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란, 직접 수확해 보니 이렇게 생겼구나!
[오마이뉴스 추광규 기자]
'이밥에 소고깃국'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북한 인민들에게 매일 먹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구호다. 소고기국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비전향 장기수께 '양지를 듬뿍 넣고 토란과 함께 맛깔나게 끓여낸 소고깃국'이라고 들었다.
'토란국', 그 상징적인 맛은 북한뿐 아니라 우리네 배고픈 6~70년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첫 수확한 햅쌀로 밥을 짓고 텃밭에서 캐낸 토란으로 끓여낸 국은 남도 추석 상에서 빠질 수 없는 명절 음식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토란의 알맹이는 토란국으로도 먹지만 그 줄기는 육개장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뿌리부터 줄기까지 버리는 게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 '알토란'같은 채소인 게다.
▲ 지난 7월 초 찍어 놓았던 토란 모습이다. 토란이 처음 그 잎을 갓 피어 올렸을 때 앙증맞은 게 예쁘기 보다는 그 어떤 관상용 화초 보다도 귀엽게(?) 느껴 졌었다 ...... |
ⓒ 추광규 |
다섯 알 심어 놓은 토란, 강인한 생명력 자랑
지난봄 다섯 평 규모의 주말농장을 시작하면서 뭘 심을까 고민하던 중 토란국을 끓여 먹고 남아 선반 위에 올려놓았던 몇 알의 토란이 눈에 띄었다.
안산시로부터 분양받은 다섯 평 남짓의 텃밭을 세 구역으로 나누어 상추를 비롯해 이것저것 심으면서 그 가장자리에 이 다섯 알을 가져다가 흙을 조금 판 후 묻어 놓았었다. 그렇게 묻어놓은 토란은 1달 이상이 지났지만 싹이 트지 않아서 그냥 썩은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5월 중순 어느 주말엔가 찾은 텃밭 가장자리에는 앙증맞은 토란 새싹이 흙 사이로 그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것도 다섯 알 모두 그 생명의 싹을 틔웠던 것이다. 또 그렇게 힘겹게 생명을 틔운 토란은 지난 5,6월 큰 가뭄에도 끄떡하지 않고 그 생명을 이어 갔었다.
하지만 토란이 그 생명력을 이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호박잎이 무성해 지면서 일주일 만에 가보면 그 잎은 호박잎에 가려져 모습조차 보기 힘들었다. 해서 호박잎과 줄기를 계속해서 걷어 내주어야만 했었다. 호박잎과 그 억센 줄기에 채여서 인지 다른 밭 토란과는 달리 자라는 게 영 더뎠다.
늦게 싹을 틔워서 인지 자라는 내내 다른 밭 토란 크기와 비교해 보면 왜소했다. 잎과 줄기 포기수를 비교해 보아도 잘 자란 다른 밭 토란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 토란도 수확의 시기는 왔다.
다른 밭의 토란은 빠른 곳은 지난 9월 추석 때부터 수확을 하고 거의 대부분은 10월 초부터 수확을 하는데 우리 부부는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다가 지난 10일, 마침내 가을걷이에 나섰다.
▲ 11월 10일 주말텃밭의 토란잎은 시들어 있었고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
ⓒ 추광규 |
토란 잎은 그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만큼 시들어 있었다. 줄기만 앙상하게 남은 채 자신이 토란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어차피 수확하고자 하는 것은 땅속에 나아 있을 '토란'이라고 불리는 그 알맹이.
처음에는 고민이었지만, 수확해본 토란 채취는 의외로 간단했다. 처음 상상할 때는 토란은 고구마처럼 뿌리 끝에 그 열매가 열리는 줄 알았다. 그래서 모종삽으로 주변을 넓게 판 후 알에 상처가 나는 것을 주의하면서 흙을 거둬 냈다.
하지만 주변에는 그 어떤 토란도 보이지 않았다. 해서 줄기 쪽을 살살 파헤쳐 보니 토란줄기 밑둥치에 혹이 붙은 것처럼 연이어져 열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큼지막한 생강과 같다고 상상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밑둥치 바로 아래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토란을 하나씩 떼어 내니 그제야 시장에서 파는 익숙한 모습의 토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알토란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수확물 이었다. |
ⓒ 추광규 |
한 포기를 걷어 낸 다음에는 굳이 넓고 깊게 땅을 파지 않고 그냥 토란 밑둥치 흙만 조금 거둬낸 후 흔들어서 뽑아 올렸다. 그러니 쑥쑥 빠져나오는 게 아닌가. 또 그 줄기 밑둥치에는 혹처럼 불쑥불쑥 삐져나온 토실한 토란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다섯 줄기를 모두 거둬내니 한 100여 알 남짓 되는 것 같다. 다섯 알이 백여 알이 되어서 다시 돌아 온 것이다. 수확한 토란은 서늘한 곳에 내년 설까지 잘 보관해 놓을 계획이다. 내년 설 명절에 식구들이 모두 모일 때 이번에 수확한 토란으로 국을 끓여내면 이야깃감을 더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우리 내외가 1년간 직접 농사 지어 캐낸 순 국산 토란 이라고 말이다.
▲ 지난 9월 한 포기에 100원씩 하는 엄지손가락 만 한 모종을 서른 포기를 심어 놓은 게 제법 큼지막하게 자라났다. |
ⓒ 추광규 |
주말농장은 이달 말까지, 배추는 김장용으로 자라고 있다
지난 4월 시작된 주말농장은 일단 올해는 11월 말까지 그 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농사를 시작한 지난 수개월동안 상추는 물론이고 호박잎 등을 길러 먹으며 텃밭 가꾸기의 쏠쏠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5월부터 6월 말경까지 40일 이상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을 때는 매일 매일 밤늦게 찾아가 물을 뿌려 주어야만 했었다. 그런 농사 체험을 몸으로 직접 하다 보니 농부들이 얼마만큼이나 힘들게 생업에 종사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소중한 체험이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농사는 배추농사. 지난 9월에 포기당 100원씩 사다가 심어놓은 서른 포기의 모종이 쑥쑥 자라더니 이젠 제법 김장용 배추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원래 한 평당 9~12포기가 적당하다고 하는데 중간에 솎아 내기도 그렇고 해서 그대로 놔두었더니 한 평에 20포기나 된다. 또 그렇게 밀식해서 심어 놓았더니 실하게 자라는 것 같지는 않더니만 이제는 속이 제법 차 있는 게 김장용 배추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 바로 옆, 텃밭의 배추는 수확을 서두르고 있었다. |
ⓒ 추광규 |
바로 옆에 있는 배추밭에서는 노부부가 수확에 한참이었다. 눈대중으로 한 40포기 남짓은 되지 않는가 한다. 노부부에게 왜 이렇게 일찍 수확을 하느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추우면 김장하기가 어렵고 해서 일찍 서두르고 있다"면서 "'치냉장고에 넣어 놓으려고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안산시에서 분양한 초지동의 2000여 텃밭. 11월 둘째 주 주말은 그렇게 수확과 함께 쓸쓸하게 텅 비어져 가는 텃밭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었다. 우리 텃밭도 2주 후에는 수확을 해야 할 것 같다.
▲ 무는 그 어떤 작물 보다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
ⓒ 추광규 |
아내의 올 김장 계획이 바쁘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집 김장은 절임배추를 현지에서 택배로 배송시킨 후 처가댁 식구들이 김장할 때 아내가 덤으로 참여한 후 10여 포기 가져다가 먹는 정도였다.
올해는 생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니 아내는 그릇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된장국을 끓이기 위해 솎아낸 얼갈이 배추와 상추잎, 여기에 수확한 토란은 물론 그 토란대까지 자전거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계속해서 말을 건넨다.
"음 ..그릇은 그냥 욕조에다가 담가 놓으면 될 것 같고 ... 생새우하고 굴은 소래에서 사와야 하고....."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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