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탐구생활 Ver.1.0, 이런 참모, 아니 배우를 주소서!

2012. 9. 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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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영화 < 광해 > 에서 허균 역의 배우 류승룡이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중 장난기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가 참 탐이 났고 시샘이 났다. 별 말을 하지도 않는데 표정과 분위기로 좌중을 웃기고 감상에 젖게 만드는 남자. 배우 이상으로 인간적인 친분을 쌓고 싶은 생각이 드는 매력남?

2004년 영화 < 아는 여자 > 의 단역으로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꽤 오랫동안 한국영화계는 그의 진면목을 바라보지 못했다. '이제야'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특히 지난해 < 최종 병기 활 > 을 필두로 올해 < 내 아내의 모든 것 > 그리고 < 광해 > 에 이르는 류승룡은 분명 진화 중이었다.

< 장보고 > < 난타 > 등 오랜 연극 무대 경험을 쌓았던 그를 이제라도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는 건 여러모로 행운이라 말할 수 있다. 그의 연기를 집에 비유하자면 '기둥'이 아닐까. 이미 각종 드라마에서 그의 매력이 불쑥불쑥 드러났다지만 그것을 각인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더 흘러야 했다. 마치 기둥처럼 뿌리가 흔들리지 않은 배우 류승룡은 그렇게 어느새 대중들 틈에 자리잡아있었다.

영화 < 광해 > 에서 했던 그의 역할 역시 큰 기둥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기둥은 쉽게 미동하지 않는다. 마치 역사 속 허균이 광해군 시절 그랬듯 류승룡은 묵직하게 영화 < 광해 > 속에 머물렀고 허균으로서 굵직하게 축을 잡아주었다.

영화 < 광해 > 에서 허균 역의 배우 류승룡이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중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① 류승룡에겐 기본이 중요하다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대사도 많지 않았다. 영화 속 상황을 설명하거나 하선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대사가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유독 영화 속 허균의 미묘한 표정과 눈빛 변화가 크게 다가왔다. 순간은 < 개인의 취향 > (2010) 최 관장의 코믹함이, 또 다른 순간엔 < 최종병기 활 > (2011) 쥬신타의 살벌한 카리스마도 드러났다.

왕을 하겠다고 용상에 뛰어오른 자(하선 역의 이병헌)나 그런 왕에게 기꺼이 멘토(조 내관역의 장광)로서 자신의 노하우를 전한 자는 공통된 이상이 있었고 허균은 바로 그 이상의 실현을 위해 실질적인 동력이 돼 줄 실력자였다.

< 광해 > 에 등장한 허균과 달리 역사 속 허균은 여러 자료를 통해 조선시대를 풍미했던 기인이자 권력의 중심부에서 벗어나 있는 방외인이기도 했다. 류승룡에게 물었다. 역사 속 실재 인물을 영화에 끌어들일 때 그가 받아들인 정도가 궁금했다.

"역사적인 걸 보자면 기존에 알았던 허균에 대한 일반적인 책을 봤어요. 일단 허균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분석하는 건 그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실존 인물이라는 것만 따왔지 그 사람의 성격이나 버릇까지 참조한 건 아니에요.

물론 기인이기도 했지만 영화에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이고 < 광해 > 에선 허균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 않잖아요. 영화에서는 긴장감 유발이 필요하고 그 사람의 이상향이나 성향은 영화에 나오는 대사로 충분히 표현됐다 생각해요."

어떤 배역이라도 류승룡은 해당 인물의 배경지식을 충실히 쌓는 걸로 유명하다. 역사 속 허균의 아버지 이름까지 알고 있을 정도였다는 사실. 충분히 그는 < 광해 > 의 허균을 맡을 준비가 돼 있었다.

② 배우 류승룡에겐 사람이 중요하다

영화 < 광해 > 에서 허균 역의 배우 류승룡이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류승룡의 매력은 함께 작업할 때 더욱 도드라지는 듯 했다. 그와 함께 작업한 동료와 스텝들이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올렸기 때문. 특히나 최근 < 오마이스타 > 와 인터뷰를 가진 배우 장광, 그러니까 조 내관님은 "류승룡 씨가 촬영 뒷풀이 때 내 이마에 뽀뽀를 했다. 아마 거기에 뽀뽀를 한 건 그 사람이 처음일 거다"라며 "그만큼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다"며 숨겨왔던 일화를 공개하기도.

"오, 공개하시는구나! (웃음) 예의 없다고 보일 수 있지만 친근함에 대한 스킨십이랄까요. (웃음) 이제는 이마를 조용히 제게 갖다 대세요. 이 일을 하다 보니 저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관계는 줄어드는 거 같아요. 지금 인터뷰를 하는 기자님도 그렇고요.

배우들은 작품을 못하고 있으면 사실상 실직자잖아요. 그런 스트레스도 있고, 매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데서 오는 압박도 있어요. 관계 문제가 요즘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는데 인격 장애, 우울증 이런 게 참 힘들죠.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면 제일 힘들어요. 내가 제일 힘들 수도 있고, 또 반대로 내가 힘들게 할 수도 있죠. 그래서 일할 땐 적어도 사람 때문엔 힘들지 말자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는 거기서부터 발생하는 거 같아요. 사람, 사람의 말과 오해, 그리고 사람에 대한 욕심까지."

③ 그리고 류승룡에게 중요한 것들

자연인 류승룡은 손재주가 참 좋다. 사혈침, 목검, 수영, 노래 등 기예에 참 능하다. 특히 손수 나무를 다듬으며 간단한 가구 정도는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목공 실력도 갖고 있었다. 배움은 류승룡에겐 자신을 충전시키는 중요한 활동이었다.

영화 < 광해 > 에서 허균 역의 배우 류승룡이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중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일이 일인 만큼 우리 같은 사람들은 꾸준히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질 수가 없어요. 월 3회 수강 3개월 코스? 못하죠. 그 대신 집안 텃밭 가꾼다던가 원예를 한다던가 취미도 그렇게 바뀌게 되더라고요.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목공과 지점토를 좋아하니 계속 하고 싶어요. 나머지는 아이들하고 할 수 있는 겨울 스포츠? 수영이랑 캠핑은 이미 하고 있어요.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팅은 지금도 돼서 같이 타고 다녀요. 역시 어릴 때 배운 게 기억에 남아(웃음)."

배움의 중요함을 알고 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배우였다. 연극 경력까지 치면 20년이 넘어가는 류승룡은 하루가 허투루 가는 걸 가장 아쉬워할 사람일 법 했다.

"매일 반성을 해요. 하루는 그 전 하루의 연장인 거 같다는 생각이에요. 오늘 잘했나. 아니면 내가 그때 잘못한 건가 돌아보는 거 같아요. 작품을 선택하면서 신중을 기하고 옳다 싶으면 판단을 빨리하는 편이다보니 살면서 후회가 들었던 적은 없어요. 결과가 어쨌든 후회하진 않습니다."

말미에 엉뚱한 상상이 들었다. 우리가 지금 배우 류승룡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린 나이에 배우가 되겠다고 이미 결정했던 그가 연기를 안했다면 어땠을까.

"완전히 다른 사람이겠죠. 광고 쪽 일이나 목수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아이디어 내는 걸 좋아해서요. 음... 한옥 집을 지으면서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일을 하면 최고겠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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