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매니저] '스위치 투수'가 성공하기 힘든 이유
[JES] 지난 3월 31일,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애틀랜타의 시범경기에서는 진귀한 광경이 펼쳐졌다.
4-2로 앞선 애틀랜타의 5회말 공격에서, 양키스 선발 CC 사바시아가 물러나고 '스위치 투수' 팻 벤디트(Pat Venditte)가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소문으로만 듣던 양손 투수의 등장에 관중들은 술렁였고, 사진 기자들은 바쁘게 셔터를 눌러댔다. 상대팀인 애틀랜타 타자들 역시 흥미로운 표정으로 벤디트를 주시했다.

벤디트는 등장하는 모습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양키스에서 특별히 제작한 양손잡이용 글러브가 들려 있었는데, 좌우 대칭 형태로 된 이 글러브는 손가락을 끼우는 구멍이 6개가 뚫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마운드에 올라온 벤디트는 총 8개의 연습구를 던졌는데 처음 4개는 왼손으로, 그리고는 글러브를 왼손에 끼운 뒤 다시 오른손으로 4개를 던졌다. 이는 그가 상대할 첫 타자가 우타자인 유넬 에스코바였기 때문. 벤디트는 에스코바를 가볍게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감했다. 이날 최종 성적은 1.1이닝 동안 2안타 1실점.
사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 대부분은 현역 빅리거이거나, 빅리그 진입 가능성이 높은 선수에 속한다. 게다가 벤디트의 스프링캠프 합류는 그가 어떻게 던지는지 보고 싶어한 조 지라디 감독의 청에 의해 이뤄졌다. 혹시 가까운 시일 내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스위치 투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볼거리겠지만, 현재로서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25살인 벤디트는 현재 양키스 산하 싱글 A의 탬파 소속. 올해 안으로 더블 A 승격이 유력하지만 빅리그 진입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대부분의 마이너리거가 더블 A와 트리플 A 단계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좌절하는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 < 야후! 스포츠 > 의 블로그 '빅리그 스튜'에서는 "대부분의 야구인이 양손 투수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벤디트가 빅리그에 진입하려면 이런 편견을 극복해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벤디트의 대학 시절 코치인 에드 서바이스조차 "나는 야구에 관해서라면 전통주의자에 가깝다. 나는 야구가 서커스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벤디트 이전에도 대학과 마이너에 양손 투수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이런 '전통주의적 편견' 앞에서 어느 한 쪽 팔을 택일해야만 했다.
사실 20세기 이후로는 빅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양손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그렉 해리스가 1995년 딱 1이닝 동안 좌우 팔을 번갈아가며 던진 게 유일한 사례다. 물론 이는 관중들을 위한 '팬서비스'에 불과했다.

물론 빅리그에서 스위치 투수의 성공 사례가 전무한 이유가 오로지 '꼰대'들의 편견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양손으로 투구해서 얻는 실제 이득에 비해 '실'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가령 워밍업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투수가 마운드에 서기 위해서는 게임 전은 물론 불펜에서 연습 투구를 통해 어깨를 '데울' 필요가 있다. 그런데 양손 투수라고 해서 특별히 연습구를 더 던질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2008년 벤디트의 등장 이후 '벤디트 룰'이라는 것을 별도로 제정했는데, 여기서는 '투구 팔을 바꿀 때 연습투구는 불가'라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벤디트가 8개 연습구를 양팔로 나눠 던진 것은 이 때문이다. 다른 투수에게 주어지는 것과 똑같이 8개의 연습구만 허용되기 때문.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우투수나 좌투수에 비해 몸이 덜 풀린 상태로 투구를 하게 될 공산이 크다.
다른 문제도 있다. 대개 우완 투수들은 오른팔이, 좌투수는 왼팔이 일반인에 비해 길다고 한다. 몸의 한쪽 부분을 오랜 기간 중점적으로 반복해서 쓰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이런 육체의 '선택과 집중'이 있기에, 투수가 전력을 다해 강한 공을 뿌릴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스위치 투수는 한쪽으로 힘의 집중이 이뤄지지 않으며, 따라서 원래 쓰지 않는 팔로 던질 때는 구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좌완-우완 모두 동일한 폼으로 대등한 구위를 구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인간인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얘기다.
벤디트 역시도 우완으로는 90마일 초반의 빠른 볼을 던지지만, 좌완일 때는 사이드암 딜리버리로 80마일 초반의 느린 공을 구사한다. 일종의 변칙 투구폼과 변화구로 타자를 현혹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시범경기에서 호흡을 맞춘 포수 호르헤 포사다도 "우완투수일 때 구위가 낫다"고 벤디트의 투구를 평가했다.

연습량 문제도 있다. 양쪽을 다 사용해 던지려면, 왼쪽과 오른쪽 모두 컨트롤을 잡고 변화구를 구사하며 일정한 투구폼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어쩌면 우완이나 좌완 투수에 비해 2배 이상의 연습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인간의 육체가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양쪽 투구폼에 동일한 감각을 유지하려면 일반 투수와 비슷한 수준의 연습량으로는 어림도 없다. 문제는 인간의 육체가 그만한 양의 훈련을 오랜 기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점. 결국 몸을 혹사하며 배 이상의 연습을 하거나, 훈련을 적게 하고 구위의 하락을 감수하거나 택일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문제는, 타자에 따라 투구하는 팔을 바꾸는 것보다는 오히려 '확실한' 쪽 하나로 던지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좌타자가 나온다고 꼭 좌투수를 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우완이라도 막강한 구위를 지녔다면, 또는 역회전공이나 체인지업을 잘 구사한다면 좌투수보다도 더 성공적으로 좌타자를 잡아낼 수 있다. 요즘 좌타자들은 좌완투수 공도 곧잘 받아치는 편이기 때문에, 위력없는 직구나 밋밋한 변화구를 구사해서는 상대하기가 어렵다. 그런 면에서 '좌완' 벤디트의 피칭이 과연 오른손으로 던질 때만큼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는 벤디트의 빅리그 진입이 이뤄지더라도 스위치 투수의 형태는 아닐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우완 불펜투수로 올라와서 이따금 '팬서비스'로 스위치 피칭을 선보이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벤디트 본인의 의지는 확고하다. 시범경기가 끝난 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양팔로 던진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는 사람들 앞에서,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던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했다."
또 그는 대학 시절 < 뉴욕 타임스 > 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양손 피칭을 시작했다"면서, "3살 때부터 축구공을 양쪽 팔로 던지며 좌우 팔의 근육을 고르게 단련했고, 하체 역시 양쪽 다리 근육을 균등하게 훈련했다"고 밝혔다. "지금도 양손으로 밥을 먹고 옷의 단추를 채우는 일이 전혀 어렵지 않다." 벤디트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양손 투수의 약점이 자신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고, 벤디트는 굳게 믿는다.
올 시즌 현재까지 벤디트는 싱글 A에서 2경기에 구원 등판, 5이닝 동안 1안타만을 내주고 8개의 삼진을 잡는 눈부신 피칭을 선보이는 중이다. 만일 그가 온갖 편견과 불리함을 딛고 지금과 같은 피칭을 이어간다면, 어쩌면 우리는 조만간 최초의 '스위치 투수'를 TV 화면으로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투구 내용에 관계없이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매우 진귀하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글 : < 야구라 > 배지헌 (yagoora.textcube.com)제공 : 프로야구단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 (bm.game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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