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진압이 대한민국 육군의 자랑?
[오마이뉴스 정민규 기자]
▲ 육군본부가 지난 8월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린 육군 3보병사단 홍보 영상. 이 영상에서는 제주4.3사건을 "제주 무장공비 폭동 진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
ⓒ 육군 |
[2신: 18일 오후 3시 50분]
"검토 더 필요"...육군, 동영상 내려
육군이 제주4.3사건을 무장공비 폭동이라고 표현한 문제의 동영상을 < 오마이뉴스 > 보도 후 비공개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본부 홍보과 관계자는 18일 오후 < 오마이뉴스 > 와 한 통화에서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현재 동영상을 내린 상태"라며 "(재게시 여부는) 검토를 해본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영상을 제작한 육군 제3보병사단 정훈공보부 관계자도 "육군본부에서 검토하기 위해 영상을 내렸다"고 전했다. 군 당국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기자와 한 통화에서는 "보안성과 홍보성 검토를 마쳤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문제가 없다던 영상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답변드릴 수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1신: 18일 오후 2시]
육군 "제주 무장공비 폭동 진압" 홍보
육군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주 4.3사건을 무장공비의 폭동 진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제주 4.3사건은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과 2006년 국가의 공식 사과로 명예회복 조치가 취해졌다.
문제가 된 육군의 홍보영상은 지난 8월 3일 게시한 ' [대한민국 육군]제3보병사단 소개 영상 "천하무적 백골사단"'이란 제목의 영상이다. 3분 가량의 이 홍보영상은 육군 3보병 사단의 역사를 설명하며 부대의 치적을 선전하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이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1분 45초가 지나갈 즈음 나온다. 영상에서는 "1948.4.3~7.3 해방 후 제주 무장공비 폭동 진압을 시작으로"라는 자막과 함께 쓰러진 사람들 위에 총을 들고 서있는 군인들의 사진을 소개한다
이후 육군은 < 국방일보 > 를 인용해 이 동영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육군은 지난 10일 육군뉴스에서 이 영상을 "단순히 부대를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군과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며 국민 안보의식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육군의 이런 인식은 정부의 공식 방침과 다르다. 2000년 제정된 4.3사건 특별법은 법의 목적을 "제주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줌으로써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 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4·3사건의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 올바르게 진상을 규명하는데 모든 노력과 최선을 다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4.3희생자유족회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 < 국방일보 > 는 지난 10일 1면 전체를 할애해 해당 동영상을 홍보했다. 육군도 이 기사를 육군뉴스를 통해 그대로 전했다. |
ⓒ 국방일보 |
이런 정부 방침과는 다른 영상을 게시한 것과 관련해 육군본부는 "해당 부대에서 결정한 일이니 해당 부대에 확인해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육군본부 홍보과 관계자는 < 오마이뉴스 > 와의 통화에서 "각 부대에서 보안성과 홍보성 검토를 마친 것을 육군본부에서 육군계정에 올린 것일 뿐 검토는 해당 부대에서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영상을 제작한 육군 3보병사단 정훈공보부 관계자는 "4.3사건을 폭동이라 지칭한 것은 전체가 아니라 남로당원들이 경찰서나 관공서를 공격했던 것을 진압한 것을 지칭한 것일 뿐 양민학살과는 관계가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당시 투입됐던 부대가 어떤 작전을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 취재 과정에서 영상을 접한 4.3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군 당국을 성토했다. 김관후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국장은 "국가원수가 잘못을 사과하고 진상보고서도 나온 사건을 이런 식으로 호도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분노했다.
최희영 4.3연구소 사무국장도 영상을 본 뒤 "기분이 언짢다"며 "잘못된 것인만큼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런 역사왜곡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윤 제주대교수(사회학과)는 "군이 공비 폭동을 강조하는 것은 빠져나가기 위한 변명"이라며 "참여정부 때는 할 수 없이 끌려가다 자기네가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깐 이제서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군은 그동안 4.3사건과 관련된 자료가 없다고 제출을 거부해왔다"며 " 4.3 사건과 관련해 국가의 입장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역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군은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장병 정신교육 영상자료에서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과 제주4.3사건을 "시대에 따라 얼굴을 바꿔온 종북세력"이라고 소개해 비판을 받았다. 이후 국방부는 이같은 내용을 사과하고 해당 부분을 삭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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