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판 끓게 한 '난 선배 넌 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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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일고 2년 선후배 사이인 나지완과 김현수가 경기 도중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 MBC 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최근 KIA 나지완(26)과 두산 김현수(24) 갈등에서 비롯된 한국프로야구의 ´선후배 문화´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선후배 문화는 유교적 정서가 강한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전통이다. 물론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나름의 위계질서와 선후배 문화가 있지만, 한국만큼 까다롭지는 않다.
외국의 선후배 문화가 연봉이나 연차에 따른 ´존중´의 의미가 강하다면, 한국에서는 형·동생으로 위계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쪽에 가깝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몸값이 높은 선수라 해도 이런 선후배 위계서열을 무시하는 행동은 상상하기 힘들다.
지난달 6일 대전구장서 열린 한화-롯데전.
한화 김태균과 롯데 김성배의 빈볼시비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평소 온순한 성격인 김태균이 몸에 맞는 볼을 당한 뒤 이례적으로 김성배를 향해 "왜 사과를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당황한 김성배도 맞받아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선수 모두 화가 난 가장 큰 이유가 선후배 관계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소속팀도 다르고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적이 없던 둘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김성배를 후배로 착각한 김태균은 사구 이후 사과를 하지 않는데 분노했고, 김성배는 사구를 맞았다고 후배가 선배에게 대든다는 사실에 언짢았다. 갈등은 이튿날 김태균이 김성배에게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됐다.
2008년 6월 15일, SK 윤길현과 KIA 최경환의 충돌도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윤길현은 최경환과 빈볼시비로 갈등을 빚은 일이 있었고, 삼진을 잡고 난 뒤에 욕설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논란이 됐다. 윤길현의 언행 자체도 매우 부적절했지만 무엇보다 최경환이 까마득한 대선배라는 점에서 선후배 문화를 중시하는 야구계에 팬들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나지완과 김현수의 갈등은 이보다 좀 더 예민했다. 바로 신일고 2년 직계 선후배 사이로 직접적으로 얽혀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나지완은 지난 3일 광주구장서 열린 두산-KIA전에서 프록터와 빈볼시비 도중 후배인 김현수가 자신을 계속 노려보는데 화가 나서 소리를 쳤고, 김현수도 이에 지지 않고 험한 말을 내뱉으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두 선수가 그리 충돌해야할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만일 두 사람이 비슷한 연배거나 직계 선후배 사이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현수는 이튿날 사과의사를 표했지만 니지완은 이를 거부했다.
사안은 결국 두 사람이 '무엇 때문에 다퉜냐'를 떠나 선후배 문화의 문제로 바뀌었다. 야구계에 신일고 출신들이 많았기 때문에 두 선수의 갈등은 다른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사실 선후배 문화는 긍정적인 면도 많이 있다. 안 좋은 일로 얼굴을 붉힐 때도 있지만 툭툭 털 수 있는 것도 어차피 그라운드 안팎에서 형-동생으로 계속 만나야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개인주의가 보편화된 미국이나 일본에서 비해 가족적인 분위기와 끈끈한 팀워크 면에서 한국이 앞설 수 있는 것도 선후배 문화의 힘이다.
'누가 더 잘했나 못했나'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야구에서 신경전이나 벤치클리어링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선후배 문화의 관점에서 받아들이려고 하면 앙금이 남는다. 잘못한 일이 있다고 하면 경기장 밖에서 따로 사과를 하더라도, 일단 경기 도중 벌어진 일들은 경기 안에서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
한편, 두산 고창성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지완을 비꼬아 뭇매를 맞고 있다.
고창성은 페이스북에 '집에서 편집된 방송봤구나?', 노란돼지 ㅋㅋ, 지완아 웃겼나보다' 등 자극적인 발언을 올렸다. 이틀 전 있었던 KIA와 두산 간의 벤치클리어링 사건을 두고 나지완을 언급한 것. 이에 두산 주장 이종욱은 5일 경기가 우천 취소돼 광주서 서울로 이동하기 전 고창성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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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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