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무참히 유린된 날".. 공황에 빠진 정치권

입력 2010. 11. 5. 18:23 수정 2010. 11. 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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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5일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과 관련해 여야 의원 사무실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관련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부에 의해 국회가 유린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국회의원의 명예가 심각하게 손상되는 일"이라며 "검찰이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정치는 없애고 통치만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통치관을 보여준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1979년 박정희 군사 독재시절 김영삼 당시 야당 총재를 제명한 후 유신 정권은 망했다"고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열려 있는 대정부질문 기간 압수수색하는 것은 정부가 국회를 유린하는 것"이라며 "11월 5일은 국회가 무참히 유린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포폰 압수수색을 이렇게 번개처럼 했느냐, 라응찬 전 신한금융회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대통령 측근을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수사했느냐"며 "민주당은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과의 공동대응 문제에 대해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공감대는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우려를 표명했지만 강도는 달랐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의 후원회 계좌는 증거인멸을 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도 압수수색을 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 한나라당 원내입장에서 검찰 조사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정옥임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압수수색을 당한 의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측근들은 "보복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과정에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보복성 수사라는 것이다. 강 의원은 박 원내대표에게 "1000만원 이상 후원금을 받은 사람이 수사 대상이라고 하는데 광주 이외의 청목회 회원은 49명으로 490만원이고, 광주까지 합쳐도 내가 받은 후원금은 990만원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조경태 최인기 의원은 사무실 압수수색 소식을 접한 뒤 "청목회에서 후원금이 들어온 것조차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도 "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내사를 충분히 해서 물증이 나오면 압수수색을 하면 좋은데, 조사는 제대로 안하고 언론에 자꾸 의혹이 나와 명예가 상당히 실추됐다"면서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따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자로 나선 의원들도 이귀남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압수수색 경위 등을 따졌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 12명을 집까지 압수수색하는 것은 비상계엄 때나 가능한 일"이라며 "강기정 의원에 대한 보복이냐"고 이 법무장관을 몰아붙였다.

한장희 노용택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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