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5·18 삭제? 30년 민주화 노력 부정"

2011. 11. 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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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박주현 기자]

"5·18 뺀 역사교과서 철회하라" < 전남매일 >

'중학 교과서 '5·18 삭제'역사 농단이다' < 광주일보 >

''5ㆍ18 정신' 교과서에서 지워 버린다니' < 전남일보 >

'`5·18 교과서 집필기준 삭제' 분노 폭발' < 광주드림 >

'교과서 '5ㆍ18 삭제'…지역 정치권 반발 확산' < 광남일보 >

'5·18 민주화운동 삭제라니…교과부 정신 있나 없나' < 무등일보 >

광주 민심이 도가니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5·18 민주화운동을 삭제키로 한 데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지난 8일 교과부가 교과서에서 5·18 민주화운동 내용을 삭제한 데 광주·전남 시민들의 분노가 거세다. 지역언론의 지면과 영상에 연일 격노한 민심이 투영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5·18 민주화운동을 역사교과서에서 삭제키로 한 것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성난 민심이 들불처럼 거세지고 있다. 역사왜곡은 물론 5·18 희생자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농단이라는 비난이 드세다.

오는 2013년부터 사용되는 교과서에 '이승만 독재', '5ㆍ16 군사정변', '전두환 신군부 정권', '5ㆍ18 민주화운동'이 모두 삭제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이 화근이 됐다. 이 외에도 정부수립 직후 친일파 청산 노력과 관련된 부분도 사라지게 됐다. 대신에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대체된다. 정권 말기를 치닫는 MB정부의 '최대 악수'로 기록될 만하다.

"5ㆍ18 교과서 삭제? 30년 민주화 희생·노력 부정하는 반민주적 행태"

1980년 5월, 공수부대의 강경한 광주 시위진압.

ⓒ 5.18 기념재단

뇌관 같은 매우 민감한 지역문제까지 기어이 터뜨리고 말았다. MB정부에 대한 반감이 더욱 극에 달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반감이 고조돼 온 곳이다. 교과부가 발표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5·18 민주화 운동 등의 구체적 사건 명칭이 빠져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강운태 광주시장과 윤봉근 시의회의장, 장휘국 시교육감은 10일 광주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삭제를 잇따라 규탄했다.

이들은 "교과부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5·18과 4·19혁명, 6월 항쟁 내용을 송두리째 삭제하기로 한 것은 피 흘려 쌓아 온 자랑스런 민주정신을 부정하는 반역사적, 반민주적, 반교육적 행위"라며 "이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역사, 사회 교과서 등에 5·18 민주정신이 확대 수록돼야 하며, 이를 통해 5·18의 동기와 역사적 공헌 등을 다음 세대가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교과서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와 이호균 도의회 의장, 장만채 도교육감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교과부가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4·19 혁명, 6월 항쟁 등을 송두리째 삭제하려는 것은 역사에 대한 왜곡이자 국제 사회가 인정한 민주주의 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5·18 민주화운동을 교과서에서 삭제하기로 한 것은 광주시민의 30년간 투쟁과 민주화를 위한 희생·노력을 부정하는 반민주적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5·18 민주화운동은 올해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유산이다. 그래서 5월 단체와 정치권은 새 기준을 역사 퇴보로 규정하고, 즉각 폐기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18년 독재정권과 군부 쿠데타의 상징인 5공과 6공을 무너뜨리는 기폭제가 됐고, 민주주의를 반석에 올려놓았다. 이런 소중한 역사적 사실을 삭제하는 것은 MB정부가 끝내 민주정부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것에 다름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전남일보 > "'5ㆍ18 정신' 지워 버린다니, 반역사적·반민주적·반교육적..."

< 전남일보 > 10일 사설.(인터넷신문 캡쳐)

ⓒ 전남일보

광주·전남 지역언론들이 연일 이 소식을 머리기사로 올리고 있다. 또 사설과 논평 등에서도 무게 있게 다루고 있다. < 전남일보 > 는 10일 사설에서 짚었다. ''5ㆍ18 정신' 교과서에서 지워 버린다니'란 제목의 사설은 "2007년에 마련된 현행 집필 기준은 독재정권의 명칭과 5ㆍ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하려는 국민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고, 이것은 민주주의를 위해 줄곧 달려 온 우리 민족의 성취에 대한 자랑스러운 기록이다"고 전제했다.

사설은 "그런데 새 집필 기준이 독재를 미화시키거나 슬그머니 감추고 더욱이 5ㆍ18 민주화운동의 의미까지 사장시킨 것은 역사를 왜곡하고 누더기로 만든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사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광주시민들의 노력도 허사로 만들었다"며 "이번 집필 기준은 보수 세력의 주장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신문은 11일에도 '반역사적·반민주적·반교육적 집필 기준'이라는 일반기사를 통해 각계에서 낸 '5ㆍ18 삭제 규탄성명'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 광주일보 > "역사왜곡 넘어 농단이자 광주시민 일궈낸 민주주의 역사 모독"

< 광주일보 > 11일 사설.(인터넷신문 캡쳐)

ⓒ 광주일보

< 광주일보 > 도 11일 '중학 교과서 '5·18 삭제' 역사 농단이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교과부가 마련한 중학교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중항쟁, 4·19 혁명 등 기존 교과서에 들어 있던 민주화 관련 내용이 모두 삭제됐다"며 "이는 민주주의 정신을 부정하고,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몰역사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리드에서부터 강하게 성토했다.

사설은 이어 "새 집필기준은 독재와 친일파 청산 부분을 감춘 반면 5·18 등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사장시켰다"면서 "역사 왜곡을 넘어 농단이자 광주시민을 비롯한 수많은 국민의 희생 속에 일궈낸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번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은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 학교 교육을 권력 이데올로기의 홍보수단으로 만들려는 저의로밖에 볼 수 없다"는 사설은 "정부는 새 집필기준을 즉각 철회하고, 사실에 입각한 역사 기술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무등일보 > "5·18 민주화운동 삭제라니…반역사적 폭거"

< 무등일보 > 11일 1면 머리기사.(인터넷신문 캡쳐)

ⓒ 무등일보

< 무등일보 > 는 이날 1면 머리기사에서 분노한 시민들의 표정과 규탄성명들을 내보냈다. '5·18 민주화운동 삭제라니…반역사적 폭거 강력 반발'이란 제목의 기사는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5·18 민주화운동을 삭제키로 한 데 대해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정·관계와 시민사회단체,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등의 규탄 성명과 선언내용을 무게 있게 전했다.

5월단체 등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교과서는 학계의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정신을 곡해하면서까지 역사교과서에 정치색을 입히려 하는 불손한 의도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며 "역사를 부정하는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고시를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광주시당도 이날 "독재를 옹호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일부 세력의 행태를 규탄하며 교과서 집필 기준 삭제 철회를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 무등일보 > 는 이날 '교육과학기술부 정신 있나 없나'란 사설에서도 "역사를 왜곡해 권력 이데올로기의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저의가 확연해 보인다"며 "과거 독재정권이 교육을 자신의 입맛대로 농단했던 전철을 다시 밟고 있는 것"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이어 "교육이 중립성을 잃으면 이념 갈등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교과부는 집필기준을 철회하고 사실에 부합한 역사 기술에 다가서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 전남매일 > "MB정부, 독재 역사 숨기고 미화하는 이중적 행태"

< 전남매일 > 11일 사설.(인터넷신문 캡쳐)

ⓒ 전남매일

< 전남매일 > 은 10일 "5·18 뺀 역사교과서 철회하라"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각계 의견을 집약시켰다. 기사에서 김영진 국회의원(광주 서구 을)은 "우리는 일본이 자신들의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면서 침략의 역사를 숨기고 미화하려는 시도에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그런데 우리 정부가 독재의 역사를 숨기고 미화하고 있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기사에서 광주 A중학교 한 교사는 "정상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학문적으로도 정의되지 않는 집필기준이라면 왜곡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라 부르지 못하고, 독재를 독재라고 가르치지 못하는 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광주·전남지역 언론사들은 연일 1면과 사설, 논평 등에서 정치권 및 시민사회단체, 특히 5·18기념재단을 비롯해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등이 낸 '새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즉각 폐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크게 부각시켜 보도하고 있다.

이 중 5·18기념재단 김준태 이사장은 "5·18민주화운동을 집필기준에서 삭제한 것은 지난 30년간의 5월 항쟁사를 짓밟는 반민주적, 반교육적 작태가 아닐 수 없다"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해 단연 주목을 끌었다.

< 전남매일 > 은 11일에도 '독재와 민주주의가 삭제될 역사 교과서'란 제목의 사설에서 "역사를 왜곡해 권력 이데올로기의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저의가 확연해 보인다"며 "과거 독재정권이 교육을 자신의 입맛대로 농단했던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살 책임자·배후세력 규명 미완...교과서 삭제의도 뭘까?

80년 5월, 한 유가족이 가족의 주검 앞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 5.18기념재단 자료사진

무엇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이뤄진 해에 역사 교과서 삭제 논란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올해로 31주년을 맞은 5·18의 세계화는 물론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사에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지난 5월 재조명됐다.

6·25 전쟁 이후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으로 오늘날 한국 민주화의 초석이 된 5·18의 가치와 그 유산을 세계가 인정해 준 셈인데 역사 교과서에서 삭제키로 한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넘어 공분을 살만하다.

유네스코에 제출된 5·18 기록물들만 보더라도 항쟁의 당사자들이 '폭도'로 몰려 구속되고 많은 시민들이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는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고 지속적으로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친 장엄한 기록들로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5·18 기록물은 부당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존엄성을 유린할 때 얼마나 비극적이며 반 인권적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부당한 국가권력에 맞서 자신의 가족을 지키고 신념을 지킨 광주 시민들의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유네스코가 5·18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킨 이유는 5·18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냉전 체제를 해체하고 민주화를 이루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과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하는 국가폭력에 대한 민중의 숭고한 저항을 담은 기록을 인류가 보존하고 후세에 교육해야 한다는 우리 측의 등재 신청 동기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5·18 기록물들은 인권ㆍ민주ㆍ법치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세계인들의 가슴에 새기고 정의를 지향하는 인권교육의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으로 세계인들은 기대를 모았다. 이처럼 6.25 전쟁 이후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으로, 오늘날 한국 민주화의 초석이 된 5.18의 가치와 그 유산을 세계가 인정해 준 것임에도 역사 교과서에서 삭제한다는 논리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다. 5·18 진상규명과 학살책임자 규명, 그 배후세력 규명 등이 여전히 미완인 상태다. 수많은 희생자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처사에 다름 아닌 이유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 (Edward Hallett Carr)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다. 과거와 현재의 단절 속으로. 도대체 무엇을 숨기기 위해, 무슨 일을 획책하기 위해, 무엇이 떳떳하지 못해 이런 어설픈 술수를 획책하는지, 그리 오래지 않아 역사는 분명히 밝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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