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비즈니스에 사활 걸다] ② 인터넷 포털
◆지도가 세상을 바꾼다◆'이제 지도는 서비스가 아니라 플랫폼이다.' 이 한마디에 '지도에 사활을 건 포털'들의 오늘이 모두 담겨 있다. 새로운 플랫폼을 잡는 자가 포털업계 승자가 될 것이기에, 지도 서비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포털에서는 현재 '구(舊)지도'와 '신(新)지도' 간 싸움이 한창이다. 구지도가 '길 찾기'로 대변되는 기존 2D 지도 서비스라면, 신지도는 '항공뷰' '거리뷰'라 불리는 실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지도다.
'신지도' 시장을 선점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향후 광고와 연계될 수 있는 지도 서비스는 신지도 서비스인 만큼, 신지도 시장을 선점한 다음컴은 미래 포털 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자신한다.
반면 신지도 시장에서 다소 밀리고 있는 NHN은 "신지도는 돈만 들이면 누구든 서비스할 수 있다. NHN이 거리뷰를 늦게 시작한 것은 거리뷰 같은 서비스가 지도 서비스의 핵심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NHN은 대신 지도 서비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를 정교화하는 작업에 열중했다. 그 결과가 여전히 큰 격차가 나는 NHN과 다음의 지도 서비스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반박이 덧붙여진다. "NHN은 자사가 지도 서비스 시장의 70%(코리안클릭 기준)를 차지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는 구지도와 신지도를 모두 합친 것으로 최근 트렌드를 정확하게 반영했다 할 수 없다. 신지도 서비스만을 따로 떼어내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를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관계로 정확한 현황을 알 수 없을 뿐이다. 또 신지도 서비스는 컴퓨터에서보다 휴대전화에서 더 많이 활용된다. '웹'이 아닌 '앱'용 서비스라 해도 무방하다. 기존 측정 수치들로 새로운 현상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기에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처럼 보일 뿐이지 실질적인 지도 서비스에서 다음이 앞서나간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음 '스카이뷰' '로드뷰'로 홈런'포털'이 그야말로 '지도'에 풍덩 빠졌다.
선수를 친 곳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이다. 다음컴은 지난해 1월 국내 최초로 '스카이뷰'와 '로드뷰'를 내놓으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스카이뷰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찍은 거리 풍경. 전국 6대 광역시를 비롯해 제주도, 독도 등 주요 지역을 망라했다. 로드뷰는 길거리를 10m 간격으로, 360도 돌아가는 파노라마 카메라로 찍어 덧붙인 사진이다. 이 사진들을 덧붙이고 위치 좌표를 적용한 후 해당 위치를 클릭하면 마치 직접 그 중앙에 서 있기라도 하듯 사방을 실사로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 등을 모두 까맣게 처리하는 등 '사생활 침해' 논란이 없도록 처리해야 한다. 이 작업이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는데 해당 팀은 이를 위해 거의 매일 전국의 거리 사진을 찍는다. 다음컴 정지은 팀장은 "오늘도 대한민국 어디에선가 다음 지도팀이 헬리콥터 안에서 혹은 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것"이라 전했다.
로드뷰가 처음 나올 때만 해도, 또 지난해 8월 모바일에 서비스되기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말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로드뷰가 부쩍 각광받기 시작했다. '00에서 50m쯤 걸어오다 00 약국이 보이면 그 약국을 끼고 우회전해 다시 100m가량 들어오라' 식으로 찾아가는 것은 이제 '촌스러운' 게 돼버렸다. 대신 스마트폰에 로드뷰를 띄워 스마트폰에 뜬 거리 사진과 실제 거리를 대조해가며 원하는 장소를 찾아갈 수 있게 됐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 같은 트렌드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다음컴은 실로 오랜만에 '포털'업계 화제기업 자리에 복귀했다.
NHN은 한참 늦었다. 항공사진 지도는 다음과 비슷한 지난해 1월에 시작했지만 다음의 '로드뷰'에 해당하는 NHN '거리뷰'는 지난 9월에야 비로소 오픈했다. 서비스 시작이 늦다 보니 여러 면에서 밀리는 게 확연히 눈에 띈다.
다음컴은 '4스크린' 전략을 내세운다. 컴퓨터, 휴대전화, 디지털뷰, IPTV 등 4개 스크린을 통해 서비스된다는 의미다. 디지털뷰는 지난해 하반기 다음컴이 제공해 서울시내 1~4호선 지하철역에 각 2~6대씩 장착됐다. 당연히 다음의 로드뷰 서비스가 탑재돼 있다. 지하철역에서 찾고자 하는 인근 장소를 클릭해 미리 볼 수 있다. IPTV는 IPTV가 장착된 아파트 인근 지도를 주로 보여준다. 디지털뷰는 다음컴만 갖고 있는 스크린이고, IPTV에서도 다음이 한참 앞서 있다.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시작이 1년이나 차이나는 만큼 다음컴 아성이 확고하다. 11월 12일 현재 무료인기앱 순위에서 다음 지도는 15위, NHN 지도는 110위에 올라있다. 원래 무료앱 순위는 막 서비스가 시작된 직후에 가장 높다. 지난 10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NHN이 한참 유리할 시기다. 그럼에도 다음과 NHN 순위 격차가 상당하다. 내비게이션 순위는 다음이 2위, NHN이 5위다. 이 외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쇼핑하는 사람들 모임인 앱쇼퍼 순위에서는 최근 한 달 다음 지도가 6~10위를 왔다 갔다 한 반면, NHN 지도는 11~35위에 그쳤다.
다음컴에서 지도 서비스를 총괄하는 정대중 로컬서비스팀장은 "컴퓨터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덧붙인다. "보통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를 얘기하는데 적어도 지도 서비스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NHN의 경우 워낙 검색에서 지도로 넘어오는 비율이 높다 보니 방문자 수와 페이지뷰가 다음보다 높을지 몰라도 이들은 처음부터 지도 서비스를 목적으로 들어온 경우가 아니라 바로 나가버린다. 반면 다음컴 지도 서비스에 들어오는 네티즌은 원래부터 지도를 이용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 이들의 1인당 체류시간은 NHN의 경우보다 훨씬 높다"고 전했다.
실제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11월 1일 기준 다음컴 지도서비스에 들어온 네티즌 1인당 체류시간은 9.54분으로 NHN의 7.55분보다 월등히 높았다.
NHN 최근 '거리뷰' 선보여
다음컴이 이처럼 지도 시장을 먼저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콩나물닷컴, 올해 픽스코리아 등 지도제작업체를 수십억원을 들여 줄줄이 인수하는 등 지도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돈을 쏟아 부은 덕분이다. 현재 다음컴에서 지도 서비스 관련 업무를 하는 인력은 자회사 인력을 합쳐 300명이 넘어간다.
NHN은 뒤늦게 발동이 걸렸다. 다음보다 가동할 수 있는 인력과 자본이 많은 만큼 물량공세를 통해서라도 잠시 주춤했던 지도 시장에서의 우세권을 되찾아온다는 생각이다. NHN 내부에는 지도만을 전담하는 팀이 따로 있지 않지만 '프로젝트'별로 움직이는 NHN 조직 특성에 비춰볼 때 현재 다음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지도 서비스에 매달려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업계 시각이다.
이제 멍석은 깔렸다. 관건은 막 무르익기 시작한 지도 서비스 시장에서 과연 어떻게 수익모델을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것. 다음컴은 조만간 서비스가 예정돼 있는 '스토어뷰'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스토어뷰는 매장 내부를 속속들이 보여주는 서비스. 현재 시험 서비스 차원에서 대학 내부를 보여주는 '대학뷰'를 서비스 중이다. 스토어뷰와 관련해서는 계속적으로 매장 사진을 찍어나가고 있다. 예전엔 기업들이 검색광고를 위해 돈을 냈다면, 향후에는 스토어뷰에 사진이 실리기 위해 돈을 낼 것이라는 게 다음 측 기대다. 로드뷰에 다양한 서비스를 엮는 것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현재는 로드뷰 상에서 매장을 클릭하면 바로 해당 매장으로 전화가 걸린다. 다음은 여기에 메일과 예약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덧붙인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매장 광고가 붙을 수밖에 없다.
사실 매장 내부를 국내 최초로 보여준 곳은 네이트다. 지난 5월 네이트는 '360도 액션뷰'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약 500개 업체가 액션뷰에 등록돼 있는가 하면 700여업체가 촬영을 마친 상태다. 지도 서비스의 첫 수익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매장 내부 지도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네이트는 다음컴과 NHN의 지도 서비스 전쟁에서 한발 밀려나 있다.
[김소연 기자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82호(10.11.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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