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소년과 싱글맘의 고달픈 현실 적응기
[오마이뉴스 임동현 기자]어느 식당 테이블, 남자와 여자가 마주앉아 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모자지간이다. 나이 든 엄마는 아들을 애처롭게 쳐다보고 식탁에 엎드린 아들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다. 뭔가 슬픈 일이 닥친 듯하다.
이 장면은 12회 서울 국제 청소년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바박 나자피 감독의 < 세베:소년의 초상 > 의 첫 장면이다. 대체 이 모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왜 그들은 슬픈 눈빛으로 서로를 지켜보고 있을까? 영화는 그 이유를 추적한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왕따 소년과 싱글맘의 고달픈 현실 적응기다.
왕따 소년과 싱글맘의 고달픈 현실 적응기
15살 소년 세바스티안. '세베'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소년이다. 그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다. 친구들은 세베를 보면 '호모 새끼'라고 놀리며 장난을 치고 모욕을 준다. 세베의 유일한 친구마저 세베와 친하다는 이유로 같은 놀림을 받는다. 담임 선생은 세베의 가정 환경을 모를 정도로 세베에게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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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베의 엄마는 야간에 신문을 돌리며 생계를 이어가지만 가난을 벗어날 수 없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지만 가난한 현실은 그녀를 신경질적으로 만든다. 세베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자주 퍼붓는 엄마. 하지만 세베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다.
동급생의 엄마가 준 세베의 생일 선물을 본 엄마는 "우리는 그 애에게 줄 선물을 살 돈이 없어"라며 선물을 되돌려주라고 소리친다. 세베는 반항해보지만 결국 선물을 돌려준다.
어느 날 엄마는 세베에게 빨간 스웨터를 선물로 준다. 처음으로 엄마에게 선물을 받아본 세베는 엄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엄마는 '남편을 닮은' 세베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짧은 행복은 스웨터가 사실은 엄마가 세탁실에서 훔친, 이웃에 사는 동급생의 것임을 알게 되면서 사라져 버린다. 호모도 모자라 이제는 '도둑놈'이라는 욕까지 먹는 세베는 어떻게든 어머니가 훔쳤다는 것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엄마의 도적질이 드러나고 다시 신경질적으로 변한 엄마는 아들을 집에서 쫓아낸다.
사랑하는 엄마에게마저 버림받은 세베는 마침내 공사장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훔쳐 학교로 간다. 마지막 엄마와의 통화. 엄마는 세베에게 돌아오라고 말한다. 학교로 간 세베는 다이너마이트로 위협을 하려 하지만 어설프게 실패하고 만다.
집으로 돌아오는 세베. 엄마는 그를 따뜻이 맞이한다. 하지만 결국 엄마는 말한다. "엄마는 이제 너를 키울 능력이 없어." 이것이 바로 첫 장면에서 세베가 눈물을 흘리게 되는 이유다.
세베의 슬픔, 우리 주변에 있다
친구도 없고 말수도 적고 사랑에 굶주린 세베의 유일한 취미는 무엇인가를 손으로 만드는 것이다. 전구들을 천정에 매달아 방을 꾸미는 등 그가 만드는 것은 바로 자신의 세계다. 세베는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며 힘든 현실을 보내려한다. 자신에게 폭언을 퍼붓는 엄마지만 엄마의 힘듦을 잘 알고 있기에 세베는 엄마가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고 엄마의 폭언을 견딘다.
하지만 세상은 엄마의 양육권을 포기하게 만들고 세베의 행복을 영원히 이어주질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살아야한다. 돈이 없어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도 그들은 살아야한다. 이 삶을 어떻게 살아나갈까? 영화가 끝나는 순간 한쪽 가슴이 저미는 느낌이 들었다면 바로 그것이 이유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합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유럽 청소년들과 싱글맘의 고민을 담아내면서 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학교, 그리고 유럽 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그리고 이런 비극은 유럽은 물론,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도 하다. 무관심 속에서 결국 스스로의 세계에 갇혀 살 수 밖에 없는 서민 청소년, 서민 부모들의 고행은 지금도 각종 뉴스에서 서로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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