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확신한 아인슈타인의 꿈은?
[[오마이뉴스 권혁이 기자]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저는 한국의 영어교육이 요구하는 바대로 수업시간에 주로 언어의 기능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내용과 주제에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합니다. 영어교과서는 대부분 과별로 다양한 주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교사로서 그러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관련 도서를 별도로 읽기도 합니다.
'The art of conducting(지휘의 예술)'이라는 교향음악을 주제로 한 다소 따분한 과에서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윤이상 전기를 읽고 아이들에게 윤이상이 이루어낸 업적과 못 다한 꿈을 이야기해 주었고, Rosa Parks의 몽고메리 승차거부 운동을 소재로 한 과에서는 미국 민권운동을 언급하기 위해 하워드 진 교수의 책을 읽었습니다.
또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단편소설을 영역한 소설을 다루는 과에서는 루쉰의 글과 사상을 공부한 후 누구나 언급하는 그 희망과 길에 대하여 꼭 이야기해 줍니다. 몇 해 전 교과서에서 아인슈타인을 주제로 한 과가 있어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고민하다가 'E=mc²'이라는 책을 읽고 그의 상대성이론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말년의 아인슈타인은 사회주의자였을 것"
1905년 특허청 직원으로 일하던 주목받지 못하는 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은 어느 날 38장의 그리 길지 않은 논문을 작성하게 됩니다. 바로 상대성이론이 시작된 것입니다. 논문의 핵심인 E=mc²! 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대표하는 공식으로서 에너지가 질량과 근본적으로 같다는 이 간단한 공식이 그를 일약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물리학자, 아니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과학자로 만들게 됩니다. 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빛의 속도입니다. 즉, 에너지는 질량과 빛의 제곱의 곱과 같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빛의 속도는 시속 1,079,252,848.8 km라고 합니다. 대략 시속 10억 8천만 km라는 얘기입니다. 몸무게가 60kg의 성인 한 사람을 예로 들어본다면, 이 사람이 낼 수 있는 물리적인 에너지는 60(kg)×1,080,000,000(km/hour)입니다. 단위가 있어서 저처럼 수학과 물리학에 문외한인 사람이 알기는 어렵지만, 시속100km로 가다가 다른 물체와 부딪쳤을 때를 생각해봤을 때, 만약 빛의 속도로 간다면 상상할 없는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이 공식이 적용된 것은 수년 후에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서였습니다. 불안정한 상태의 원자를 가지고 있는 우라늄이 핵분열을 통해서 바로 질량 곱하기 빛의 속도라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이렇게 모든 물체가 아닌 특정 물체의 특정한 경우에만 해당이 되기 때문에 이를 특수상대성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고, 학교에서도 곧잘 언급하는 소재입니다. 헬렌켈러가 설리반 선생님을 만나 온갖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나 아인슈타인이 역사상 뛰어난 이론을 발견하고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후 평화주의자가 된다는 등의 내용 말입니다. 그러나 공교육기관에서는 그 이후의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제도권교육만을 받은 학생들은 헬렌 켈러가 정부의 정책들을 강하게 비판했던 제법 유명한 사회주의자였다든지 하는 내용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우연히 공부하던 책에서 아인슈타인이 썼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개인을 불구로 만드는 것은 내가 보기에 자본주의의 최대 악이다. 이 악 때문에 우리의 교육체계 전반이 고통을 겪고 있다. 과장된 경쟁을 벌이는 태도가 학생들에게 주입됐고, 그래서 학생들은 미래 직업을 위한 성공을 숭배하게 됐다. 이런 악을 제거하는 길은 오직 하나 뿐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것은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는 교육체계를 동반한 이른바 사회주의 경제를 확립하는 것이다."
미국의 잡지 <Monthly Review> 창간호에 실린 아인슈타인의 'Why Socialism?(왜 사회주의인가?)'이라는 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길지 않은 그의 글에서 이 부분이 가장 눈에 띈 것은 아무래도 제가 교사이기 때문이겠지요. 60여년 전에 쓰여진 글이지만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입시켜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야만적인 교육과 사회에서 그는 '사회주의'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사회주의의 목표와 문제를 분명히 하는 것은 지금 시기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며 사회주의를 달성하기 위하여 복잡한 사회정치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잘은 모르지만 말년의 아인슈타인도 사회주의자였던 것 같습니다. 그가 발견한 E=mc²이 역사에 적용된 것은 불행하게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졌던 원자폭탄이었습니다.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를 통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신장하고 동료들과의 연대의식이 넘치는 이상사회를 꿈꿨던 아인슈타인은 오히려 인류를 파괴한 자신의 공식 때문에 절망했을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공식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희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상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것은 빛의 속도라는 엄청난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파하는 생명체들에 대한 연민의식? 우리 마음에 강물처럼 흐르는 정의감? 어떠한 억압에도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자유로운 정신?
그것이 무엇일지 모르겠으나 우라늄의 핵분열을 발견해낸 과학자들처럼 바로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에게 놓여진 과제이며, 아인슈타인의 꿈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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