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연 수사 담당' 대검 중수1과장, 내부감찰 받아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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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 아파트 매입 의혹을 수사하는 윤석열(53)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이 진정 사건으로 내부감찰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오마이뉴스 > 취재에 따르면, 대검 감찰1과는 윤 과장이 장모와 관련된 사건들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진정서를 지난 3월 접수받고 최근 진정인을 8시간 조사하는 등 윤 과장의 독직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윤 과장은 "진정인의 진정내용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윤 과장은 논산지청장과 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과 중수2과장을 거쳐 현재 대검 중수1과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미술대학 출신의 화가 김아무개(41)씨와 결혼했다.
진정인 정씨 "윤 과장이 12건 사건에 압력 행사"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정아무개(64)씨는 지난 3월 2일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앞으로 진정서를 냈다. 피진정인은 특수통 검사인 윤석열 현 대검 중수1과장. 윤 과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지난 2009년 9월부터 범죄정보2담당관과 중수 1·2과장 등 대검 요직에 올랐다.
정씨는 진정서 등에서 "(윤 과장의 장모인) 최아무개 모녀의 모함으로 누명을 쓰고 2년간 징역을 복역하고 출소한 2008년경부터 새로운 사실을 첨부하여 최씨 등을 고소한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며 윤 과장이 압력을 행사한 사건으로 12건을 제시했다. 12건은 모두 서울동부지검과 의정부지검에 고소된 사건들이다.
자신이 고소한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한 반면, 윤 과장의 장모가 고소한 사건은 기소한 것은 윤 과장이 검찰에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정씨는 주장한다.
심지어 정씨는 윤 과장에게 보낸 사실확인요청서에서도 "윤 과장은 불상의 일요일에 최씨와 점심식사를 하며 저와 최씨 관련 사건 이야기를 하던 중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 자리(중수 2과장)에 있는데 누구에게 부탁한들 그 놈(정씨) 하나 구속 못시키겠습니까, 이제 전면에 나서겠습니다, 저를 믿고 편안하게 지내세요'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진정서를 내자 법무부는 지난 3월 12일 "정씨의 민원은 '정씨가 고소한 형사사건과 관련, 윤 검사가 위 형사사건의 당사자들임을 알면서도 (장모) 최○○, (부인) 김○○ 등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위 사건 및 다수의 사건에 개입하여 정씨에게 피해를 준 사실에 대하여 진실을 밝혀 달라는 내용으로 보인다"며 "대검으로 이첩하여 처리하겠다"고 회신했다.
이로부터 나흘 뒤인 3월 16일 대검은 "법무부에 제출하여 우리청으로 이첩된 진정서는 대검 감찰1과로 접수되었다"며 "해당 민원내용은 우리과에서 면밀하게 검토하여 처리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대검 감찰1과는 지난 5월 31일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8시간 동안 정씨를 조사했다. 정씨는 지난 11일 기자와 만나 "감찰을 맡은 검사와 계장 등이 사건을 많이 알고 있더라"라며 "윤 과장이 중수2과장을 하기 전부터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건들을 조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대검 감찰1과의 한 관계자는 윤 과장의 내부 감찰사실을 인정한 뒤 "조사해서 혐의가 확인되면 징계할 것"이라며 "본인의 해명을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윤 과장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인사는 "현직 검사를 상대로 대검에 진정서를 낼 경우, 수사에 이의제기하는 경우는 해당 검사실로 보내고, 뇌물 수수 등 비리와 관련된 것은 대검 감찰부로 보낸다"며 "진정인을 8시간 조사했다면 조사할 게 많다는 것이고, 진위를 규명하겠다는 의지가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윤 과장 장모와 관련된 얘기는 검찰 주변에서 많이 돌아다녔는데 결국 내부감찰까지 받게 된 것 같다"며 "윤 과장에게도 해명할 기회를 줘야 하니까 서면조사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과장 "진정인은 정신 나간 사람... 아직 소환통보 못받았다"
하지만 윤 과장은 13일 관련 내용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진정인은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며 "진정내용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압력 행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윤 과장은 "진정인은 지난 10년간 장모를 괴롭힌 사람으로 그것 때문에 장모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1심에서 1000만 원의 벌금을 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라며 "심지어 인터넷에 제 부인을 '꽃뱀'이라고 표현한 글도 올렸다"고 주장했다.
윤 과장은 "진정인은 자신이 사법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자기를 기소한 검사나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진정하는 등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며 "제가 (지금의 부인인 김씨와) 교제하다가 결혼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비방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과장은 "진정인이 고소한 사건들과 관련해 서울동부지검 등에 전화를 하는 등 사건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며 "현직 검사가 어떻게 가족과 관련된 일에 관여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윤 과장은 "대검 중수부장이 진정서와 관련된 얘기를 하길래 제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감찰과에서 많이 조사한 모양인데 아직 소환통보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과장이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미국으로 출장간 것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검찰은 "국제반부패회의 참석차 출장갔다"고 해명했지만, 노정연씨의 미국 고급 아파트 매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주임검사가 갑자기 해외출장을 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윤 과장이 국제반부패회의 참석차 미국에 출장간 것은 맞다"면서도 "그런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출장을 나간 것도 그렇지만 중수1과장이 국제반부패회의에 참석한 것도 상당히 이례적 일"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윤 과장이 미국 출장을 떠난 시기가 공교롭게도 대검 감찰과의 진정인 조사(5월 31일)가 이루어진 직후여서 더욱 오해를 샀다. 내부감찰에 부담감을 느껴 10일간 휴가를 떠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도 그런 정황 때문이다.
하지만 윤 과장은 "국제반부패회의를 주관하는 세계은행에서 수사 실무자를 보내 달라고 해서 제가 가게 된 것"이라 일각의 '휴가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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