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期의 한반도?.. 여름철 장마패턴 과거와 달리 아열대化
'장마' 대신 '한국형 우기(雨期)'라는 말이 교과서에 쓰일 수 있다. 기상청은 몇 년 전부터 장마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 10년 동안 여름철 강수패턴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올해도 평년보다 이른 장마가 지난달 말 시작돼 연일 많은 비를 뿌리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에도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8일 밝혔다. 10일까지 강수량은 서울과 경기도·강원도 북부지방 20∼70㎜, 그 밖의 지방 50∼120㎜로 예상된다. 충청도와 남해안 지방, 지리산 부근은 천둥·벼락과 돌풍을 동반한 시간당 30∼5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누적강수량이 250㎜를 넘는 곳도 있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6∼7월 평균 강수량은 528.2㎜다. 1990년대 427.6㎜보다 100㎜ 이상 늘었다. 강수일수도 90년대 23.3일에서 2000년대 27.9일로 4.6일 증가했다. 장맛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는 뜻이다. 8∼9월에도 장마철처럼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이 늘고 있다. 2000년 이후 8∼9월 평균 강수량은 511.7㎜로 90년대 432.9㎜보다 78.8㎜ 증가했다. 강수일수도 20.7일에서 26.8일로 6.1일 늘었다. 비의 규모가 장맛비와 차이가 없다.
2000년대 6∼9월 강수일수는 평균 54.7일이다. 6월 초와 9월 말에는 비 내리는 날이 적은 점을 감안하면 이틀에 하루는 비가 온 셈이다. 때문에 기상학자들은 장마가 시작되는 6월 말부터 여름이 끝나는 8월 말까지를 우기라고 불러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내고 있다.
강수패턴이 달라진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힘을 키운 북태평양고기압이다. 장마는 초여름 뜨겁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고기압이 만나 시작된다. 장마전선은 6월 중순∼7월 하순 한반도를 거쳐 북상해 중국에서 소멸한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커져 시베리아고기압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시베리아고기압이 남하하는 속도가 빨라 가을장마도 빨리 끝났다. 그러나 최근 북태평양 고기압이 쉽게 물러나지 않으면서 한반도에 장기간 비를 뿌리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서경환 교수는 "최근 여름철에 비 오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며 "동남아 국가처럼 스콜 현상만 발생하지 않을 뿐 사실상 우기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상청 진기범 예보국장도 "8∼9월에 내리는 비의 양이 많고 여름장마와 가을장마 간격도 매우 짧아지고 있다"며 "여름이 우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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