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 '장남·차남 왕자의 난'
'찰스와 앤드루의 대결.'
지금 영국 왕실에서는 두 왕자의 대결이 한창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8일(현지시간) 영국 왕실의 내부 상황을 찰스 왕세자와 차남 앤드루 왕자의 전쟁으로까지 표현했다.
지난달 초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86)의 즉위 6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나흘간 열린 '다이아몬드 주빌리' 축제를 계기로 영국 왕실 내부의 물밑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데일리메일은 "다이아몬드 주빌리가 버킹엄궁 밖에서는 따뜻한 온기가 도는 즐거운 행사였지만 궁 안에서는 시종 냉랭한 기류 속에 형제간의 우애가 적대감으로 돌변하는 자리였다"고 왕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아닌 갈등은 차기 왕위 계승권자인 찰스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왕실 개혁 움직임에서 기인한다. 영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왕의 장남 찰스 왕세자가 일하지 않는 왕족에게 과도한 지원을 금지하는 '왕실 감축경영'을 추진해 왔는데, 이를 친동생 가족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는 것.
앤드루 왕자는 찰스 왕세자가 시도하는 일련의 왕실 개혁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두 딸 베아트리스와 유진으로부터 왕실가족으로서의 위상을 빼앗는 모욕적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가족을 압박하는 이런 행위가 부모인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필립공이 아닌 형 찰스 왕세자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앤드루 왕자는 "형이 왕으로 등극하면 보여줄 변화의 일부를 이번에 조금 보여준 것"이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두 왕자 사이의 갈등은 '다이아몬드 주빌리' 축제의 마지막 순서인 발코니 행사에서 노골적으로 표면화됐다. 행사 당일 발코니에서 앤드루와 에드워드 왕자, 앤 공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교롭게 여왕의 부군 필립공도 급성 방광염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여왕과 찰스 왕세자 부부, 장남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해리 왕자 등 5명만이 온 영국 국민들이 지켜보는 발코니에 등장했다.
한 왕실 관계자는 "이런 모습들이 앤드루 왕자 입장에서는 왕실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밀려나는 강등조치였을 것"이라고 언급했고, 데일리메일은 "찰스 왕세자가 왕실 예산 감축을 비롯해 그가 오랜 기간 계획해 온 것들을 실천에 옮길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을 곁들였다.
실제로 '에어마일즈 앤디(Air Miles Andy)'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앤드루 왕자의 잦은 외유가 문제가 돼 왔는데, 영국 왕실은 연례 결산보고에서 그가 지난해 영국 정부의 통상 대사직에서 물러났음에도 여전히 항공료 지출이 많다고 지적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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