 선심을 써서 주는 것이니 저소득계층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먹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재고처리와 세금 공제 수단으로 악용하는 기부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한 올바른 기분 문화 정착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km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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