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새 트렌드] 초저가 상품만 '사냥'.. 핫딜족 열풍

입력 2013. 1. 18. 18:20 수정 2013. 1. 18. 18: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해외 쇼핑 대세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온 초저가 상품(핫딜)을 직접 구매(직구)하는 핫딜족(族)이 급증하고 있다. 알뜰하고 도전정신이 강한 주부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해외 핫딜 구매 열풍은 50·60대 중·노년층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인터넷과 신용카드로 무장한 이들에게 세계는 거대한 백화점이 된 셈이다. 유통질서를 흐린다는 비판도 있지만 해외 핫딜 열풍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백화점에서 20만원에 파는 아이 옷을 인터넷 클릭만으로 5만∼6만원이면 살 수 있는데 어찌 안 사고 배기냐는 것이다.

◇"어머∼ 이건 사야 해" 핫딜에 빠진 사람들

5세 딸을 둔 직장인 최수용(37)씨는 매일 아침 인터넷으로 해외 쇼핑 정보 공유사이트 3∼4군데를 둘러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밤새 미국 쇼핑사이트에 올라온 핫딜이나 할인 쿠폰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최씨는 '폴로'나 '갭' 등 미국의 의류 브랜드 사이트를 통해 아이 옷을 사면서부터 해외 인터넷 쇼핑에 빠졌다.

"딸아이 옷을 사려고 백화점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아이가 없을 때에는 몰랐는데 한 철 입히는 아이 외출복 하나에 20만원, 티셔츠 한 장에 10만원, 신발 한 켤레에 4만원이 넘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을 기웃거리게 됐죠."

인터넷 구매는 새로운 세계였다. 폴로나 갭의 경우 미국 현지 사이트를 통해 구매하면 국내 백화점 보다 40∼70% 저렴했다. 폴로라면 돈 좀 있는 사람들이 사 입는 옷으로 알았는데 해외 쇼핑몰을 통하니 살 만했다. 재고 정리(클리어런스) 상품에 프로모션 쿠폰까지 적용되는 빅세일 기간에는 폴로 옷이 이름 없는 시장 옷보다 저렴하기도 했다. 한국 백화점에선 4만∼5만원 하는 어린이 나이키나 아디다스 신발이 신발 전문 해외 쇼핑몰에서 한 켤레에 6∼7달러에 불과한 적도 많다.

그러니 국내 백화점에서는 아이 옷이나 신발 사이즈를 재고 실제 구매는 해외 쇼핑사이트에서 할 수밖에.

최씨는 이제 웬만한 물건은 해외 쇼핑으로 구매한다. 3년 전에는 백화점에서 100만원이 넘는 유아용 카시트를 20만원에 구매했고, 최근에는 40만원 정도 하는 커피머신을 12만원에 '득템(得+item)'하기도 했다.

최씨는 "처음에는 영어 울렁증도 있고 구매대행이니 배송대행이니 하는 용어도 생소한데다 해외 카드결제 등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해외쇼핑 가이드를 차근차근 따라해 보니 별로 어렵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환갑을 넘긴 장모님께서 손녀 옷을 직접 사신다면서 해외 핫딜에 눈을 뜨셨는데, 여태까지 왜 이걸 몰랐는지 후회된다고 말씀하실 정도"라고 말했다.

◇폭증하는 해외구매, 부작용도 적지 않아

해외 핫딜 열풍은 2006년 젊은 주부들이 좀 더 싼 육아용품을 찾아 인터넷 구매를 시도하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콧대 높던 많은 외국 쇼핑사이트들은 한국으로 직접 배송은커녕 한국 신용카드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핫딜에 열광하는 한국 쇼핑족이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 인터넷 쇼핑 규모는 2008년 195만5000여건에 수입액 1억3700만 달러에서 2012년 719만8000여건에 수입액 6억4200만 달러로 늘었다. 금액만 따지면 4년 사이 4.7배나 불어난 셈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한국으로 직배송을 하는 해외 쇼핑몰이 늘고 있다. 전 세계 최대 쇼핑사이트인 아마존닷컴은 아예 한국인 전담 마케터를 두고 핫딜 정보를 한국 네티즌들에게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해외 핫딜 열풍이 과열되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물건을 직접 보고 사는 게 아니니 사이즈 미스가 많고 배송 사고가 잦다. 핫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잘못 구매한 해외쇼핑 상품을 되파는 글이 오르곤 한다. 엉뚱한 물건을 배송 받거나 배송지연 등의 사연도 부지기수다. 짝퉁 논란도 심심찮게 불거진다. 물건에 하자가 있어도 교환이나 환불을 받기가 어렵다. 관세를 피하려고 분산반입하다 적발되는 건수도 2010년 12건에서 지난해 113건으로 급증했다.

외국 물건을 수입해 판매하는 국내 업체와 핫딜족간 충돌도 빈번하다.

지난해 추수감사절을 전후해 60∼80% 할인 판매를 했던 미국 갭 쇼핑몰에서는 한국 네티즌의 접속을 차단해 논란이 일었다. 핫딜족은 갭을 수입 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이 접속 차단을 갭 본사에 요청했다고 의심했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 생활용품 수입 업체는 해외 쇼핑몰에서 생활용품을 싸게 구입하는 법을 인터넷에 소개한 한 블로거에게 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하겠다고 나섰다가 반발을 샀다. 이 업체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오픈마켓 수수료, 통관료, 인건비, 유통비, 광고비 등을 합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개인에게 인터넷에 올라온 값싼 제품을 사지 말라고 강요할 수 없지만, 해외 쇼핑 열풍이 국내 유통질서를 뿌리째 흔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