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건·하정우 잇는 차현우 "명품배우 되겠다"
[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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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었던 때가 있었고, 그래서 숨기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배우이기 이전 '누구의 동생'이라는 꼬리표 말이다. 배우 차현우는 그간 알려진 대로 국내 최고 배우로 손꼽히는 하정우의 동생이다. 또한 그 이전에 배우 김용건의 아들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삼부자 배우 집안 출신이다.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누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몰라볼 정도로 아버지와 형과는 다른 외모와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대뜸 "(외모가) 많이 다른 게 다행이다"라고 말을 던졌다. 순간 그의 얼굴에 멋쩍은 미소가 번졌다 사라졌다. 영화 < 퍼펙트게임 > 에서 해태 타이거즈 전설의 포수이자 현 홍익대학교 야구부 감독인 장채근을 실감나게 재현한 그는 어느덧 신인배우 차현우로 돌아와 있었다.
함께 출연한 연예인 동생들 "왠지 서로 챙겨야할 것 같아"
"살을 찌워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제 몸무게가 82kg이었어요. 무조건 찌우기 시작한 이후 영화 촬영 때까지 몸무게를 일부러 안 쟀습니다. 불어난 몸무게에 좌절할까 봐요. 촬영 작업이 다 끝나고 재보면서 '94kg은 나가겠거니' 했는데 맙소사! 104kg이 나오더라고요. 다들 장채근의 풍모에 맞게 나왔다고 칭찬했는데 전 좌절했죠." 프로필 속 그는 다부진 체격에 적당히 마른 몸이었다. 영화를 위해 20kg 이상 찌우는 건 괜찮았지만 주변에서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 '해태 옷을 입고 뛰니 붉은 돼지 같다' 등의 반응에 내심 속상했다며 그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당시엔 이태원의 빅사이즈 전문 매장에서 옷을 사 입을 정도로 몸이 불었던 차현우는 "남들이 살찐다고 피하는 음식 위주로 먹되, 점심 때 먹고 바로 자는 게 효과가 제대로"라며 살찌우는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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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그에게 낯선 운동은 아니었다. 이미 10년째 사회인 야구단에서 활동하고 있던 그였기에 자신 있었다고. 하지만 촬영장에서 폼이 엉성하다는 지적을 받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는 "촬영장에서 선수들의 자세 코치를 맡은 친구가 '형 진짜 폼 이상해'라는 말을 하더라"며 "'10년 동안 이런 폼으로 야구를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이번 역할을 위해 그는 실제 장채근 감독을 만나기도 했다. 차현우는 "장채근 감독은 선동열 감독의 1년 후배인데, 경기에서 커브 사인을 주면 직구를 던지는 등 서로 장난을 치며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다더라"고 캐릭터를 잡는데 도움을 받은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선동열 감독이 게임 전에 실제 술 한 잔을 하기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그는 선동열 역할을 맡았던 양동근과의 호흡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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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사실 이번 영화 전까진 이 친구를 만난 적이 없어요. 대외적으로 자유분방할 것 같고 래퍼기에 뭔가 다를 거라고 느꼈는데 처음 느낀 건 배려심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라는 거였어요. 예를 들면 연기를 하기 전에 먼저 제게 물어요. '형, 어떻게 하면 이 장면 우리가 멋있게 나올 거 같아?'라는 식이죠. 이제 연기를 시작하는 제겐 큰 도움이 됐죠. 연기를 감성적이면서 굉장히 세밀하게 쪼개서 하는 느낌이었어요. 괜히 십몇 년 차 선배가 아니구나 느꼈죠." 이번 영화에서 그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바로 배우 김혜수의 동생 김동희, 조한선의 동생 한준혁과 작업을 한 것. 극 중에서 두 사람은 상대 팀으로 뛰었지만 차현우는 "왠지 모르게 서로 챙겨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연예인 동생이라는 수식어요? 서로 경쟁의식을 갖든 어떤 생각을 하든 제가 차현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죠. 잘하건 못하건 제가 욕을 먹고 칭찬을 받는 거예요. 그런 수식어에 신경을 쓰는 건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는 걸 느꼈어요. 다른 배우처럼 저 역시 좋은 작품에서 제 모습을 인정받는 게 목표입니다." '쿨한' 아버지와 형?..."우울함 떨치고 지금부터 인정받겠다"
내친김에 가족 이야기로 넘어갔다. MBC 청룡 때부터 함께 야구 골수팬이었던 하정우와 차현우는 LG 트윈스의 팬이다. 선수들 등번호까지 외우면서 이제는 서로가 구단주인 양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란다. 본래 음악을 전공하고 싶어 했던 차현우에게 연기를 권한 것도 하정우였다. 실제로 차현우는 남성듀오 '예스브라운'으로 활동하며 앨범 하나를 낸 1집 가수이기도 했다.
"형이 대학은 연극영화과로 가라고 권했어요. 그렇게 시작했던 거 같아요. 처음엔 학교생활을 썩 잘하지 못했지만 군대에 다녀와 복학하면서 진지하게 고민했죠. 자연스럽게요. 아버지도 배우고 형도 배운데 내가 가져야 할 무기 역시 연기를 잘해야 하는 것밖에 없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시작한 게 극단 생활이었다. 7년간 연극 무대를 경험하면서 연기에 대한 괴리감을 느끼기도, 짜릿함을 느끼기도 했다.
"처음엔 셰익스피어 작품을 많이 했어요. 우연치 않은 자리에서 현대극 대사를 읽게 됐는데 맙소사 대사가 안 되더라고요. '내가 잘 못 배웠나' 생각이 들며 좀 흔들렸던 거 같아요. 이후에 지인 분이 < 백중사 이야기 > 라는 현대극을 함께 해보자 해서 갔는데 두 달 연습 후 시연회 날 그동안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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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우는 배우 집안이라는 점이 부담이었음을 인터뷰 말미에 밝혔다. "내가 잘못하면 아버지가 욕을 먹는 게 충격이었다"면서 "학교 다닐 땐 아버지 직업도 사업가로 적어냈다"는 비화를 들려줬다.
"미팅을 하든 오디션을 보든 혼자 걱정했어요. 숨기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더 위축됐죠. 지인이 절 보면 자신감 넘쳐 보이면서도 뭔가 의기소침하다고 했었거든요. 형과 아버지에 대한 게 알려지기까지 불안해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선 든든한 백이 있어 좋겠다는 말도 나왔죠.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도 형님도 그리고 저도 배우가 됐네요. 우리나라에서 연예인 2세 혹은 2대에 걸친 배우 집안은 여러 있었지만 삼부자가 잘되는 케이스는 없었잖아요. 최선을 다해서 그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가 잘 해나가면 제 조건이 장점이 돼서 빛을 발할 거라고 생각해요." 당차게 포부를 밝히던 그에게 형에게 연기 지도를 받진 않았는지 물었다. 집에서 일적인 이야기는 전혀 안 하는 형에게 "이틀간 고민하면서 캐릭터를 어찌 잡아야 할지를 물었다"고. 반응은 "그냥 네가 가장 잘 드러날 만큼 해"였다. 아버지 김용건은 어땠을까. < 퍼펙트게임 > 을 마치고 온 그에게 아버지가 던진 말은 "아직 영화 못 봤다. 오해하지 마라. 다음에 볼게"였다. 말 그대로 '쿨한' 배우 집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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