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법무법인 바른..송무에선 김앤장도 겁낼 만한 다크호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한 법무법인을 꼽으라면 단연 '법무법인 바른'이다. '노무현 정권 때 법무법인 화우, 이명박 정권 때는 법무법인 바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98년 변호사 5명으로 시작한 바른은 2005년 3월까지만 해도 변호사 수가 2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외 변호사와 변리사 등 전문 인력이 120명으로 늘었다. 변호사 수 기준으로는 7위권 규모다.
맡은 사건도 굵직굵직하다. 지난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미화 2만달러를 건네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진 한나라당 의원 항소심 사건을 맡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벌금형(80만원)을 받아냈다. 지난해 9월에는 신규 여신 중단 등 채권단의 합동제재 조치를 막아달라는 현대그룹 가처분 신청을 맡아 승소하기도 했다. 법원이 현대그룹 손을 들어줄 것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승리였다. 금융위기에 이슈로 떠올랐던 키코사건의 형사소송,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관련한 MBC 소송, 정연주 전 KBS 사장 퇴진 소송 등 세간에서 화제가 됐던 다양한 사건들을 다뤘다.
법무법인 바른의 성장에는 현재 공동대표인 강훈 변호사의 공이 가장 크다. 서울고법 판사 출신으로 98년 바른(당시 바른법률)을 창립한 강 변호사는 2005년 이석연 법제처장과 함께 보수 변호인 단체로 알려진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을 발족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엔 청와대 법무 비서관을 맡아 현 정권과도 가깝게 지냈다.
최근 감사원장으로 내정된 정동기 전 정부법무공단 이사장도 2007년 11월 대검 차장직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들어가기 전 한때 바른에 공동대표로 몸담았다.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역임한 강병섭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대법관 인선 때마다 후보로 거론된다.
현 공동대표인 김동건 대표변호사의 역할도 막중했다. 서울고등법원장을 끝으로 2005년 2월 바른 대표변호사로 영입된 김 대표변호사는 취임 뒤 김장리법률사무소와 합병했고 법무법인 김신유 금융팀, 서맥법률사무소 등과 합병해 덩치를 키웠고, 5년 동안 6배 넘게 성장시켰다. 경북 의성 출신인 김 변호사는 70년대부터 현대건설에 근무하던 이명박 대통령과 테니스클럽에서 교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일하면서 주목받은 곳이었듯, 바른도 현 정권과 가깝다면 가깝다.
하지만 바른의 성장을 현 정권과 연결지어 생각하기엔 그 이면의 실력이 놀랍다. 바른에 참여한 변호사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판사 출신으로는 대법원장을 지낸 최종영 고문변호사, 대법관을 지낸 박재윤 변호사, 국내 최초 여성 지방법원장 출신 이영애 변호사, 박철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이 있다. 검찰 출신으로 명로승 전 법무차관, 문성우 전 대검 차장,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등이 있다.
스타급 변호사들이 모이면서 바른은 송무 분야에서는 김앤장도 겁내는 강자로 성장했다. 한 언론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법원 사건에서 수임사건 수가 66건으로 바른이 1위였다. 이 중 29건을 승소(43.9%)해 율촌과 김앤장에 이어 승소율 3위를 기록했다. 민사, 행정, 특허사건만 따지면 승소율은 2위(57.8%)였다. 송무 파트의 경우 변호사 매출이 1인당 9억원으로 전체 로펌 중 3위다.
송무에서 탁월하기도 하지만 고객만족도가 높다는 점도 바른의 경쟁력이다. 강 대표변호사는 "출중한 재능보다 고운 인성이 좋은 변호사가 필요하다"며 법무법인 대표로는 드물게 서비스 정신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와 변호사를 보조하는 변호사의 비율은 1 대 1.7 수준인데 평균(1 대 4 정도)과 비교해 월등히 낫다. 그만큼 파트너 변호사가 모든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챙긴다는 얘기다.
송무에서는 이미 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바른은 올해부터 자문시장에 좀 더 공들일 참이다. 특히 국외시장 진출을 노린다. 바른의 자문팀을 책임지는 외국 변호사 토머스 피난스키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명성이 자자한 변호사다. 중국, 뉴질랜드 등에서 20여명을 영입해 글로벌 시장에 확고하게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 인터뷰 서명수·이원일 변호사"30년 현직 판사 경험 발휘하겠다"
많은 기업이 비슷하겠지만 법무법인의 경쟁력도 사람이다.
어떤 변호사가 영입되느냐에 따라 법무법인의 성패가 좌우된다. 그런 의미에서 바른에 뛰어난 변호사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중에서도 30년 가까이 현직 판사로 근무하며 다양한 사건을 맡아온 두 베테랑 변호사 영입이 눈길을 끈다. 서명수 변호사(55)와 이원일 변호사(54)다.
서울대 법학과 75학번인 서 변호사는 80년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민사와 형사를 두루 거친 멀티플레이어다. 특히 2005년 인천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파산부에 있었는데 인천에 부실기업이 많았어요. 대우중공업, 대우차나 인천정유가 대표적인 사례로 '대우' 브랜드가 무너지는 게 무척 안타까웠죠. 인천정유를 법정관리하는 동안 매각 절차를 밟았는데 SK는 1조원이 넘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해 경쟁자들을 압도했어요. 부실기업을 사서 제대로 키워보겠다고 하는 마음이 고맙기도 했죠." 서 변호사는 2006년 서울고법 형사재판부로 옮겨와 선거 관련 사건도 많이 맡았다. 경험이 많은 서 변호사지만 그는 5년간 (94~99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생활을 하며 꼼꼼함을 더욱 키웠다고 했다.
"1, 2심 법원도 마찬가지지만 대법원에서 실수란 있을 수 없어요. 때문에 조그만 법조항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늘 긴장하며 일해야 합니다. 보통 2년 정도 합니다만, 저는 5년이나 했으니 철저하게 실력을 쌓은 셈이죠." 지난해 퇴임 뒤 바른으로 옮겼으니 서 변호사는 이제 겨우 2년 차 변호사다. 하지만 다양한 사건을 담당했다. 아이티씨와 씨티은행 간 파생금융상품 손해배상 사건, 은행 임원 사금융 알선 사건 등을 맡았다. 변호사로서 맡은 사건 중에선 '강북삼성병원 의사 배임수재건'을 가장 인상적인 사건으로 꼽았다.
"의사가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기소됐는데 2심에서 무죄 판결을 얻어냈어요. 의약품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임상실험 결과를 제공하고 비용을 받았는데 국외 사례와 연결지어 문제가 없다고 봤죠." 그는 "현직에서 보니 바른의 논리가 압축적이고 세세했기 때문에 바른을 택했다"며 "기업 부문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원일 변호사는 서명수 변호사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다. 사법고시는 2년 늦게 합격했다. 서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이 변호사도 민사와 형사를 두루 거쳤다. 주로 민사 부문을 맡아오다 2001년 사법연수원 교수직을 계기로 형사 부문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들은 연수원 교수로 가면 '징역 3년에 벌금 3000만원'이라는 농담을 해요. 일산이라는 외딴 곳에서, 학생들에게 밥을 사주면 돈을 많이 쓴다는 뜻에서죠. 저는 형사재판실무, 회사법연구 등의 강의를 하면서 공부도 많이 하고 젊은 연수원생들의 감각을 익힐 수 있어 좋았어요." 많은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 그렇겠지만 무척 꼼꼼하다. 교수들에게 연수원생들의 채점은 고역이다. 워낙 분량이 많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5000매에 달하는 시험 답안을 한 번만 보는 게 아니라 재차 검토한다. 시간이 많이 걸려도 연수원 성적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재직 시 다양한 사건을 많이 다뤘다. 서울고등법원 때 두산중공업과 STX중공업 사이의 영업비밀 침해사건을 맡았다. STX 임원이 회사를 옮기면서 영업비밀을 가져갔느냐가 이슈였다. "당시엔 영업비밀의 정의조차 명쾌하지 않을 때였어요. 그때 영업비밀부터 침해 행위의 범위, 공모 여부 등을 자세히 정의했죠. 후에 대법원이 저의 판결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고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2009년 고민 없이 곧장 바른으로 옮겼다. 창립멤버인 강훈 변호사와 막역한 사이이기도 했지만, 실력 있는 후발업체를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변호사로 온 지 이제 2년이지만 활약이 대단하다. KT의 금호렌터카 인수 작업에 참여했고, 민사사건으로 제이브이엠이라는 회사를 대리해 키코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냈다.
"법조인은 균형 잡힌 사고방식을 가져야 합니다. 판사 때도 그랬지만 변호사로서도 귀를 열고 편견 없이 누구의 얘기든 잘 들으려 합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90호(11.01.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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