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진' 김연주가 '배우' 김연주가 되기까지
[[오마이뉴스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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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출신이 갖는 딜레마가 있어요. 영광스럽게 데뷔를 했지만 오랜 기간 힘들어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미스코리아 출신들이 안 좋은 일이 터졌을 때 더 부각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요. 저도 '내가 그냥 신인부터 시작했다면, (자리 잡기가) 수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현재 방송중인 KBS < 영광의 재인 > 에서 영광의 누나인 경주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김연주는 1999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이다. 하지만 김연주는 많은 사람들이 영광스러운 자리로만 생각할 법한 그 자리를 '딜레마'라는 말로 표현했다. 명암이 분명하다는 의미였다.
주홍글씨가 된
'미스코리아 진'의 자리
그의 말처럼, 지금이야 그 열기가 살짝 수그러들었다지만 '미스코리아'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분명하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뽑는 자리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고,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입상한 이들은 바로 벼락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 뒤가 종종 문제가 된다. 어느 길을 택해도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을 택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미스코리아를 꿈꿨던 김연주는 열아홉의 나이에 "멋도 모르고 나갔다가" 덜컥 미스코리아 진이 됐다. 당선된 다음 날 아침 대회에서 했던 화장과 머리를 그대로 하고 방송국에 향하면서 지하철 가판대에서 자신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온 스포츠신문이 마냥 신기해 기념으로 사갔을 정도로 그는 연예계의 생리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김연주는 더욱 혹독한 길을 걸어야 했다.
"갑자기 확 주목을 받으니까, 사실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적응을 잘 못했던 것 같아요. 나는 그대론데, 나를 둘러싼 모든 게 하루아침에 바뀌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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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엄마야 누나야 > (2000) < 얼음꽃 > (2002) 등에 줄줄이 캐스팅됐지만, 그는 끊임없이 '미스코리아 누구, 드라마에 나왔다'라거나 '미스코리아 누구, 연기력은 별로다'와 같은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그를 스타의 자리에 이끈 자리가 아이러니하게도 주홍글씨가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더불어 어린 나이에 미스코리아로서 참석해야 하는 각종 일정을 소화하며 김연주는 스스로가 소모된다는 느낌에도 시달려야 했다. 그 시절을 회상하던 김연주는 "항상 연기를 하며 부담감을 느껴야 했다"며 연예계에 입문한 경력에 비해 작품수가 적었던 것도 (그런 부담감 때문에) 연기에 대한 진지함이 덜했던 것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 < 슬픈 연가 > (2005)를 찍고 나서, '너무 빠르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다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계속 큰 작품이 왔으니까요. 처음엔 그저 한류스타들과 나란히 주인공을 맡았으니 한 신씩만 나와도 좋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제 실력이 갖춰지지 않으니까, 주어진 걸 다 못 해내더라고요. 그 후로 슬럼프가 왔어요. 더 실력을 닦을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죠. 모든 분들이 < 슬픈 연가 > 가 끝나고 더 활발하게 활동할 거라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론 제일 오래 쉬었네요. (웃음)"
또 하나의 '주홍글씨', 진짜 배우가 되게 했다
어떻게 보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배우가 되고 싶었던 김연주에겐 절실한 문제였다. 남의 시선 때문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김연주도 부지불식간에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굴레에 스스로를 가두었을지도 몰랐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김연주는 한동안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2008년 드라마 < 며느리와 며느님 > 이 그에게 왔다.
"초반에는 정말 못했어요. 지금 봐도 부족한 게 많아요. 그런데 홍성창 감독님이 항상 저를 칭찬해 주시고 잘 할 때까지 기다려 주셨어요. 김영인 작가님과도 자주 통화를 하면서 격려를 받았어요. 모두가 제가 부족한 것 같다고 할 때, 감독님과 작가님이 절 믿어주신 거죠. 그 때부터 저도 엄청 노력을 했어요. 초반엔 한 자릿수 시청률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중반부터 반응이 왔고, 24.5%로 끝났어요. 호흡이 긴 드라마를 하면서 저도 자신감이 좀 붙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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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촬영할 때 배우들이 핫팩을 붙이거나, 대기할 때 패딩점퍼를 입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배우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던 김연주는 점점 배우로 거듭났다. 그리고 차기작으로 선택했던 작품이 2010년 < 주홍글씨 > 였다. 김연주는 톱스타지만 과거의 상처 때문에 악녀가 되어버린 차혜란을 연기했다.
" < 주홍글씨 > 에선 혜란의 원맨쇼라 할 정도로 온갖 악행을 저질렀어요. (웃음) 이승연, 김영호 선배님처럼 내공이 엄청난 분들과 함께 연기를 하면서 9개월 동안 많은 걸 배웠어요. < 며느리와 며느님 > 이 배우로서의 시작점이었다면 < 주홍글씨 > 는 성장의 계기가 됐죠. 차혜란이라는 캐릭터를 정말 사랑했어요. 거기에 빠져 살았고요."
"톱스타에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한 여자의 아픔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한동안 이야기를 늘어놓던 김연주는 마지막 촬영을 추억하며 "장재용(김영호 분)이 죽는 신을 촬영했는데 드라마가 끝나는 것과 사랑하던 내 남자가 죽는 게 동시에 일어나니 마음이 허했다"는 말을 끝으로 잠시 창밖을 내다봤다. < 진주목걸이 > (2003)에 출연하며 '처음으로 모든 회에 얼굴을 비출 수 있다'고 좋아했다던 김연주는 < 주홍글씨 > 를 통해 자신이 어느덧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진짜 배우의 길에 서 있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제는 더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욕심'이 난다
"작품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좋은 시놉시스나 작품이 있으면 꼭 하고 싶어요."
이제 김연주는 욕심을 내게 됐다. 인터뷰도 자주 하지 않던 그가, 쑥스러워 팬들과의 소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던 그가 이제는 욕심을 내 보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인다. 먼 길을 돌아온 만큼 이제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앞으로 배우로서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면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보단 김연주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승연 언니도 그런 부분에 공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잘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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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는 오는 1월 일본 여행길에 오른다. < 주홍글씨 > 가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프로모션 제의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김연주는 "센 드라마라 반응이 빨리 올 줄 몰랐는데, 초반인데도 인기가 있다더라"며 활짝 웃었다. "꼭 기사에 넣어 달라"는 당부와 함께 말이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도 김연주는 "제 이미지와 잘 맞아 보여 오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에도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하라면 한 번은 더 하고 싶다"면서도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순발력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 우울한 역할을 연기하려면 평소에도 말이 없어지고 감정에 빠져 있어야 하는데, 연속으로 어두운 캐릭터를 하다 보니 얼굴이 어두워졌다는 이야기를 듣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왕이면 다음에는 명랑하고 털털한 역할을 해 보고 싶어요. 겨울에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캐릭터요! < 영광의 재인 > 촬영장에 가면 진주(남보라 분)도 그렇고 할머니(정혜선 분)도 그렇고 엄마(최명길 분)도 그렇고 재인(박민영 분)도 다 밝은데, 저 혼자만 무표정이라서 말이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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