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 도입 사례별 실무 전략







◆ IFRS 혁명 ◆
IFRS가 도입되면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자회사 지분처리나 투자부동산 용도분류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례별로 IFRS 담당 회계사들이 강조한 기업들의 실무전략을 상세히 살펴봤다.
부실 자회사 탓에 실적 악화될 수도
IFRS가 도입되면 기업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게 주재무제표가 되는 연결재무제표다. 일단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더 빨리 결산을 완료해야 한다. 연결재무제표 공시기한이 현행 '사업연도 종료 후 120일 이내'에서 '주주총회 1주일 전'으로 앞당겨진다. 또 연결재무제표를 매 분기마다 만들어야 한다.
대상도 포괄적이다. '실질지배력'을 갖춘 모든 종속회사가 대상이다. 기존 방식에 따르면 의결권 있는 주식의 과반수를 소유한 경우, 또는 30%를 초과하면서 최대주주인 경우가 연결대상 종속기업이다. 하지만 IFRS에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과반수 소유, 실질지배력(영업 및 경영전반에 관련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약정이나 의결권) 보유다.
'최상위 모기업 - 중간자회사 - 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일 경우 지금은 최상위 지배회사만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다. 하지만 IFRS에서는 모든 기업이 연결재무제표를 만들어야 한다. 또 특수목적회사(SPC)나 사모펀드(PEF)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판단되면 연결대상에 포함시킨다. 기업 입장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회사 지분에 대한 전략적인 결정이 중요하다. IFRS가 규정한 연결기업에 자회사가 포함되려면 모기업이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거나(현행 30%) 실질적인 지배력을 유지해야 한다.
정준희 안진회계법인 상무는 "연결 대상에서 제외됐던 부실 자회사 실적이 반영되면 부채비율이 늘어나는 등 실적이 나빠질 수도 있다"며 "IFRS를 도입하기에 앞서 경영이 부실한 자회사 지분을 매각해 연결범위에서 제외하거나 우량 자회사의 지분을 추가 취득해 연결범위에 포함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지배기업이 종속기업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0% 보유하고 있지만 실질지배력이 없는 경우 종속기업에서 제외된다. 반대로 지배기업 필요에 따라 지배기업을 위해 특수목적기업 활동이 수행되고, 지배기업이 특수목적기업 운영으로, 효익을 얻고 있는 경우 연결범위에 포함된다. 연결재무제표 대상 범위가 달라지면서 기업 당기순이익이나 재무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정준희 상무는 "지배기업의 자회사 지분이 50%가 안 되더라도 약정에 따라 과반수 의결권이 있다면 연결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예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3500억원이었지만 연결기준으로 계산하면 10조9200억원으로 72%나 늘어난다. 디지털미디어사업 부문의 경우 영업이익이 적자였지만 연결기준으로는 흑자로 돌아선다. 국외 자회사의 양호한 실적을 반영한 덕분이다. LG전자 역시 2008년 실적 기준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적용할 때 영업이익이 개별 기준보다 230.4%나 급증한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삼성전자, LG전자 외에도 현대차, 기아차, KT, 신세계 등이 IFRS 수혜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연결재무제표로 바뀐다고 무조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연결영업이익이 실제로 증가하려면 지분율이 높은 우량 자회사가 많거나 지분율 50% 미만인 자회사가 적어야 한다. 지분율 100%인 우량 자회사가 연결대상에 포함될 경우 외부주주지분에 해당하는 영업이익이 없어 영업이익 증가분이 온전히 모회사로 전이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김용식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대기업들의 중요 핵심 자회사 지분율은 대체로 30~50%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만큼 기대 영업이익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원가·재평가모형 중 택일 후 평가
부동산 등 자산을 재평가할 때는 고민이 많아진다. 기존 회계기준에 따르면 임대수익 목적 부동산은 상각후원가(재평가 가능)로, 시세차익 목적 부동산은 취득원가로 평가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IFRS에서는 투자부동산에 대해 공정가치 혹은 원가모형 중 하나를 선택해 평가한다.
이때 기존 유형자산이나 리스자산으로 분류됐던 자산이 IFRS 적용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일단 IFRS에서는 임대부동산 보유 기업들의 주석 공시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보통 소비재 기업들은 공장용, 영업장용 혹은 사무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임대수익 창출 목적으로 운영하거나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사용목적이 불분명한 상태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 회계기준에서는 임대용 부동산이더라도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분류된다면 유형자산으로 봤다. 하지만 IFRS에서는 임대수익 및 용도 불분명 시 투자부동산으로 분류한다.
또한, 투자부동산으로 분류된 부동산에 대해 공정가치를 공시해야 한다. 따라서 결산기마다 투자부동산 공정가치 정보를 산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특히 하나의 건물에서 일정 층 및 구역을 임대하는 경우 투자부동산에 해당하는 가액을 면적 등의 비율에 기초해 산출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선 투자부동산으로 분류할 항목들이 없는지 검토하는 한편 매 결산기마다 주석 정보인 공정가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례 하나. A사는 자동차부품을 제조해 완성차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2008년 회사는 아직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부동산 시세가 낮은 서울 외곽지역 토지를 취득했다. 정부는 이 지역을 산업공단으로 개발할 계획이고 이 계획이 실행되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회사 경영진이 아직 토지 사용용도를 정하지 않은 경우 취득한 토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국제회계기준에서는 투자부동산을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 또는 두 가지 모두를 얻기 위해 소유자나 금융리스의 이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으로 정의한다.
위 사례의 경우 비록 회사가 아직 토지 보유목적을 결정하지 않고 있어 보유 토지가 투자부동산의 정의, 즉 임대수익 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보유하는지에 해당하느냐 여부가 명확하진 않다. 하지만 투자 부동산의 예시 중 하나로 장래 사용목적을 결정하지 못한 채로 보유한 토지라 투자부동산으로 분류된다.
매 회계연도마다 영업권 가치 판단해 손상여부 살펴야
우량기업을 인수할 때 인수하는 기업은 인수되는 기업의 장부가치보다 더 비싼 가격에 그 기업을 인수한다.
A기업이 B기업을 인수할 때 B기업의 장부상 총 자산가치가 1조원이라고 하자. 그러나 A기업은 B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1조3000억원을 지불한다. 이때 둘의 차액인 3000억원은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B기업 실적이 좋거나 시장 내 평판이 좋을 때 장부가액 이상을 주고 산다고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에 추가로 감당하려는 비용이다. 이를 회계처리 할 때는 '영업권'으로 인식하고 영업권은 무형자산으로 분류된다.
사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영업권의 회계처리다. IFRS나 현행 회계기준 모두 영업권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 주목할 점은 이를 상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현행 회계기준에서 영업권 3000억원은 무조건 20년 내에 반드시 정액으로 상각해야 한다. 만약 5년 만에 상각한다면 매년 600억원씩을, 2년 만에 상각한다면 매년 1500억원씩을 균등하게 상각하는 게 핵심이다. 주인기 연세대 교수는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회계조작을 막기 위해 일률적으로 정액 상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IFRS에서는 '영업권이 반드시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전제로 둔다"고 설명한다. IFRS는 영업권 가치를 무조건 상각하지 않는 대신 매 회계연도마다 손상 여부를 판단한다. 예를 들어 인수 된 B기업은 인수 전에는 우량기업이었고 매출도 꾸준했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A기업에 인수된 1년 뒤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거나 더 이상 우량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A가 B를 취득할 때 얻었던 3000억원의 영업권 가치는 손상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손상의 정도가 심각하다면 그 손상을 평가한 회계연도에 3000억원을 한꺼번에 상각해야 한다.
둘째로 단계적으로 지분을 취득한 경우 영업권 측정이다. 하나의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한 번에 그 인수대금을 치르기도 하지만 서서히 지분을 인수해 사업 결합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지난해 5월, A기업은 B기업 지분을 40% 취득했다. 올해 지분 60%를 추가로 취득하면서 B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100% 획득했다. 이번에 지분을 인수할 때 이미 A기업이 가지고 있던 B기업의 40% 지분 장부금액은 300억원이었고, 공정가치는 400억원이었다. A기업은 B기업 지분 60%에 대한 대가로 600억원을 지급했다. 취득일의 B기업 공정가치는 800억원이다.
이 경우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취득일 직전에 보유하고 있던 B기업에 대한 지분(40%)을 '장부금액'으로 측정해 40%에 대한 이전대가를 결정한다. 그 다음 이전대가와 B기업 공정가치의 차이를 계산해 영업권을 산출한다.
따라서 영업권은 100% 취득했을 당시 B기업의 지분 40% 장부금액(300억원)+60%의 지분에 대해 지불한 대가 (600억원)-B기업의 공정가치(800억원)=100억원이 된다.
IFRS는 위와 같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업결합의 경우 취득일 직전에 보유하고 있던 B기업에 대한 지분을 '공정가치'로 다시 측정해 이전대가를 결정한다. 따라서 영업권은 100% 취득하는 날 A가 갖고 있는 B지분의 40% 지분의 공정가치(400억원)+60% 지분에 대한 지불한 대가(600억원)-B기업의 공정가치(800억원)=200억원으로 계산된다.
위 사례에 대해 남은옥 회계사는 "IFRS 기준으로 했을 때 영업권이 100억원이 더 잡히는데 영업권 손상이 없는 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산으로 머무르는 영업권이 많은 게 좋다"고 설명한다.
경제효익 측정 가능하면 무형자산으로 인식
현행 회계기준으로 연구개발(R&D)에 들어간 비용은 무조건 비용 처리가 원칙이다. IFRS는 R&D 비용을 자본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행 기준에서 R&D 투자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려면 자산으로서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이를 통한 매출 증대 등 실질적인 경제적 효익이 있어야 한다. IFRS는 반드시 경제적 효익이 없더라도 효익이 있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만 있다면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
이렇게 되면 R&D 투자가 많은 기업이 R&D 비용을 자본화해 처리할 경우 현재와 비교해 이익 감소요인(비용)이 사라진다. 비용이 줄고 자기자본이 늘어나는 만큼 재무제표상으로도 실적이 현재보다 좋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R&D 지출이 많은 기업이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R&D 프로젝트를 내부에서 진행한 것이 아니라 사업 결합을 통해 얻는 경우도 이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명시적인 관련 규정이 없지만 IFRS는 이를 명시하고 있다. 명시된 내용은 이렇다. '취득자가 인식의 원칙과 조건을 적용할 경우에 피취득자의 이전 재무제표에 자산과 부채로 인식되지 않았던 자산과 부채가 일부 인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취득자는 피취득자가 내부에서 개발하고 관련 원가를 비용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피취득자 자신의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브랜드명, 특허권 또는 고객 관계와 같은 취득 식별이 가능한 무형자산을 인식한다.'
사례를 보자. A회사는 B회사를 100% 취득했다. B회사 순자산의 장부금액은 100억원이고 A회사는 B회사를 120억원에 취득했다. B회사는 인수되기 전 R&D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무형자산 인식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장부상 비용으로 처리해 왔다. A회사가 평가한 B회사의 R&D프로젝트 공정가치는 5억원이다.
이 사례에서 현행 기준으로 영업권은 20억원(120억원-100억원)이다. 반면 IFRS를 적용하면 R&D 프로젝트 비용이 무형자산으로 영업권과 분리돼 인식된다. 따라서 영업권은 15억원(120억원-100억원-5억원)이다. 영업권 가치가 달라지고 상각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기업 입장에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현행 기준에서는 영업권 20억원을 무조건 다 감가상각해야 한다. 그러나 새 회계기준에서 5억원은 감가상각하고 15억원은 매 회계연도 말 손상여부만 평가한다. 따라서 손상이 없을 경우 15억원이 보존돼 과거보다 자산감소 효과가 적게 나타난다.
지배·종속기업 간 거래는 매출에서 상각
내부거래의 회계처리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배기업과 종속기업 간의 내부거래가 많은 기업일수록 현행 회계기준의 주재무제표인 개별기업에서 본 매출보다, IFRS의 주 재무제표인 연결재무제표에서 잡히는 실적이 적어 보일 수 있다. 연결재무제표에서는 지배, 종속기업 간 거래는 매출로 잡지 않기 때문이다. 회계 전문가들은 "현재 회계기준에서도 연결재무제표를 부속명세서로 작성하고 있다. 때문에 작성방식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주재무제표의 종류가 달라지는 것이지 실적이 더 저조해졌다고 하면 잘못된 해석"이라고 강조한다.
모회사인 A기업 매출이 1000억원이고, 자회사인 B기업 매출이 100억원이다. B회사의 당기순이익은 10억원이다. A는 B의 지분을 55% 보유하고 있다. B기업의 매출 중 A기업과의 거래로 인한 매출은 70%다. 내부거래로 A기업이 B기업으로부터 구입한 재고자산은 모두 기말 이전에 제3자에게 매각됐다.
이 경우 현행 회계기준에서 A기업의 개별재무제표에는 매출이 1000억원 인식되고, 지분법이익이 5억5000만원(B기업의 당기순이익 10억원×A기업의 B기업에 대한 지분 0.55)으로 인식된다.
반면 IFRS를 적용해 A기업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면 연결재무제표상 매출은 A기업의 매출 1000억원에 B기업 매출 100억원을 더한 뒤 B기업 매출 중 A기업과의 거래로 일어난 매출 70억원을 차감한 1030억원으로 인식한다.
[김경민 기자 / 정고은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7호(10.03.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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