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넘어①] 호날두, 심장병 앓던 울보가 최고 멀티킬러로..
[JES 최원창] 꽃미남같은 외모와 조각같은 몸매. 환상적인 발재간에다 총알같은 스피드로 승리를 부르는 킬러본능.
루이스 피구에 이어 포르투갈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다. 돌고래처럼 솟아올라 내리찍는 헤딩슛은 일품이다. 특히 왼발·오른발을 가리지 않고, 무회전 프리킥도 모자라 발뒤꿈치로도 골을 넣는다. 지난해 여름 8000만파운드(한화 1644억원)의 사상 최대 이적료를 기록하며 맨유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특급 스타이자 끊임없는 스캔들을 일으키는 여성편력의 소유자다.
하지만 화려한 모습만으로 호날두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힘겨운 가정사를 견뎌내고 축구공 하나에 자칫 생명을 잃을 뻔 했던 위기를 딛고 일어선 호날두이기에 그의 축구화에 새겨진 훈장들이 더욱 값지다. 호날두는 조국 포르투갈에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안기겠다며 사자후를 울리고 있다.
▲어린 시절 깡통차고 놀던 울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도스 산토스 아베이로(Cristiano Ronaldo dos Santos Aveiro). 1985년 포르투갈 본토에서 서남쪽으로 800㎞ 떨어진 마데이라섬에서 정원사였던 호세 디니스 아베이루와 어머니 마리아 돌로레스 두스 산투스 아베이루 사이에서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미국의 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의 이름을 따 호날두로 지었다.
그가 살던 산토 안토니오는 보잘 것없던 빈민촌이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그 곳에서 호날두는 푼찰(마데이라 동남부 항구도시)과 대서양을 내려다보며 축구를 시작했다. 호날두는 자기 마음대로 게임이 풀리지 않으면 눈물을 쏟던 울보였다. 어린 시절 그를 지도했던 마리아 도스 산토스는 "그는 순수한 영혼을 지니고 있어 게임에서 졌을 때는 항상 눈물을 흘렸다. 지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독일월드컵 프랑스와 준결승전에서 패한 후에도 눈물을 쏟았다.
아버지 디니스는 알콜 중독자였고, 그의 형 휴고는 마약에 빠져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청소부 일을 하며 한 달에 400파운드(약 74만원)를 받아 근근히 가족을 먹여 살렸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돈을 아버지의 치료비로 쓰다보니 호날두는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에게는 오로지 축구 뿐이었다. 축구공이 없으면 양말, 빈 깡통을 차며 축구 기술을 익혔다. 그의 화려한 기술은 깡통을 자유자재로 다루던 어린 시절 완성됐다. 마데이라 섬 사람들은 그의 화려한 기술을 마데이라 전통춤 이름을 따 '오 바일리뇨 마데이레인세(O Bailinho Madeireinse)'로 부른다.
▲심장 질환도, 아버지의 죽음도 이겨내고
8살 때 안도리냐 지역 팀에서 축구를 시작한 뒤 마데이라의 두 개 프로 클럽중 하나인 나시오날과 계약했다. 발군의 기량으로 10살때에는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리스본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었다. 15세 때 리스본과 정식 계약을 앞둔 그는 청천병력같은 얘기를 듣는다. 메디컬 테스트 도중 심장이 지나치게 빠르게 박동한다는 것이 발견돼 구단에서 조심스럽게 축구를 그만 둘 것을 제안했다.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호날두는 선수 생명을 걸고 수술대에 올랐다. 어머니 돌로레스는 "호날두가 선수 생활을 포기해야할 지 노심초사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됐고, 훈련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호날두에게 아버지는 가슴 저린 생채기다. 맨유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2005년 9월 러시아와의 독일월드컵 예선을 하루 앞두고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접했다.
그는 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지만 디니스는 술을 끊지 못하다 요절한 것이다. 충격과 아픔을 딛고 러시아전에 나선 그는 "분명 아버지의 죽음은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고통이 지나갈 것을 알고 있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계속해서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독일월드컵 잉글랜드와 16강전에서 승리를 확정짓는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한 뒤 하늘을 향해 키스를 보내며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한 경건한 골뒤풀이를 펼쳐 보였다.
▲포지션 파괴한 총알탄 사나이
맨유의 전설 조지 베스트는 2005년 11월 사망하기 전 "수년에 걸쳐 '새로운 조지 베스트'라고 불리는 몇몇 선수들이 있었지만 내가 칭찬으로 받아들인 것은 호날두에게 그 별명이 붙여졌을 때다"고 말했다. 전설이 극찬한 호날두는 윙어와 스트라이커의 구분을 파괴하며 '멀티 킬러'의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마법사처럼 상대를 속이는 호날두의 화려한 기술은 마라도나와 지단을 연상시킨다. 윙어임에도 스트라이커들의 자존심을 구길 만큼 척척 골로 만드는 결정력은 요한 크루이프을 떠올렸다. 특급 무기인 무회전 프리킥은 데이비드 베컴과 비견된다. 순간 시속 100㎞를 내달려 먹이를 낚아채는 치타처럼 내달려 한 번의 몸놀림으로 상대의 무게중심을 무너뜨린 후 상대 골문에 적중시키는 슛은 빠른 리듬의 왈츠에 맞춘 귀공자의 춤사위같다.
독일의 주간지 '데르 슈피겔'은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선수로 호날두를 꼽았다. 드리블 하면서도 최대 시속 33.6㎞의 스피드로 수비수를 제친다는 분석이었다.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시속 32.9㎞)·시오 월컷(아스널·32.7㎞)·웨인 루니(맨유·32.6㎞) kph)·로빈 판 페르시(아스널·32.1㎞)를 앞질렀다. 세계 축구팬들은 남아공에서 폭발적인 스피드와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휘젓는 호날두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최원창 기자 [gerrard11@joongang.co.kr]
['역경을 넘어! 우승을 향해 시리즈란?]
봄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추위와 눈보라를 이겨내고 가지 속에 꼭꼭 숨겨놓았던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 나서는 축구 스타들이 위대한 까닭은 수많은 경쟁은 물론 시련과 역경을 뚫고 최고의 무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일간스포츠는 남아공월드컵에 나설 최고의 스타 10명을 선정하고 '역경을 넘어! 우승을 향해!'라는 시리즈를 10회 연재한다. 슈퍼 스타의 화려함과 위대함만을 조명하지 않고 그 뒤에 감춰진 일상의 치열함과 시련을 견뎌낸 스토리를 오롯이 담아냈다. 이어 이들이 속한 국가의 심층 전력 분석을 다룬다. 편집자 주
①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②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③다비드 비야+스페인④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⑤웨인 루니+잉글랜드⑥박지성+대한민국⑦은완코 카누+나이지리아⑧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⑨카카+브라질⑩매튜 부스+남아공
▷ [역경을 넘어①] 호날두, 심장병 앓던 울보가 최고 멀티킬러로… ▷ [역경을 넘어②] 호날두 프리킥 베스트5 ▷ [역경을 넘어③] 호날두 프로필&잡학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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