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시계' 끌러준 MB "이거 차고 미소금융 가보라"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기사 대체 : 2일 오후 2시 20분 ]
이명박 대통령이 2일 경기도 구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추석 전 물가를 점검하는 등 민생현장 방문을 재개했다. 이 대통령은 친서민 정책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미소금융을 또 다시 방문해 현장상황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이 시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6시. 이성호 시장관리공사 사장의 안내로 채소동과 과일동, 경매동을 차례차례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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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채소가게에 들러서 소비자들에게 "값이 얼마나 해요? 좀 올랐나요?"라고 묻자 한 소비자는 "너무 비싸네요. 못 사겠다"고 말했다.
호박 가격을 묻는 대통령에게 한 상인은 "고랭지에서 올라오는 철인데 날이 더워서..."라고 불안정한 가격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오이·애호박 등을 만져보며 "추석 전에 (값이) 좀 내려야 될 텐데..."라고 혼잣말을 했다.
옆가게로 이동해 "많이 팔았냐"고 묻는 이 대통령에게 상점 주인은 "비싸서 안 사간다"고 하면서도 "막걸리 좋아하신다고 해서 미리 한 병 사 놓았다. 경제 살리기, 믿겠다"고 대통령을 응원했다. 이 대통령이 또 다른 채소가게에 들르자 한 상인이 커피를 대접했고, 대통령이 커피를 마시자 상인들이 손뼉을 치기도 했다.
또 다른 과일가게 주인이 복숭아를 직접 깎아서 건네주자 대통령은 "복숭아가 맛있다. 다들 하나씩 먹어보라"며 두 상자(각 1만8000원)를 즉석에서 구매하기도 했다. 약 20분간 시장을 둘러본 이 대통령은 시장 안의 한 식당에서 해장국을 아침식사로 먹었다.
배추가게 주인에게 미소금융 추천한 이 대통령
노점상 하다가 배추가게를 마련한 강계화(70)씨가 "43년 장사했는데 이제 죽어도 원이 없다. 가실 때 선물이나 하나 달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잠바'라도 벗어주고 가야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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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가 강씨 생각이 났는지 다시 돌아가 그에게 자신의 시계를 풀어주며 "이게 청와대 시계다. 이거 차고 미소금융 찾아가 보세요. 나도 회의 끝나고 시간되면 가 볼 테니..."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식사 중에 강씨에게 미소금융을 설명하면서 "(미소금융은)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 구리지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이 강씨에게 시계를 선물로 준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은 강씨에 대해 "평생 일수만 썼지, 미소금융 있다니까 모르더라"며 "새벽 4시에 나와서 장사하니까 TV도 못 보고해서 내가 여기 미소금융 있다고 가보라고 했다. 그 할머니는 돈 떼먹을 사람 아닌 것 같더라"고 말했다.
강씨에게 자신의 시계를 선물로 준 것과 미소금융에 가보라고 한 것은 전혀 별개의 얘기라는 뜻이다.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은 "무등록사업자는 500만 원까지 (대출)해 주고 있다. 상인조합에서도 도와주고, 재래시장에서 일수 쓰는 사람 전부 이걸로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어떤 곳은 자기들 일수하고 있는 것과 겹치니까 상인조합에서 미소금융 못 들어오게 한다더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G20에서도 서민금융에 관심 많은데 내년 프랑스에서 회의할 때쯤이면 우리 미소금융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점별로 특색 있게 하는 걸 모아서 다른 데서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한국형 서민금융'이 될 수 있지 않겠냐"며 기대를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여기는 시장 안에 지점이 있어서 좋은데 정작 혜택을 입어야 할 사람이 (미소금융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창업한다고 몇 천만 원 쓸 사람은 햇살론을 쓰면 되고, 미소금융은 그 보다 적은 금액 쓰는 사람한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미소금융 방문을 마친 대통령은 강계화씨의 배추가게를 다시 찾았다. 강씨가 "전에는 한 단에 1500원 하던 배추가 4000원으로 올랐다"고 말하자 대통령은 "자, 다들 하나씩 사 가자"며 7단(2만8000원)을 산 뒤 강씨에게 3만원을 건넸다.
강씨는 "나랑 같이 13년 노점상 했던 아줌마가 얼마 전에 남편 사별하고, 친척한테 1억 빌려서 가게 하나 냈는데 이자 내기도 힘들어 한다. 오늘 꼭 대통령 소개시켜 주고 싶다"며 또 다른 상인 윤영임(43)씨 가게로 대통령을 이끌었다.
이 대통령을 본 윤씨가 흐느끼다 돌아서서 나가자 대통령은 미소금융을 또다시 언급했다.
"왜 우나? 힘내야지. 장사하다 힘들면 미소금융에 가봐라. 거기 아직 모르지? 일수 쓰지 말고. 힘내세요. 울지 말고. 내가 꼭 대출해 주도록 특별히 얘기해 볼께. 용기내야지"
이 대통령은 윤씨 가게에서도 3만4000원을 내고 감자 두 박스를 구입했다.
이 대통령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물가 점검
한편, 이 대통령은 도매시장 사무실에서 이어진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추석 앞두고 과일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며 "그런 가운데 '곤파스' 태풍을 맞아서 아마 이 태풍이 농산물에 가장 피해를 줄 것 같다. 추석을 앞두고 매우 걱정스러운 바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현장을 둘러봐서 알겠지만 물건 사러 오신 분들이 오이· 호박가게에서 엄두가 안 나서 사지 못하고 빈손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탁상에 앉아서 보고만 받고는 절대 될 수가 없고 현장에서 그런 현실을 볼 수 있다. 각 부처 장관과 관련 공직자들이 현장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6%로 안정되어 있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20% 이상 오른 것으로 국민들은 느끼고 있다"며 "물가도 서민의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 앞으로 물가를 이야기할 때 생활물가 상승률부터 말하고 전체 물가상승률을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윤영선 관세청장에게 "물가안정을 위해 농수산물을 긴급하게 수입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세관을 통과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며 "긴급대책이니까 24시간 서비스하고, 이런 상황을 국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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